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들 "이동흡, 헌법 누더기 만들까 걱정"

서기호 "헌재소장 노리고 정치권 줄 대"... 이재화 "말단 자격도 없는데"

등록 2013.01.15 20:10수정 2013.01.1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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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양파껍질 벗기듯 연일 터져 나오는 자격 시비·도덕성·불법 의혹 등으로 정치권으로부터 자진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 법조인도 심각한 우려를 잇달아 표명하고 있다. 심지어 "헌재소장이 아니라 말단 공무원자격도 없다", "헌법을 누더기로 만들까 걱정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특히 판사 출신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15일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하는 시절부터 이미 헌법재판소장 자리를 노리면서 정치권에 줄을 대는 행위를 해왔고,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박근혜 후보의 입맛에 맞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출신인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는 일본군 위안부의 인간 존엄과 가치에 대해 국가가 보호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며 "우리는 '이런 분'을 대한민국 최고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최고봉, 국회와 정당 그리고 대통령마저도 통제하는 헌재소장 후보자로 청문 절차를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기호 "대통령 당선 가능성 높았던 박근혜 후보 입맛에 맞는 행동"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인 서기호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청문위원과의 기자회견에서 "판사 출신으로서 최근 법원의 분위기를 전하겠다"며 "이동흡 후보자가 (헌재소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헌법재판소에 근무하는 분들 사이에서 굉장히 탄식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속칭 '멘붕'(멘탈붕괴) 상태에 빠졌다는 말도 있다"고 심각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그만큼 이동흡 후보자는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후보도 아닐뿐만 아니라 법원 내에서, 헌법재판소 내에서 같이 근무하는 분들 사이에서도 존경받지 못 하는 분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특히 "헌법재판소장이 되려고 하면 적어도 법률가로서의 본분에 충실해야 하고, 법률가로서의 다른 영역 즉 정치권에 줄을 대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됨에도,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으로 근무하는 시절부터 이미 사실상 본인이 헌법재판소장 자리를 노려 정치권에 줄을 대는 행위를 해왔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증거로는 바로 헌법재판관에서 퇴임했음에도 본인의 짐을 그대로 헌법재판소에 보관시켰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시 돌아올 텐데 왜 짐을 빼느냐'고 말을 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제시했다. 이동흡 헌법재판관은 작년 9월 14일 퇴임했다.

그는 또 "아랫사람에게는 가혹하고 윗사람에게 아부하는 전형적인 출세 지향적인 인물들이 과거에 공직자로 선출되는 일들이 많았는데, 특히 이동흡 후보자는 그런 점이 심하다는 평판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동흡 후보자의) 여러 가지 친일 성향의 소수의견이라든가, 기본권 보장에 있어 소홀하게 했던 판결 성향에도 굉장히 문제가 많고, 또 여러 가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도 지적하고, 기본적으로 법률가들 사이에서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근무하는 판사들 사이에서도 존경받지 못하는 그런 측면을 특별히 더 부각시킬 것"이라고 인사청문회 전략을 예고했다.

최재천 "위안부 인간 존엄과 가치 부정한 '이동흡' 인사청문절차 진행" 개탄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최재천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이동흡 후보자는 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모든 수입과 지출 등 재산변동이 공개되는 재산공개대상"이라며 "재산형성 과정이 지극히 투명해야 함에도 지금 헌재에서 근무하는 동안 최소 2억에서 많게는 5억 내지 6억까지 돈이 남아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 어디서 받았는지 아니면 혹여 업무추진비나 불법적으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비리가 있었는지를 박범계 의원이 제기한 문제 제기에 대해 이동흡 후보자는 각종 자료와 증거를 통해 충실히 밝힐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은 "이 후보자 내외의 유일한 소득원인 봉급을 모두 저축한다고 해도, 기본 생활비와 삼녀의 유학비용, 자동차 구입 비용 등을 감안하면 헌법재판관 재직 6년간 2억 원 가량 출처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다"고 해명을 요구했다.

