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은 형식적으로 '누구든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하면서도, 정작 구체적 방법에서는 금지를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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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근본적인 문제는 선거법이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뒤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형식적으로는 누구든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선언하면서도, 정작 구체적 방법에서는 금지를 전제로 한다.
작가들에게 적용하려는 선거법 제93조 제1항도 마찬가지다. 매우 포괄적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명칭 또는 후보자 이름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고 정해놨다. 그러면서 선거법에서 정하는 방법만 예외로 인정한다. 선거일 6개월 전부터 선거일까지 제한하는데, 보궐선거까지 포함되므로 금지 기간도 대단히 길다.
뿐만 아니다. 금지조항 대부분은 "누구든지 선거법에 규정되지 않은 방법으로 ~을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원칙적 금지 구조를 취한다.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민들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 표시를 마치 '위험하고 해로운 행위'인양 취급한다.
이런 원천적 금지 방식에서는 규제 내용이 복잡해지는 문제도 생긴다. 만일 금지되는 행위들만 명확히 열거했다면, 누구든지 그것만 하지 않으면 되겠다고 미리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행위를 여러 조항 구석구석에 흩어놓으면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 구별하기 어렵다. 심지어 전문가 사이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선관위 유권해석을 둘러싸고도 논란이 분분할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려면 걱정이 앞서게 된다. 유권자는 갈피를 잡기 어려운 처벌규정 앞에서 주눅 든다. 차라리 침묵하고 만다.
축제를 보장하는 유권자 중심의 선거법이 돼야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올림픽·월드컵처럼 다시 찾아온다. 다음 선거도 지금과 같은 규제 아래서 치를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언로를 막는 법 제도에서는 축제가 열리기 어렵다. 처벌을 각오한 사람들만 입을 연다면 대립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소심한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까지 어우러져야 아름다운 화음을 들을 수 있다.
이제 우리도 예외로 금지되는 행위만 분명하게 나열하는 유권자 중심의 선거법을 가질 때가 됐다. 그것이 작가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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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다지만 제한 많은 선거법, 이게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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