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23일 대법판결.서울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이 난다고 해서 많은 조합원이 참석 했습니다. 왼쪽은 전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 이상수 씨, 오른쪽은 지금 철탑위에 올라가 농성중인 천의봉 사무국장.
변창기
철탑농성장에는 집에도 못가고 철탑을 지키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습니다. 대부분 지난해 2월 23일 대법원 판결 이후 "대법 판결 이행하라"며 투쟁을 벌이던 이들입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최병승씨의 대법 판결 승소에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저보다 나이로 보면 20년이나 젊은 그들은 아직 혈기가 왕성합니다. 그런 '뜨거운' 노동자들이 "이번에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말겠다"는 각오로 버티고 있습니다.
가끔 전국 단위나 지역단위 집회가 있는 날이면 진보정당이나 여성단체에서 떡국이나 국밥으로 저녁을 해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일에는 농성자들끼리 저녁식사를 해먹어야 합니다. 지난 14일, 어둠 속에서 농성장을 지키는 노동자들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농성자 중에는 미혼자도 있고 기혼자도 있었습니다. 기혼자들은 집을 오가며 이따금 반찬도 챙겨옵니다. 미혼 농성자를 위해서 말입니다. 공장별로 순번을 정해 철탑농성장을 지키기도 하고, 열성 조합원은 스스로 천막에서 자며 현장을 지키기도 합니다. 그중에는 가정이 있는 여성 노동자도 있어 가끔 집에서 먹거리를 싸들고 와 철탑 농성자에게 주기도 합니다.
저는 저녁에만 잠시 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저녁식사를 할 수 없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먹지 않습니다. 미안해서지요. 저는 집에 가서 먹으면 되거든요. 저는 그곳에서 한 시간 넘게 있다가 찬거리 준비가 다 돼 갈 무렵 슬그머니 옆으로 빠져 집으로 향합니다. 민폐가 될 것 같아 간다는 말도 없이 그냥 나오는 겁니다.
어두워진 농성장에 낯선 남성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