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재능봉사자 김용연 학원원장젊은 시절 무료로 배운 영어, 이젠 그가 무료로 가르친다
박영미
싱글싱글 웃으며 봉사에 대해 말하는 그의 눈빛엔 자신감이 넘친다. 봉사의 확고한 신념을 갖고 무려 23년째 영어 무료멘토링 봉사를 하는 이는 김용연(군산시수 소재 영어학원) 원장이다. 소위 잘 나가는 학원 원장이 봉사에 더 큰 뜻을 품게 된 건, 지난 삶의 팍팍함과 감사가 내포돼 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아홉 남매에 막내로 태어났어요. 먹고 살기도 빠듯하여 공부하고 싶어도 그럴 상황이 안 됐었죠.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턴가. 리어카를 끌어 고물을 싣고 다녔어요. 배우지 못한 설움과 원망이 교차했던 시기였죠."고등학교 졸업 뒤, 직업훈련소 제1기생으로 중장비 운전을 배우며 오후에는 고물장사를 계속한 그는 몸을 아끼지 않고 일에 전념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젊은 날의 직업은 액세서리 장사를 비롯해 과일, 생활용품 판매, 도서·정수기 영업사원 등 이것저것을 가리지 않았으며 벽돌과 배수선 공장 및 굴착기 기사에 이르기까지 열정과 책임감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일만 하면서 배움에 대한 갈증이 밀려올 때 즈음, 그가 도전한 건 영어공부였다. 1987년 당시, 군산영어성경학습회라는 주한 미군이 개설한 모임에서 영어교육을 무료로 받게 된 것이다. 이후 영어공부에 남다른 흥미를 갖게 된 그는 지방대학을 거쳐 서울로 상경해 대학원에 진학, 영어공부에 전념하게 됐다. 그리고 자신만의 영어공부비법을 찾게 된 후 'K-one 기본영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됐고 이 책은 영문대비 국문비율이 가장 높다는 이유로 재작년 군산시에서 선정한 '군산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제가 받은 무료영어교육은 제 인생의 있어 큰 전화점이 된 것 같아요. 공부한 지 4년 만에 당시 군산에서 가장 유명한 학원의 강사가 됐고, 2년 후 지금의 학원을 차리게 됐죠. 어떻게 보면 무료영어학습이 아니었다면 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어려운 시절, 조건 없이 받은 영어교육의 영향이 컸던 것일까. 그는 학원을 열고 얼마 되지 않아 매주 금요일 하루는 무료로 영어번역과 작문강좌를 개설, 시민에게 영어 배움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공부에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다니기 어려운 학생들에게는 무료로 수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는 교육 기회의 확대결과, K-one 영문법책 군산기네스북에 이어 가장 저렴한 사설학원으로도 군산기네스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끊임없는 선행은 감출 수가 없었다. 지난 2003년 군산시장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으며, 이듬해에는 월드비전으로부터 감사장,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으로 한국평생교육평가원 우수봉사상 등을 받았다.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고 했던가. 그에게 무료교육을 받은 학생(멘티)들은 또 다른 학생을 돕기 위한 멘토가 되어 현재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군산시자원봉사센터에 등록된 봉사단체 '더군산타임즈'와 '예사모'를 통해 일명 '가난극복 무료영어멘토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회취약계층 후원의 일환으로 연탄기부 활동도 이어왔다. 이어 저개발국의 취약아동을 국내에 초대하여 리더로 양성하고 본국에 돌려보내는 '가난극복 무료국제학교'도 계획,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 운영 및 후원회를 결성해 더 원대한 봉사의 큰 꿈을 그려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