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회장의 '절규', 어처구니가 없네요

대법판결을 그렇게도 인정하기 싫은가요?

등록 2013.01.13 17:28수정 2013.01.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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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신규채용은 사기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전환을 주장한다.

신규채용은 사기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 전환을 주장한다. ⓒ 변창기


<매일경제> 1월 9일자에 실린 현대차 김억조 부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저는 기가 막혔습니다. 남기현이란 기자가 올린 것으로 되어있었습니다. 제목부터가 저의 속을 확 뒤집어 놓았습니다.


'비정규직 논란…현대차 노무담당 부회장의 절규'라는 큰 제목 아래 작은 제목도 두개나 줄줄이 달아 두었습니다. "신입사원 고작 수백명 뽑는 마당에 8500명 다 정규직 전환하라니…" "비정규직 3500명 채용도 욕 무지 얻어먹고 한일" 속된말로 어처구니 없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절규라니요. 절규라는 표현이 7조원이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부회장에게 어울린다고 보시나요? 재벌기업 부회장이 절규한다면 대법판결에서 불법파견 판결 받고도 노동탄압을 받고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뭘 어찌해야 할까요. 현대차는 대기업이고 제조업으로서 파견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하여 노동자를 사용하는 건 불법인게 현행법입니다. 그러니까 현대차는 가해자이고요. 사내 하청업체를 통해 현대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불법파견 된 피해자입니다.

a 현대차 김억조 부회장의 절규? 거짓말 하지 마세요!

현대차 김억조 부회장의 절규? 거짓말 하지 마세요! ⓒ 변창기


그럼에도 현대차 김억조 부회장은 이렇게 절규했다지요?

"비정규직 35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한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각계각층에서 엄청난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노사 화합을 위해 내린 결단이다. 그런데 8500명을 한꺼번에 다 해 달라니 그게 말이 되나?"

저는 12년전인 2000년 7월 3일 멋도 모르고 현대차 사내하청업체에 들어가 일했습니다. 그 땐 가족의 생계가 달린 문제여서 찬밥, 더운밥 가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현대차 복장을 한 어떤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현대차 안에서 일할 생각 없느냐"고 하는데 반가웠지요. 당장에 밥벌이를 해야 할 입장인지라 다음날 서류 준비해서 그사람을 찾아갔어요.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으로.


절차도 간단했습니다. 현대차 현장 직책자들에게 면접을 보고 다음날부터 바로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제가 맡은 일자리는 적재하는 일이었습니다. 조립라인을 통해 조립된 자동차 부품이 라인을 타고 떠내려오면 다른 하청업체 노동자가 색칠을 하고 돌면서 색칠이 어느정도 마르고 저는 그것을 기계로 떠서 적재함에 14개씩 넣어 기계를 작동하여 보내는 작업을 했었습니다. 정규직이 저에게 일을 가르쳐 주었고 정규직 직책자가 작업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 일을 10여년 해오다 정리해고 당했지요.

2000년 6월, 현대차와 정규직 노조가 16.9% 선에서 사내하청업체 둬도 된다고 합의한 후 갑자기 하청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났고 비정규직 노동자 수도 1만여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현대차는 그 때 한꺼번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렸습니다. 그럼 한꺼번에 정규직 전환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게 왜 말이 안됩니까?


매일경제신문은 '김억조 현대차 부회장이 9일 매일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하면서 비정규직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현대차 노사 관계를 담당하는 노무총괄 부회장이다'고 소개하면서 김억조 부회장의 이야기를 글로 옮겼습니다. '김 부회장은 "지금까지 파견근로에 대해 법원이 불법 결정을 내린 것은 (울산에서 철탑 농성 중인) 최병승씨 한 사람뿐이다. 그것도 수년간 법정 공방 끝에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을 거쳐 결론이 났다'고 했습니다.

1월 13일로 최병승, 천의봉 씨가 철탑에 올라간지 89일째가 됩니다. 그들이 철탑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현대차에서 대법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갖은 꼼수로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아서입니다. 저는 최병승씨에게 부탁해서 그동안 소송경과에 대해 자료를 좀 달라고 했습니다. 그의 소송내역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병승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소송 내역

1)소송과정
- 원 고 : 최병승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
- 피고보조참가인 : 현대자동차(주), 예성기업
- 구제신청(부산지노위) 제기일 : 2005. 3. 17./ 2005부해84 / 최병승 외 89명
- 구제신청(부산지노위) 결정일 : 2005. 7. 19./ 현대자동차 각하, 예성기업 기각
- 재심신청(중노위) 제기일 : 2005. 8. 19. / 2005부해704
- 재심신청(중노위) 결정일 : 2006. 7. 12.
- 1심(행정법원) 제기일 : 2006. 8. 3. / 2006구합28055 / 최병승 외 14명
- 1심(행정법원) 종결일 : 2007. 7. 10. / 원고 패
- 2심(서울고등법원) 제기일 : 2007. 8. 9. / 2007누20418 / 최병승 외 14명
- 2심(서울고등법원) 종결일 : 2008. 2. 12. 항소기각 
- 3심(대법원) 제기일 : 2008. 3. 10. / 2008두4367 / 최병승 외 1명
- 3심(대법원) 종결일 : 2010. 7. 22. / 파기환송(일부)
-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 제기일 : 2010. 8. 3. / 2010누23752
-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 종결일 : 2011. 2. 10.
- 재상고심(대법원) 제기일 : 2011. 3. 16. / 2011두7076
- 재상고심(대법원) 종결일 : 2012. 2. 23.
- 재심신청(중노위) 재처분 제기일 : 2012. 3. 5. / 2012재부해12
- 재심신청(종노위) 결정일 : 2012. 5. 2. 

