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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노조 위험인물' 찍어 주변인물도 감시

[헌법 위의 이마트 ①] 34명 수년간 '히스토리 관리'... 이마트 "한 직원의 오버"

등록 2013.01.15 12:01수정 2013.01.1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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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오마이뉴스>는 최근 유통업계 1위인 신세계 이마트의 인사·노무 관련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사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힘든 수준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이마트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은 보장돼야 한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으로 집중기획 '헌법 위의 이마트'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1월 16일 오전 9시50분]

 전수찬 이마트 노조 위원장은 "회사에서 나에 대한 동향보고를 하는 것은 알았지만,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면서 "회사가 이정도로 사원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전수찬 이마트 노조 위원장은 "회사에서 나에 대한 동향보고를 하는 것은 알았지만,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면서 "회사가 이정도로 사원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고 말했다.남소연

무노조 정책을 고수해온 신세계 그룹 이마트(대표이사 허인철)에 지난해 10월 말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가운데, 회사 측이 노조 결성 수년 전부터 노조를 만들 가능성이 높은 '문제 인물' 세 명을 지목하고 그들과 친한 사내 주변 사람들까지 지속적으로 감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노웅래·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과 함께 입수한 이마트 내부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이마트 내부 자료는 본사에서 노무 업무를 담당하는 이아무개 과장이 상급자 및 업무 관련자들에게 보낸 이메일과 첨부파일들이다. 이 과장은 지난해 말 노조의 1인 시위 활동을 노골적이고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지침 메일을 각 지점에 보내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과 동일인이다(지난해 KBS 관련 보도 보기 / 지난해 오마이뉴스 관련 보도 보기). 이마트 측은 문제의 내부 자료가 이 과장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과잉행동이라고 해명했다.

자료를 통해 확인되는 감시 사원은 '문제 인물'을 포함해 총 34명이다. 모두 '문제 인물'과 자주 대화하는 모습이 목격되거나, 술자리를 하거나, 심지어 이성교제를 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어서, 사적 기업이 할 수 있는 인사 관리 수준을 넘어 인권 침해 및 실정법 위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중에는 전수찬 위원장 등 이번에 노조를 세운 세 명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전혀 관련되지 않은 인물이 더 많았다. 이마트가 찍은 '문제 인물' 세 명 중에도 노조와 관련되지 않은 인물이 있었다.

특히 자료에는 "향후 어떤 시점에서 이들이 세력을 결집한다고 하면, 징계나 해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어, 노조 결성(2012년 10월 24일 창립총회, 29일 설립필증 교부) 전후에 단행된 해고 및 강등 인사가 훨씬 이전부터 계획된 수순이었음을 뒷받침한다. 이마트 내부 자료들은 노조가 결성되기 1년 4개월 전인 2011년 6월에 작성된 것이다.

현재 이마트 노조를 세운 세 명 중 두 명은 해고됐으며, 한 명은 강등 발령을 받은 상태다. 전 위원장은 노조 설립 직전 원거리 지방 발령 후 노조 결성 약 20일 만에 해고됐고, 김아무개 회계감사는 노조 창립총회 전날 해고됐다. 이마트 측은 인사 조치가 노조 설립과는 상관없이 허위사실 유포 및 무단결근, 개인 비위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마트 내부 자료는 "노조 와해를 위한 부당노동행위"라는 노조 측의 주장에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전 위원장 등은 현재 해고의 적법성을 놓고 다투고 있다.


2011년 6월 14일 이메일 "최대의 적과 친분 있는 인력 히스토리 관리 필요"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마트 내부 자료. 인사담당기업문화팀 이아무개 과장이 2011년 6월 14일 작성한 이메일에는 회사측이 노조 결성 수년 전부터 노조를 만들 가능성이 높은 '문제 인물' 세명을 지목하고 그들과 친한 사내 주변 사람들까지 지속적으로 감시해온 사실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이마트 내부 자료. 인사담당기업문화팀 이아무개 과장이 2011년 6월 14일 작성한 이메일에는 회사측이 노조 결성 수년 전부터 노조를 만들 가능성이 높은 '문제 인물' 세명을 지목하고 그들과 친한 사내 주변 사람들까지 지속적으로 감시해온 사실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고정미

2011년 6월 14일 오후 12시 19분 이마트 본사 인사담당기업문화팀 이 과장은 상급자인 윤아무개 파트장을 비롯해 노무 담당자 14명에게 '필독'이라고 말머리를 달아 이메일을 보냈다. 제목은 'MJ 인력 히스토리 관리 진행 관련'. 여기서 'MJ'는 '문제'의 약자다. 본문에는 이렇게 적었다.


