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 사진이 래핑된 버스에 문 후보 사진을 당직자가 떼어내고 있다.
이승훈
수평적 네트워크 선대위라는 신기루... "우린 김무성에게 졌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어야할 선대위가 초보적인 실수를 거듭한 것은 권한과 책임이 모호한 선대위 구조에서 비롯됐다. <오마이뉴스> 기자가 만나본 다수의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은 '세 가지' 즉, 책임자, 결정권자, 전략가가 없는 선대위였다고 입을 모았다. 민주캠프에서 일한 한 관계자는 "근본 없는 수평조직의 폐해"라며 "문제가 생겨도 책임 질 사람이 없고 '내가 하겠다'고 나서는 이 하나 없었다"고 꼬집었다.
출범 당시 '용광로'를 표방한 선대위는 공동선대위원장에만 10명의 인사를 기용했다. 계파를 아우른다는 명목 하에 20 명의 의원에게 각종 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겼다. 여기에 핵심 요직인 전략본부장·상황실장·비서실장·공보단장도 세웠다. 그러나 이들 중 그 누구도 주도적으로 나서 선거의 흐름을 읽고, 큰 방향의 전략을 짜고, 캠프를 조직하고, 긴급 상황을 조정하지 않았다. '선장 없는 배'는 그렇게 표류했다.
선대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우린 김무성에게 졌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맡은 김무성 전 의원처럼 전면에 나서 "내가 책임질게"라고 말하며 핵심 사안을 결정하고 교통정리에 나선 인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선대위의 신속 대응 능력은 떨어졌다. 후보가 모든 사안을 보고받고 정리하는 역할까지 떠맡아야 했다. 선대위에 참여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선거를 진두지휘 했어야 했는데 선대본부장단 회의에도 일사분란함은 전혀 없었다, 한 관계자는 선대본부장단 회의를 보고 '봉숭아 학당'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이들을 선생님(문재인 전 후보)이 나서 정리해야만 했다는 설명이다.
손학규 상임고문, 김한길 전 최고위원,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이 '김무성'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었지만, 계파 갈등에 밀려 자의·타의로 주요 역할을 담당할 수 없었다.
민주캠프·시민캠프·미래캠프로 3분화된 캠프 운영도 문제였다. 애초 의도했던 유기적 협력관계에서 나오는 시너지는 없었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시민캠프가 주관하는 일에 대해 평가하는 보고서를 쓰려고 했더니, 싸움난다고 하지 말라더라"라며 "'곪아 터져서 문제 생길 때까지 놔둬라'라는 게 윗선의 지시였다"고 토로했다. 캠프 간의 알력다툼도 존재했다. 민주캠프에서 만든 콘텐츠를 시민캠프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 조차 녹록하지 않았다고 한다. 캠프 내부에서 생산한 콘텐츠가 아니면 '우리 것이 아닌데 왜 올리냐'며 며칠 동안 반영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관계자는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캠프를 하나로 합쳐서 싸우면서 갔어야 했는데 '우린 우리끼리 간다' 기조가 팽배했다"고 말했다.
선대위 기획본부장을 맡았던 이목희 의원은 "캠프를 세 개로 나눈 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연관성을 높이지 못한 게 문제"라며 "세 캠프의 활동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전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선장 없는 배'로 방치된 선대위...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