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한국-일본 경기에서 한대화가 3점 홈런을 날리고 있다.
KBS 자료사진
무엇보다 마지막 일본과 치른 결승 경기 대목이 압권이다. 그 유명한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와 한대화의 홈런을 작가는 이렇게 묘사했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김재박은 양 팀 벤치를 모두 충격으로 몰아넣는 행동을 하고 말았다. 그는 멀찍이 빼는 니시무라의 3구를 향해 필사적으로 몸을 날렸던 것이다.(중략)그 안타까운 실투는 기다렸다는 듯이 배트를 전력으로 휘두른 한대화의 배트 중심에 제대로 통타당해 까마득히 뻗어나가기 시작했고, 잠실야구장 좌측 폴대의 3분의 2지점을 때리고 떨어졌다.제법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날의 경기는 많은 이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다.특히 김재박의 무모하기까지 한 번트는 야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프로야구 원년 멤버'라는 영예 포기... 자의반 타의반으로 태극마크 달아이 책의 이야깃거리는 비단 극적인 우승만은 아니다. 이 해 출범한 프로야구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 6인의 고민이 이야기의 또다른 한 축이다. 이해창, 심재원, 김재박, 최동원, 유두열, 임호균 여섯 선수들은 프로야구 흥행몰이 주역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으나 아마추어 선수만 참가할 수 있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본인 뜻과 관계없이 1년간 프로야구 진출이 보류된다.
당시 선수들의 심정을 투수 임호균은 '추천의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태극마크란 늘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그 태극마크를 다는 대신 '프로야구 원년 멤버'라는 영예, 그리고 상당한 부와 팬들의 환호 따위를 포기해야 했다는 생각에 솔직히 싱숭생숭함을 떨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이들 선수 6인은 착잡한 심정을 추스르고 선동열, 박노준과 같은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결국 사상 첫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