저희의 최대의 적인 월마트 3인(전수찬, 최◯◯, 김◯◯) 및 이와 친분이 있는 인력에 대한 히스토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당연히 생기면 안되겠지만, 혹여 향후 문제가 발생된다면 이들의 연합세력일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는 판단입니다. 향후 어떤 시점에서 이들이 세력을 결집한다고 하면 징계나 해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히스토리를 조용하게 지속적으로 관리 및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전에 보내드린 월마트 3인방 친밀도를 보시고 권역 내 해당 사원이 있으시면 이들의 히스토리를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관리해 주시기 바랍니다.(10년 11월 버전이어서 현재 제일 앞장만 수정했으니 참고바랍니다.) 혹여 추가적으로 친분 관계를 아시는 것이 있으시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수고하십시오.

이 과장은 이메일에 '월마트 출신 MJ 3人 친밀 관계도'라는 엑셀 문서를 첨부했다. 제목과 본문에 '월마트'가 등장하는 이유는 '최대의 적'이라고 지칭한 전수찬씨와 최아무개, 김아무개씨가 월마트에 입사했다가 이후 월마트가 이마트에 인수합병되면서 이마트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문제 인물'과의 친밀도 상-중-하로 분류... 상세한 정보 관리

 이마트가 작성한 '월마트 출신 MJ 3인 친밀 관계도' 문서. 노조를 만들 가능성이 높은 인물 세명을 지목하고 각각 친한 인물, 두사람과 친한 인물, 동기모임 등으로 분류해 놓았다.
이마트가 작성한 '월마트 출신 MJ 3인 친밀 관계도' 문서. 노조를 만들 가능성이 높은 인물 세명을 지목하고 각각 친한 인물, 두사람과 친한 인물, 동기모임 등으로 분류해 놓았다.고정미

엑셀 문서에는 퇴사자 4명을 포함해 총 34명에 대한 관계 및 정보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전수찬-최아무개와 공통적으로 친한 인력', '전수찬과 친한 인력', '최아무개와 친한 인력', '김아무개와 친한 인력', '월인회(월마트 인천지점) 모임 멤버'로 분류되어 있었다. 각각은 이름과 사진, 직급, 현 근무 점포와 발령일, 직책 등과 함께 개인성향이 서술되어 있었으며, '월마트 3인'과의 친밀도가 상-중-하로 분류되어 적혀 있었다.

'개인성향' 항목에서는 평소에 지근거리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감시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A◯◯ : 전수찬과 친하게 지내고 있으며, 두 명이 점포 외곽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자주 목격됨.
B◯◯ : □□□와는 사이가 좋지 않으며, 전수찬과는 개인적인 자리를 가지는 것으로 파악됨.
C◯◯ : △△점에서 □□□와 같은 팀에서 근무했으며 △△점에서 사이가 급진전됨.
D◯◯ : □□□의 영향으로 회사에 대해 불평불만이 많으며 부정적인 성향으로 변함.
E◯◯ : 술자리에서 □□□를 만나 형으로 부르며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임.
F◯◯ : 현재도 □□□와 연락하는 관계로 확인됨.

최소 2010년 11월부터 감시... 지속적인 정보 갱신

 이마트가 작성한 내부 직원 감시 자료 일부. 여기에는 평소 지근거리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감시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적혀 있으며, '문제 인물'과의 친밀도를 상·중·하로 분류해 기록해 놓았다.
이마트가 작성한 내부 직원 감시 자료 일부. 여기에는 평소 지근거리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감시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적혀 있으며, '문제 인물'과의 친밀도를 상·중·하로 분류해 기록해 놓았다.고정미

