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먹는 것이 바로 시마. 옥수수가루를 쪄서 만든 것으로 말라위 농촌지역의 주식이다. 손으로 뭉쳐 주물러 먹으면 쫄깃해진다.
열매나눔
옥수수는 척박한 땅에서도 참 잘 자라는 작물이다.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에서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을 만하다. 이런 이유로 옥수수는 많은 사람이 심고 있으며 부가가치가 낮다. 말라위에서는 화폐단위로 콰차(Kwacha)를 사용하는데, 옥수수의 평균 시세는 40콰차 정도. 이 정도라도 받으면 나은 편이고 수확기(5월)가 되면 공급이 대폭 증가하니 시세는 20콰차까지 뚝 떨어진다.
그렇다면 마을 사람들은 왜 담배나 콩처럼 더 부가가치가 높은 작물을 심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라고 열매나눔의 이명상 농업사업 담당 매니저는 말한다. 옥수수를 심으면 설령 수확물을 팔지 못할 경우에도 남은 것을 가족의 식량으로 삼을 수 있다. 당장 오늘 굶지는 않을테니 그나마 안심이다.
한국 사람 밥심으로 산다고 하듯 이곳 주민들에게는 옥수수가 삶 그 자체다. 헐값에 팔아야 하긴 하지만 늘 차를 몰고와서 옥수수를 사가는 중간 유통업자들이 있으니 팔기도 쉽다. 반면 콩과 담배는 재배하기가 까다로워 한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수확기만 기다리며 보릿고개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가족들은 말 그대로 굶어 죽게 될 거라는 두려움. 이 두려움이 옥수수를 계속해서 재배하게 하는 것이다.
정보 부족과 낮은 시장 접근성이 두려움은 '내가 맞서고 있는 것의 실체를 모른다'는 데서 기인한다. 이곳 주민들은 생계와 연결된 기본적인 정보조차도 얻지 못하고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마을에 컴퓨터며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이 있을까? 마을 사람들은 농산물 유통과 관련된 그 어떤 정보도 없이 농사를 짓고 있다. 옥수수의 시세가 얼마인지, 누구에게 팔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콩이나 담배는 얼마나 더 비싸게 팔 수 있는지, 콩 재배에 성공한 사람은 어떻게 했는지 알면 좋겠는데, 그런 정보를 얻으려면 멀리 떨어진 도시의 장터로 나가야 한다. 그런데 거기까지 갈 교통편이 없다. 말라위는 현재 수도에도 대중교통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우마차를 빌릴 수는 있으나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낸다. 도시까지 힘들게 나가 더 비싸게 쳐준다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한들, 무거운 옥수수를 옮길 운송비가 없다. 문제는 이렇게 산 넘어 산이다.
눈에 보이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알 수 있었다는 농기구 부족. 농기구 없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마을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는 괭이 하나뿐. 농사를 짓는데 필수적인 삽, 호미, 낫 등이 없기 때문에 이들의 농업활동은 비효율적이고 그 활동의 한계를 쉽게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의존형 농업, 가난의 악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