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밥상문화> 표지
이가서
"그렇다면 언제부터 짜장면이 검은색을 띠게 된 것일까. 검은색 면장이 언제부터 쓰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짜장면이 '검은 국수'가 된 것은 과열경쟁이 만들어낸 '부작용' 때문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결과라는 게 음식학자들의 견해다. 누군가가 면장에 캐러멜을 섞어 검은색을 띠게 한 뒤, 검은색 면장은 발효가 잘 된 것이라고 거짓 선전을 해서 손님을 끌었다는 것이다.
콩과 찹쌀 등으로 발효시킨 된장에 캐러멜을 섞은 검은 면장이 바로 '춘장'이다. 중국에는 없는 새로운 면장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국 전통 음식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검은색 요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 <한·중·일 밥상문화> 150쪽.
김경은 지음, 이가서 출판의 <한·중·일 밥상문화>를 읽고 아내와 나눈 대화중 일부입니다. <한·중·일 밥상문화>는 한·중·일 3국의 대표음식들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중·일 3국의 밥상 음식음식에 담긴 사연(유래)에서부터 영양학까지를 여러 가지 색실을 섞어 뜬 뜨개질로 뜬 스웨터처럼 알록달록하고 도톰하게 다루고 있어 읽다보면 저절로 음식의 맛과 향이 상상의 밥상으로 차려집니다. 어떤 음식은 입에 침이 고이게 하고, 어떤 음식은 목젖을 꿀꺽 거리게 하고, 어떤 음식은 첫사랑처럼 그리운 사연으로 그려집니다.
비슷하지만 3개의 나라에서 각각의 이름으로 불리는 음식들, 조선의 왕이 먹던 수라상에 차려지던 음식, 중국의 제후 서태후나 측천무후에게 차려지던 어마어마한 밥상, 일본의 쇼군들에게 차려지던 검소한 밥상은 물론 배고프고 가난했던 사람들이 먹던 빈대떡에 얽긴 이야기들까지가 실타래에 감겼던 실처럼 줄줄 이어집니다.
단순한 음식이이갸기 아니라 역사적 배경과 시대적 가치, 정치와 문화까지를 아우르고 있으니 진수성찬과 산해진미를 뛰어넘는 총체적인 밥상, 역사와 정치, 문화와 시대적 가치까지 두루두루 담아낸 음식문화의 총합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