박근혜 당선자, 법치국가 만들려면 이 문제부터

현대차 신규채용 강행에 비정규직 파업... 부상자 속출

등록 2012.12.21 13:57수정 2012.12.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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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12월 14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부분 파업 때 용역경비에 의해 부상당한 비정규직들의 모습. 21일 부분파업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12월 14일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부분 파업 때 용역경비에 의해 부상당한 비정규직들의 모습. 21일 부분파업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 현대차비정규직지회


"9시 15분부터 회사측이 2공장에 용역을 투입해 폭력이 난무합니다. 파업중인 비정규직 조합원 중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어요. 앰뷸런스가 부족할 정돕니다."

21일 오전 10시쯤, 현대차 비정규직 조합원이 급히 전화를 해왔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이자 회사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했고, 이를 비정규직 조합원이 막는 과정에서 용역경비의 폭행으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노동관계법에는 정당한 파업시 회사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대선이 끝나고 박근혜 당선자는 국민대통합과 민생정치, 국민을 행복하게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서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행복하지 못하고 이처럼 폭력에 쓰러져 가고 있다.

66일 철탑농성에도 회사측 신규채용 강행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노조)는 21일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부분파업을 벌였다. 대법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두 조합원이 철탑 위에서 66일째 추위와 맞서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현대차 회사측이 지난 17일부터 신규채용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8월 비정규직노조의 파업 후 회사측은 정규직 퇴사자 등의 빈자리를 채우는 신규채용안을 내놔 비정규직노조는 물론 전국의 대학생, 시민사회, 야당의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66일째 철탑농성 중인 두 조합원의 요구사항 중 하나도 신규채용 금지다.


하지만 현대차는 18대 대선 이틀전인 지난 17일부터 신규채용 접수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4일 "사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계획에 따라 올해 정년퇴직하는 자연감소 인원 등을 대체하기 위해 사내하청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한다"는 공고를 낸 바 있다. 회사측은 앞서 특별교섭에서 "2016년까지 비정규직 3500명을 고용하겠다"고 했고, 이를 강행하는 것이다.

현대차 정규직노조에 따르면 올해 퇴직자 등으로 430여 명의 신규인력이 필요하다. 이 인력은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태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야 하지만 회사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채용이 진행되고 있는 것. 이럴 경우 채용된 비정규직 자리를 메우기 위해다시 새로운 비정규직이 발생해야 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지난 20일 언론을 통해 "사내하청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신규채용에 하청 근로자 6000여명 중 절반 가량이 지원했다"며 "신규채용 입사원서를 받기 시작한 지난 17일 하루에만 3027명이 원서를 접수했다. 첫날에만 전체 하청인원 가운데 절반이 접수한 것을 감안하면 하청근로자들의 신규채용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 알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대차 울산, 아산, 전주공장 비정규직 1만여 명 중 비정규직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1700여명. 따라서 상당수 비조합원들이 이번 신규채용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회사측은 "노조 집행부와 노조는 대다수 현장직원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사항전 나선 비정규직노조 "마지막 사투"

하지만 비정규직노조는 발끈하고 나섰다. "마지막 사투"라며 배수진도 쳤다. 이미 지난 8월의 파업으로 노조 간부들이 고소고발과 손해배상을 당한 상태이며 해고와 징계의 칼날이 이들을 겨누고 있는 상태다.

비정규직노조는 "회사측의 신규채용 강행은 대법이 판결한 정규직화와 기소가 불가피한 불법파견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정규직이 퇴직하는 자리를 메꾸는 것에 불과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노조의 이같은 항변은 지난 13일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 경북대 등 전국 대학에서 법을 가르치는 법학교수 35명이 비정규직노조의 정당성을 인정하며 파견법 위반으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고발한 것을 비롯해 전국에서 각계각층의 성원을 받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법학교수들은 "현대차와 정몽구 회장이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불법파견을 시정하지 않아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거대재벌로서 불법을 자행해 법 앞의 평등을 무력화시켰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법학교수들은 "현대차는 지난 2004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단과 2010년 현대차의 불법파견근로행태를 법 위반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파견법 위반행위를 전혀 시정하지 않고 불법파견을 계속하고 있다"며 "심지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해온 파견근로자들을 부당하게 해고하는 등 반성과 시정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대법판결 이행을 요구하는 비정규직노조를 응원한 바 있다.

현재 지역 상공회의소와 보수언론은 비정규직노조의 부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 대선이 끝난 후 비정규직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노조 김상록 정책부장은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의 파업은 2012년 2월 23일 대법원 판결과 2011년 12월 지노위 불법파견 판결에 근거해 2012년 6월 29일 조정신청서를 부산지노위에 접수하고, 7월 9일 조정 종료된 데 따른 것"이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근거한 주체·목적·방법·절차 등 요건을 모두 갖춘 정당한 파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나라에 법이 존재하고, 우리나라가 법치주의 국가가 맞다면 오늘과 같은 폭력사태는 용납되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법의 실현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고 말했다.

당선 일성으로 국민행복과 민생정치를 약속한 박근혜 당선자는 과연 당면한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보고 해결해 나갈지, 전국의 법학자, 노동계, 900만 비정규직의 귀와 눈이 기울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덧붙이는 글 박석철 기자는 2012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대선특별취재팀입니다.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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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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