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사흘째인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윤창중 대변인이 간사단 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유성호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실제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그 안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모든 창구가 윤창중 대변인으로 단일화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윤창중 대변인의 입도 그리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인수위가 가동된 첫날 윤 대변인의 브리핑은 딱 3분뿐이었습니다.
이랬던 윤 대변인의 브리핑이 갑자기 20분으로 늘어납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박근혜 당선인의 말을 적은 발언록을 그대로 낭독했기 때문입니다.
윤창중은 박근혜 당선인의 입이 확실히 맞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하고, 하기 싫은 말은 하지 않는 박근혜 당선인의 어법이 그대로 윤창중의 입으로 옮겨진 것입니다(그는 애초 당선인 수석대변인으로 인선됐지만 논란이 되자 인수위 대변인으로 '보직'이 바뀌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를 출범시키자마자 보안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그 때문에 인수위원들은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으며, 인수위원들은 기자들을 피하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인수위원 대부분은 아예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않고 출근하거나 비서에게 휴대전화를 맡기고, 출근과 동시에 인수위 건물로 도망치듯 숨어버리고 있다고 합니다.
인수위원들이 기자들을 하도 피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이나 퇴근 시간에는 인수위원을 쫓는 기자와 쫓기는 인수위원 사이의 실랑이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한 인수위원은 기자를 피해 사이드 브레이크도 안 풀고 차를 출발하는 촌극까지 연출했다고 합니다.
박근혜를 위한 도구 '막말 윤창중'그렇다면 도대체 왜 박근혜 당선인은 철저하게 인수위원의 발언을 윤창중 대변인의 입으로만 통일시켰을까요? 그 해답은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했던 김지하의 입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지난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지하 시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김현정 :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인수위 인선하고 헌법재판소장 인사를 했는데, 어떻게 첫 단추는 잘 끼고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김지하 : 내가 보기엔 잘하고 있는 거예요. 그전에 우선 윤창중이라는 사람을 그 시끄러운 대변인으로 앉힌 게 잘한 거예요. 김현정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금 그 인사가 제일 문제다, 이런 얘기 나오는데. 김지하 : (웃음) 그건 야당 얘기고. 김현정 : 그런데 그 수준이 좀 막말 수준이어서요. 김지하 : 막말 수준이 나와야지 박근혜(당선인)가 막말하겠소? 그렇습니다. 정답은 막말은 윤창중이 하고, 박근혜 당선인은 뒤에서 숨어 그를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변인을 이용해 자기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막말'이기 때문에 어이가 없으며, 앞으로 있을 정권이 걱정되는 것입니다.
누리꾼이 게시판에 글을 쓰는 방식이나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수준을 논하는 시대에 관계 법령에 따라 국가 업무를 담당하는 대통령 당선인의 대외 공표 및 홍보 등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대변인의 수준에 대해 어찌 그냥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막말이 무기인 그가 국가에서 법으로 정한 조직에 속해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이 '막말' 하나로 출세한 정치인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언론 왜곡의 대가, 나에게 덤비지 마라?윤창중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영양가(기사로 쓸 만한 가치가)가 있는지 없는지 대변인이 판단한다"며 기자들의 반복적인 질문에 짜증을 내며 훈계를 했습니다. 이런 그가 자주 써먹는 말이 30년 정치부 기자 운운하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말을 아끼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30년 정치부 기자와 논설위원, 논설실장을 하면서 피부로 느낀 게 (언론이) 국가 요직에 대한 인선 때마다 엄청난 오보를 해서 결과적으로 언론의 신뢰가 상실되는 것을 아주 통감한 사람…(취재원과) 언론과의 신뢰가 형성돼야 그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언론관…"(프레시안 2013년 1월 7일) 윤창중 대변인의 말을 들으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가 기자를 훈계하는 이유가 자신이 했던 과거를 돌이켜서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는 그렇게 이용했으나 '너희는 감히 나에게는 하지 말라'는 뜻인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청와대에서 나온 뒤에도 권력의 단맛을 향유하려는 교묘한 속셈.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지금 노무현은 퇴임 후에 돌아가 살 성(城)을 쌓고 있다.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일개 촌을 자신의 성터로 상전벽해시키고 있다. 마치 전두환이 퇴임을 앞두고 경기도 성남에 고래등 같은 일해재단을 세웠던 것처럼. '물러난 뒤에라도 제발 조용히 살아줬으면'하는. 이렇게 눈 감아주고 싶은 사이 '노무현 캐슬'이 올라가고 있다" <문화일보 '노무현 캐슬' 칼럼 중(2008년 1월 31일 게재)> 윤창중은 2008년 문화일보에 '노무현 캐슬'이라는 칼럼을 쓰면서 봉하마을을 캐슬이라고 불렀습니다. 마치 왕이 퇴임하고 난 이후에 시골 영지로 내려가 성을 쌓고 권력의 단맛을 누리려는 교묘한 속셈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