2) 주내용 및 결과
- 최병승은 2004. 3. 13.부터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의 근로자이다. 최병승에 대한 현대자동차(주) 노무수령 거부는 부당해고이다.

위 내용은 최병승 씨가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하기까지 과정 자료를 보낸 것입니다. 그럼에도 현대차 김억조 부회장은 "지금도 여러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불법으로 결론 난 게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마치 현대차에서 선심이라도 쓰는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전 세계 무대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노조 문제로 계속 논란이 야기되면 우리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 파견근로자 가운데 35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정규직 채용은 정규직 노조와 관련된 사항입니다. 현대차에서 일하다 정년퇴직이나 다른 결원이 생겨 신규채용 하는 것이지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정규직 채용 하는 게 아닌 것입니다. 대법원에서 지난 2월 23일 불법파견으로 최종판결나자 김앤장이라는 변호사 기업 대표를 불러 심하게 질타했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제가 10여년 근무하다 정리해고 당하기 전 현자노조는 이경훈 집행부 시절이었습니다. 그는 2009년 중순경 불법파견 문제로 기자회견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신분으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때 현자노조에서 내 준 자료를 본 기억이 납니다. 사내하청 노동자가 울산,전주, 아산 합하여 1만 3천여명이 되는 것과 울산만도 8500여명이고 그 중 고용의제에 해당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만도 6000여명이 넘었습니다.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인정한다면 고용의제에 해당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정규직 전환' 해주면 되는 것이고 고용의무에 해당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직접고용'으로 돌리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현대차 김억조 부회장은 "회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불법파견 인정 할 생각이 없음을 말해주는 주장이 아니고 뭘까요?

현대차는 지난해 13차 교섭에서 2010년 이후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사내업체 입사를 해주겠다고 제시안을 내놓았었습니다. 불법파견 인정하지 않고 비켜가겠다는 것이 아니고 뭔가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불법파견 투쟁을 해온 것을 지난 2003년 말 부터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동부에서 불법파견 판정했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 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더구나 2010년 2월 23일엔 대법원에서 현대차를 불법파견 기업이라고 결론까지 내린 상태입니다. 그러면 사내에 있는 불법파견 업체를 모두 폐업시키고 거기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되는거 아닌가요? 그런데 현대차 김억조 부회장 반응은 "현대차는 결코 불법파견 인정 못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말을 합니다.

"누가 해고자들을 안 뽑겠다고 했느냐. 해고자들은 아예 회사에 적이 없는 상태기 때문에 비정규직도 아니다. 그러니 먼저 원소속 하도급 회사에 다시 복직한 후에 비정규직 자격을 회복해서 정규직 채용 원서를 내면 되는 것이고, 그렇게 하면 우리가 서류심사 거쳐서 채용할 수 있다."

현대차 김억조 부회장의 '절규'는 이어졌습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파견근로를 금지한 곳을 찾아볼 수 없다. 동유럽권인 체코조차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독일 일본 등 다 허용한다. 미국은 아예 고용과 관련한 제한규정 자체가 없다"며 "오로지 한국에서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안타깝다."

게다가 김 부회장은 대법승소자인 최병승씨에 대해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법원 판결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최씨에 대해 정규직 발령을 냈다. 그렇게 했는데도 본인이 거부하면 그건 명백한 불법 업무 거부가 아니겠냐"

그러나 사실은 다릅니다. 저는 인사발령서의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인터넷에는 "현대차에서 최병승씨에게 현장에 들어와 일하라고 인사발령을 냈으나 최씨가 거절했다"고 하는 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인사발령서는 사내 전산망을 통해 올렸기 때문에 저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궁금하던 차에 패이스북 친구인 신임 민주노총 울산지역 본부장인 강성신씨가 자신의 패이스북에 인사발령서를 사진 찍어 올려둔 것을 발견했습니다. 현대차에서 최병승씨에게 보낸 인사발령서는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철탑농성을 끝내게 하려는 수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꼈습니다. 현대차의 인사발령서를 본 비정규직 노조 간부는 말했습니다.

"그게 무슨 인사발령서입니까? 장난치는 거지요. 정규직 전환 시켜주려면 최병승 씨가 일하는 곳에 들어가 일하라고 발령 내리면 되는데 그게 하나도 없잖아요. 발령 장소도 없어요. 그냥 '배치대기'로 되어 있잖아요. 최병승 동지를 철탑에서 내려오게 하려는 꼼수죠. 철탑만 없으면 현대차는 지금 진행시키고 있는 신규채용으로 대충 불법파견 문제 끝내자는 거죠. 최병승 동지가 8년 넘게 생고생 하고 있는게 왜 그런데요. 대법판결까지 갈 수 있었던 힘은 비정규직 노조 차원에서 대표소송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개별소송이라고 불법파견 자체를 축소, 은폐하려 하고 있잖습니까. 그것을 어찌 받아 들일 수 있겠습니까."

a "대법판결 이행하라!" 최병승, 천의봉 두 노동자는 그렇게 주장하며 90여 일째 철탑농성 중입니다.

"대법판결 이행하라!" 최병승, 천의봉 두 노동자는 그렇게 주장하며 90여 일째 철탑농성 중입니다. ⓒ 변창기


<아래 주소를 클릭하면 현대차에서 사내 전산망을 통해 올린 인사발령서를 볼 수 있습니다.>
http://www.facebook.com/#!/photo.php?fbid=408566082550780&set=a.127686233972101.30342.100001921759350&type=1&theater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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