이마트는 언제부터 이런 감시를 해왔을까? 위에서 밝혔듯이 이메일 본문에 "10년 11월 버전"이라고 적혀 있고, 첨부파일명이 '101129 월마트 MJ 3인 친밀도 관계 파악(2).xls'인 것으로 볼 때, 최소 2010년 11월부터 이런 파일을 작성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 시점이면 전 위원장 등이 이마트 노조를 결성하기 무려 2년 전이다. 자료로 확인된 시점이 그렇다는 것으로, 실제로는 그 이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보는 지속적으로 갱신된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MS워드로 작성된 또 하나의 이마트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이 자료는 위 메일이 보내진 시점보다 열흘 뒤인 2011년 6월 24일 작성된 것으로, 같은 인물들에 대해 최신 정보가 훨씬 풍부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G◯◯ : 최종 면담은 6월 23일 오전에 진행하였으며, 2~3일에 1회 지원팀장이 면담 진행하며 정서관리 중임. … 최근 관심사는 결혼문제이며, 고모 및 인척에도 농담반 진담반 형식으로 주선을 부탁하였고….
H◯◯ : 현재 취미로 낚시를 즐기고 있으며… △△점 동료들과 어울리고 있으며 자주 어울리는 소수의 동료 중 낚시 동행하는 것으로 판단됨. ※ △△점에서 함께 낚시를 즐기는 동료(휴무가 같을 것으로 판단됨) 확인 필요함.
I◯◯ : 지난 6개월간 지켜본 결과 주위의 동조 세력이 없이는 혼자서 NJ(노조) 등 모험을 할 위인이 못되며 특히 자녀 생각을 많이 함.

전수찬 위원장 "나와 친하다고 이 정도로 감시... 경악"

전수찬 이마트 노조 위원장은 "회사에서 나에 대한 동향보고를 하는 것은 알았지만,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면서 "회사가 이 정도로 사원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에 따르면, 자신을 포함해 이마트가 '문제 인물'로 찍은 세 명은 평소 회사 측에 문제제기를 많이 해온 사원들이다. 전 위원장은 "그런 이유로, 또 그들과 친하다는 이유로 이런 일을 당해도 되느냐"면서 "상황이 이런 지경인데 어떻게 노조를 만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이마트의 행위는 영업상의 필요성 내지 개인정보의 수집 목적과 이용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며 "인간의 존엄성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불가침 보장이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권 변호사는 "명백히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조 결성을 봉쇄하기 위한 지배·개입으로서 노조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이마트 "직원 개인의 오버"

<오마이뉴스>가 확보한 내부 자료에 대해 이마트 측은 이메일을 보낸 이아무개 과장 개인의 과잉행동이라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직원들 인사관리 차원의 정보 관리는 할 수 있고 어느 회사나 하고 있고 있는 것"이라면서도 "인맥도를 만들었다는 것이 문제인데, 해당 직원이 오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게 문제가 돼서 인사관리팀장에게까지 보고되어 (사내에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통합당 노웅래-장하나 의원,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인 서비스연맹, 민변, 참여연대는 16일 오전 10시 30분에 국회에서 '이마트 직원 불법사찰 폭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유통 재벌 신세계-이마트는 어떤 회사?... 대형마트 부동의 1위
이마트 제호 앞에 붙은 수식어는 '대한민국 1등 할인점'이다. 말 그대로 이마트는 대형마트 업계 부동의 1위다.

신세계는 롯데, 현대백화점 등과 더불어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해왔다. 1930년 문을 연 미스코시 경성지점(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1955년 동화백화점을 거쳐 1963년 삼성그룹에 편입되면서 오늘날 신세계백화점으로 거듭났다. 전국 10개 점포를 가진 신세계백화점은 롯데쇼핑, 현대백화점에 밀려 백화점 업계 3위에 머물고 있지만, 1993년 국내 최초 대형마트인 이마트 창동점을 열면서 몸집을 불려왔다.

이마트는 2006년 월마트 인수에 힘입어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빅3'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12년 4월 현재 이마트 점포는 국내 142개에 이르고, 1997년엔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현지에 16개 점포를 가지고 있다. 2009년엔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 사업에도 진출했고, 2011년 5월 킴스클럽마트 53개 점포 인수에 힘입어 현재 100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 5월 (주)신세계에서 이마트가 분할되기 이전인 2010년 말 기준 매출은 13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에 이른다.

신세계백화점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사실상 이끌어오다 1997년 삼성그룹에서 공식 분리했다. 현재 이명희 회장 자녀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이 그룹을 실질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사로는 이른바 '재벌 빵집' 논란을 불러일으킨 신세계SVN(전 조선호텔베이커리)을 비롯해 조선호텔, 신세계건설,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푸드, 광주신세계, 신세계첼시, 신세계인터내셔널, 스타벅스코리아 등이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신세계-이마트의 문어발 확장은 경제민주화 흐름 앞에 잠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신세계는 지난해 10월 계열사 빵집과 피자집을 밀어주는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 40억 6100만 원을 부과받은 데 이어 경제개혁연대 고발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신세계-이마트는 삼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 회사답게 무노조 정책으로도 유명하다. / 김시연 기자


#이마트 #헌법 위의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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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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