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림의 절경, 멀리 지평선 너머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 그랜드 캐니언 사우스림이 있다.
이강진
돌로 뒤덮인 시온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을 뒤로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난다. 다음 목적지는 유명한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이다.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그랜드 캐니언은 남쪽에 있는 캐니언(Grand Canyon South Rim)이다. 우리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길이므로 먼저 북쪽 캐니언(Grand Canyon North Rim)을 본 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남쪽 그랜드 캐니언을 가기로 했다. 서쪽에 있는 그랜드 캐니언도 좋다는데 거기까지 들르기에는 일정이 너무 촉박하다.
시온 국립공원을 나오니 휴게소(Rest Area)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식사할 수 있도록 돌로 깔끔하게 만든 테이블과 화장지까지 마련된 화장실도 있다. 점심을 해결하기에 좋은 장소다. 나무 그늘에 주차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나이 많은 부부가 한가로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또 다른 테이블에는 여섯 명의 여행객이 점심을 먹고 있다. 한국 사람임을 직감으로 알 수 있다. 테이블 가득히 차려 놓은 음식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음식을 나누는 모습이 한국에서 흔히 보던 모습이다. 간단한 샌드위치 하나로 점심을 대신하는 서양인에 비하면 잔칫상이나 다름없다. 하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행을 해도 먹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우리 민족이다.
우리가 점심 준비를 하는 동안 조금은 떠들썩한 식사를 끝낸 한국 관광객은 길을 떠난다. 봉고차 한 대로 같이 여행하는 모양이다. 요즈음은 관광지에서 한국 사람들을 자주 보기 때문에 이런 오지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예상 외로 그들이 떠난 테이블에는 밥풀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치워져 있다. 미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일까?
우리도 간단하게 이른 점심을 끝내고 기분 좋게 길을 떠난다. 오늘은 130마일(200킬로미터) 정도만 운전하면 되는 비교적 짧은 거리다. 다음 목적지에는 어떠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까?
도로에는 대륙을 횡단하는 화물 트럭과 캐러밴을 끌고 다니는 자동차가 많다. 끝없는 도로를 달린다. 지평선이 보이는 광야를 운전하다 보니 식곤증이 엄습한다. 졸음을 참으며 조금 더 운전하니 경치를 볼 수 있게 만든 전망대(view area)가 나온다. 꽤 높은 곳이다. 경치를 보는 것보다 일단 차 안에서 눈을 붙인다. 10분쯤 잤을까? 아내는 코까지 골며 잠을 잤다고 한다.
졸음을 이겨낸 몸으로 차에서 나와 경치를 본다. 꽤 높은 곳이다. 지평선까지 보이는 곳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사막의 거친 모습이다. 양희은의 '저 거친 광야에'라는 가사가 생각난다. 아주 멀리, 흙덩이로 둘러싸인 성곽 같은 모습이 보인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거친 광야이다.
노스림 그랜드캐니언 입구에 들어서면서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전개된다. 키가 큰 침엽수가 키 자랑을 하며 빽빽이 들어서 있고 넓은 초원도 있다. 초원에서는 까만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주위에는 아내가 좋아하는 들꽃이 만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