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안 보이는 출판, '힐링'으로 힐링할 수 있을까?

책쟁이가 뽑은 2012년 출판계 10대 뉴스... 출판계 이슈와 베스트셀러 동향

등록 2012.12.21 17:39수정 2012.12.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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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출판계는 부도로 시작해, 폐업으로 마무리되었다. 독서의 해에 이어진 불황은 더 큰 자괴감으로 다가온다. 시장도 어려운데 출판 종사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그 슬픔을 더한다. 책쟁이의 시각으로 올해의 출판계 이슈와 베스트셀러 특징들을 정리했다.

1. 2012년 출판계 이슈


1) 불황
2012년 새해를 여는 출판계 첫 뉴스는 안타깝게도 국내 최대 도서총판 '수송사'의 부도소식이었다. 수송사는 2012년 1월 4일 최종 부도처리 되었다. 2011년부터 이어진 출판 도매상들의 연이은 부도는 출판계의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8월에는 35년 역사의 도서총판 '학원서적'이 폐업했다.

지역 서점들도 급속히 몰락하고 있다. 비교적 큰 규모인 대구 플러스북, 프라임문고 강변점, 신도림점, 일산 태영문고, 광주 충장서림, 지에스북 영등포점, 인천공항점 등이 폐점하는 상황에서 지역 소규모 서점들은 설 자리를 잃고 급속히 줄고 있다.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뻔한 신촌 홍익문고가 주민들의 힘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했지만 지역 서점들의 몰락 추세를 막기는 어려울 듯 하다.

온라인 서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1997년 온라인 서점이 처음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온라인 서점 5위인 '대교리브로'도 12월 21일부로 사업을 종료를 선언했다. 다행이 리브로는 새 업체에 인수되어 내년 초 서비스가 재개될 예정이다.

2) 독서의 해
최악의 불황을 이어간 올해는 역설적이게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독서의 해'였다.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들다'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3월 9일 독서의 해 선포식을 열었다. 정부차원에서 독서율을 높이고 출판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북경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참여하거나 몇몇 도서 행사를 주최하는 등 선언에 머물렀다는 아쉬움이 크다. 정작 필요한 출판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서의 해 추진위원장은 12월 19일 당선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었다. 가장 최근의 직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공식 프로필 어디에도 독서의 해 추진위원장은 없다는 게 출판계가 처한 위치를 나타낸다는 생각은 너무 무리한 트집일까.


3) 낙하산
침체된 출판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7월 27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출범했다. 하지만 진흥원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출판계는 초대 원장으로 임명된 이재호 원장에 대해 '비전문가 원장 임명을 철회하라'며 낙하산 인사를 비난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1인 시위에 나섰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범은 침체되어 있는 출판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출판계의 오랜 숙원의 결과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진흥원은 지난 9월 ▲ 출판수요 창출 및 유통 선진화 ▲ 우수 출판 콘텐츠 제작 활성화 ▲ 전자출판 및 신성장 동력 육성 ▲ 글로벌 출판 한류 확산 ▲ 출판문화산업 지속성장을 위한 인프라 확충 등 5대 정책과제를 담은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런 계획에 앞서 더 중요한 문제는 정작 출판계의 목소리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4) 출판사 옆 대나무 숲
'을'의 목소리가 터졌다. A출판사 직원의 내부 고발을 시작으로 시작된 대나무숲은 하반기 가장 뜨거운 사건이었다. 지식, 감정 노동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이 들불은 순식간에 다른 업종으로 번져 나갔다. 마케팅 노하우를 담은 책을 펴 내면서도 사장 마음대로 마케팅을 하게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이율배반적인 상황. 민주주의의 가치와 존재를 알리는 책이 상명하복, 도제식 제작 과정으로 세상에 나온다는 것에 대한 염증이라고 볼 수 있었다. 불만만 있고 대안이 없다는 비평에도 아랑곳 않고 <출판노동자 가이드 북> 같은 책이 나온 일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김수영을 위하여>의 표지엔 '강신주 지음, 김서연 만듦'으로 표기되어 있다. 편집자의 이름이 표지에 등장한 의미있는 일이지만, 이 사례 하나만으로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아끼지 않는 편집자의 노고를 대변하기엔 너무도 부족하다.

5) 안철수
어려운 한 해였지만 잘 팔렸던 책도 있었다. 새 정치에 대한 희망으로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이 책은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책 가운데 하나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해답게 각 대선 주자들의 책은 물론 대선판을 진단하는 수많은 정치서적들이 봇물을 이뤘다. 경향신문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대선주자 관련 도서 50위 권 가운데 안철수 관련 서적이 35권, 문재인 9권, 박근혜 7권이었고 판매순위 상위 20위 가운데 무려 15권이 안철수 관련도서였다. 재미있는 것은 푸른영토 출판사는 각 주자들의 이름을 딴 <안철수의 서재><문재인의 서재><박근혜의 서재>를 출간했는데 <안철수의 서재>만이 큰 판매를 이뤘다. 최종 승자는 박근혜에게 돌아갔지만, 출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2012년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단연 '안철수'였다.

2. 2012년 베스트셀러 동향

1) 힐링
교보문고가 발표한 2012 종합 판매량 1위는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마음이 힘든 이들, 쫓기듯 사는 삶에 지친 이들에게 들려주는 혜민 스심의 이야기에 독자들이 위로를 받았다. 올 도서 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스님들의 책이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특히 법륜 스님은 <스님의 주례사><방황해도 괜찮아><엄마 수업> 등의 책이 상위 50권에 모두 들어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김난도 교수의 신간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도 베스트에 올랐다.

2) 마흔
올해 나온 신간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특정 독자들을 공략했다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마흔'. 지난해 말에 출간된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을 비롯해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마흔의 서재><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등 인생의 전환점에 선 독자들의 불안을 다독이고 인생을 설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아예 '중년 남성'에 주목한 <남자의 물건>도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남자들의 외로움을 공략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3) 피로사회
지친 삶을 어루만지는 책들이 인기를 끄는 한편엔 삶은 왜 지칠 수밖에 없는지를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책도 주목 받았다. <피로사회>는 '할 수 있다'는 정신이 강조되는 긍정의 사회, 성과사회는 개인의 자발적인 착취를 특징으로 한다고 보고 무위와 휴식의 가치를 역설한다. 또 욕망을 화두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들여다 본 <욕망해도 괜찮아> 등이 인기를 끌었다.

4) 고발
현실을 고발하는 책들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쌍용자동차 문제를 다룬 <의자놀이>는 이래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다른 사람의 칼럼을 인용하면서 출처 표기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나는 꼼수다' 진행자이기도 한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주기자>도 불의에 대한 고발과 기자정신을 담아 높은 호응을 얻었다.

5) 그레이
전자책 시장도 나름의 성과를 얻는 중이다. 전자책에서 가장 두드러진 책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였다. <섹스의 재발견 벗겨봐>도 순위에 들어 새로운 기술에선 성적 코드가 먹힌다는 속설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은교><스티브 잡스>등 종이책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도서들이 전자책으로의 판매도 높았다.

Yes24와 알라딘 등 몇몇 온라인 서점들은 전자책 전용 뷰어 '크레마'를 출시했다. 그간 나왔던 전용 뷰어들이 큰 인기를 얻지 못한데 비해 가격과 사양에서 차별화를 둔 크레마는 나름 성과를 얻고 있는 추세다. 독자적인 전자책 사업을 꾸리고 있는 교보문고도 곧 전용 뷰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올립니다.
#출판계 #2012 #10대 뉴스 #독서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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