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섭 회장이 한 가닥 기대를 거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동안 박 당선인이 말해온 경제민주화·재래시장 살리기를 실현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조재현
홈플러스 측도 합정점 개점을 자제하며 현재까지는 재래시장 측과 상생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12년 5월부터 중소기업청의 중재로 양측은 지금까지 5차례 자율조정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진전된 내용은 없다.
지난 9월, 4차 회의 때는 합의점을 찾기 위해 상인 측에서 한 발 물러선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합정점 입점을 인정하되 매장면적(4300여 평)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정육·야채·과일·생선 등 1차(신선) 식품 판매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홈플러스 측도 1차 식품 매장 면적을 전체의 15% 미만으로 운영하고, SSM인 망원점을 3년 내에 철수하겠다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간판 등 노후시설 교체와 물류 배달 서비스 등을 덤으로 얹었다. 양측은 서로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회장에 따르면, 홈플러스 측은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 상인 측 대안을 반대한다"는 이유를 댄다. 상인 측은 "근본적 대안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합정점은 면적이 넓기 때문에 15% 미만이어도 시장 상인들에게 타격이 커요. 간판 교체나 배달 서비스도 이미 다 우리가 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 없고요. 우린 자잘한 대안은 싫습니다. 상인들이 재래시장이 가장 많이 취급하는 1차 식품을 배제해줘야 합니다."시장 상인들은 홈플러스가 들어서기로 한 주상복합건물 상인들과도 갈등을 겪고 있다. 건물 상인들이 "홈플러스만 믿고 들어왔는데 입점 자체가 불투명해져 매출이 형편없다"며 역으로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세를 얻어 매달 임대료를 내야 하는 사람들이니 우리와 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메세나폴리스 상인들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메세나폴리스 입점 상인들은 우리보다 가진 게 있는 사람들"이라며 "시장 상인들은 현재 가게 보증금을 가지고는 다른 곳에 가서 장사를 못할 정도로 어려운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점포 전반적으로 평균 매출이 20~30%로 떨어졌다, 이 상태에서 홈플러스가 또 들어서면 우리는 더 힘들어진다"며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박근혜 후보, 우리 시장 안 왔지만... 홈플러스 입점 철회 믿는다" 지금 조 회장이 한 가닥 기대를 거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다. 그동안 박 당선인이 말해온 경제민주화·재래시장 살리기를 믿는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경남 합천 출신이다. 이 지역은 박 당선인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낸 대구와 정치 성향이 비슷하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박 당선인을 "존경하고 좋아했다"며 "믿는다"는 표현을 수 차례 썼다.
"박 당선인께서 대통령 후보이실 때 우리 시장에 와달라고 부탁했었는데 오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박 당선인께서 다른 재래시장에는 많이 다니신 걸 보면 골목상권 관련 정책도 신경을 많이 써주시지 않겠나 싶습니다. 선친(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과, 박 당선인께서 그동안 쌓아온 정치 업적이 있잖아요. 다음 5년 동안 잘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조 회장은 "지역구 별로 대형마트 입점 숫자를 제한"하는 등 강력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 사실 가장 원하는 바는 하나다. "밖에 나가서 집회 열고 마이크 잡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장사하기도 바쁜 상인들이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대신 안하게끔" 박 당선인이 도와주길 기대하고 있다.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저지하는 일, 박근혜 당선인께서 꼭 해결해 줄 거라 믿습니다." 조 회장의 믿음과 다르게 일각에서는 새로 들어설 '박근혜 정부'를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된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박 당선인의 복지 확대 공약 폐기론이 고개를 드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과연 조 회장의 바람을 해결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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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존경하는' 박 당선인, 그의 바람을 해결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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