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고군분투

"인지도 높아졌지만 운영 어려워... 지원 정책 절실"

등록 2012.12.26 16:49수정 2012.12.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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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홀 '소풍' 벽면에 그동안 공연장을 거쳐간 작품 포스터들이 전시돼 있다.
아트홀 '소풍' 벽면에 그동안 공연장을 거쳐간 작품 포스터들이 전시돼 있다.심혜진
"주민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배우고 창작하고 모임도 하는 열린 공간이 생기기를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앞으로 인천시민들의 친근한 공간, 우리 모두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랍니다."

2006년 10월 27일,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한 지하 공간은 100명이 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임승관 대표가 개관 축하 인사말을 하는 동안, 로비에는 미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기금 5만 원씩을 보탠 시민도 230여 명이나 됐다. 복합문화공간 '아트홀 소풍'(관장 문성욱·이하 소풍)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만 6년이 지났다. 그 사이 '소풍'은 100석 규모에 맞는 질 좋은 공연을 꾸준히 유치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아리들이 발표회를 열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대관했다. 또 전문예술단이나 예술인·동아리 구분 없이 해마다 여섯 팀을 선정해 3일 동안 무료로 대관하는 사업도 펼쳐왔다.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과 함께 기획한 축제 기간엔 무료공연을 열기도 했다.

시민 기금으로 만든 극장인 만큼 문화 혜택을 그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다. '소풍'은 지역 주민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극장으로 인지도를 높여갔다. 올해도 100일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공연이나 동아리 발표를 위해 극장을 운영했다. 해마다 극장을 찾는 관객(기획공연과 각종 발표회 포함)은 45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동시에 '소풍'을 운영하는 이들의 고민도 커졌다. 누적된 적자가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수익을 바라고 만든 공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달이 월세와 운영비를 메우기도 벅차다. 기자재 정비 등 공간 유지비용과 직원 3명의 인건비는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인천문화재단으로부터 1인 인건비와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받아 간신히 운영하고 있지만, 해결책으론 역부족이다.

강무성 운영팀장은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로 '소풍'을 만들었다. 지금도 그 뜻은 여전하고, 이에 공감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고 한 뒤 "하지만 지원정책은 줄어들고, 운영은 점점 더 어려워져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팀장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건 기획공연과 대관이다. 기획공연을 여는 데 필요한 최소 비용이 있다. 입장료를 2만원이라 가정했을 때, 100석이 가득 찬다 하더라도 수입이 200만 원이다. 공연비 지불하고, 조명이나 음향 인건비, 냉·난방비를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게다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극장은 프로그램비를 지원받아, 주민들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공연을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우리 공연이 비싸게 느껴지게 마련"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요즘처럼 먹고 살기도 힘든 시기에 동아리 활동을 하며 발표회를 여는 시민이 늘어날 거라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소풍을 찾는 이들을 생각하며 '한 해만 더, 한 해만 더' 하는 심정으로 버텨왔다"고 말한 강 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극장이 필요한 이유'를 강조했다.

"소풍은 민간이 운영하고 있지만, 취지와 활동 내용은 공공성을 띤다. 동아리 활동을 하는 시민이 발표회나 공연을 할 만한 공간이 거의 없다. 지자체에서 지은 문화시설은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절차가 까다롭고 규모도 적절하지 않다. 소규모 동아리들이 500석이 넘는 객석과 넓은 무대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어떤 각오로 2013년을 맞아야 할지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한다. 계속 가야할지, 여기서 멈춰야할지…"라며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곤 다시 말을 이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극장만큼은 아니어도, 최소한 극장이 운영될 수 있을 정도의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소풍은 지금보다 훨씬 더 주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고민을 계속 하겠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더 노력해야 하지 않겠나?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자유롭게 문화예술을 누리고 내일을 사는 힘을 얻기를 바란다. 거기에 '소풍'이 지역의 극장으로서 작은 역할이나마 해낼 수 있다면 좋겠다. 욕심이 있다면 그것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 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아트홀소풍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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