최 의원은 "이 문제는 단순히 후보자 개인의 명예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박홍근 위원께서도 보도자료를 통해 첫째와 셋째의 증여세 탈루 의혹, 부인의 금융실명제 관련 의혹 등 지금 온 가족이 위법과 불법의 경계 선상에 놓여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저희들은 이미 헌법재판공보에 공개돼 있는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료를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니까, 그 이상 의혹에 대해서는 이 후보자가 빠른시일 내에 답변해 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최재천 의원은 "87년 헌법재판소를 만들어 15년 동안 헌재를 이끌어 왔다. 2012년 여름에 헌법재판소 15년을 기념해서 한국헌법학회가 '헌법 판례 100선'이라는 책을 낸 게 있다. 그때 일본 위안부 판결도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군 위안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대해 국가가 과연 보호할 의무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간통에 대해서는 갑자기 진보인양 개인의 권리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중요하다고 이런 식으로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특히 "우리는 지금 이런 분을 대한민국 최고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최고봉, 국회와 대통령마저도 통제하는 정당마저도 통제하는 헌법적 통제 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청문절차를 진행하려고 있는 것"이라며 "언론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산하 제5정조위원장 자격으로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최재천 의원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왜 부적격자인지 조목조목 꼬집었다.

변호사 출신인 정성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동흡 후보자는 헌법재판관 시절) 여러 결정문의 소수의견에서 드러나듯, 극우편향적인 가치관은 물론 국민정서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친일적 국가관의 소유자로 보인다"며 "더구나 후배 법조인들로부터 공사구분도 못하는 '벙커'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던 인사다"라고 비판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한 마디로 최고사법기관의 수장으로서 부적격일 뿐만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기본적 자질이 결여된 무자격자다"라고 강한 돌직구를 던졌다.

변호사와 법대교수들 "특권의식 젖은 이동흡 후보, 헌재소장 절대 안 돼"

정치권이 이렇게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인사청문에서 현미경 검증을 벼르고 있는 가운데 법조인들도 심각한 우려를 잇따라 표명했다.

변호사 출신 이종훈 명지대 법대교수는 15일 트위터에 "요일제 피하기 위해 관용차 바꿔 달라고 하고, 검찰에 골프 부킹 부탁하고, 행사에 삼성협찬 강요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런 분은 절대 헌법재판소 소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최고법규인 헌법재판을 다루는 최고책임자가 이런 특권의식에 젖어 있다면 어떻게 공명정대한 재판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헌법재판소장 '불가' 판정을 내렸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교수도 이날 트위터에 "'보수' 법률가 중에도 합리적이고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들 많은데 왜 하필이면 이런 분을..."이라고 씁쓸해 하며 "이동흡 후보자, 증여세 탈루, 협찬기업(삼성) 과징금 취소, 검찰에 골프부킹 지시 등 '비리와 불법의 백화점'"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동흡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 재직할 당시인 2011년 10월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조치 1·2·9호와 유신헌법 제53조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맡은 주심으로서 공개변론을 열고도 작년 9월 14일 퇴임할 때까지 평의와 선고를 미뤘다는 법조인들의 질타도 쏟아졌다.

이재화 변호사는 이날 트위터에 "이동흡 후보자, (헌법재판관 당시) '긴급조치 헌법소원' 주심 때 공개변론 뒤 퇴임할 때까지 (이강국) 헌재소장의 재촉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평의와 선고를 미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박근혜 후보를 의식한 매우 정치적 행태를 보인 것. 이때부터 차기 헌법재판소장 자리 노렸나?"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이동흡, 수원지방법원장 시절 검찰에 '앞으로 우리 골프 부킹은 책임지시라'고 했다는 보도. 송년회 삼성전자 물품 협찬에, 관용차 2대 배차에, 친일 판결에, 검찰에 골프부킹 지시까지..."라고 혀를 차며 "이동흡, 헌재소장이 아니라 말단 공무원 자격조차 없는 자이다"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그러면서 "(이동흡 후보자 헌재소장 부적격 이유) 1. 기본권 중요성 인식 없다. 2. 국가주의적 사고 가진 자다. 3. 공권력 견제 의지 없다. 4. 정치적 편향성 가진 자다. 5. 최소한의 도덕성과 청렴성 없는 자다"라고 부적격 이유 다섯 가지를 꼽았다.

긴급조치와 유신헌법 논란과 관련, 변호사 출신인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이동흡 헌재소장 내정자. 긴급조치 1·2·9호와 유신헌법 53조 헌법소원 주심 재판관으로 '유신헌법은 국민투표로 확정된 헌법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지 않으냐'고 발언. 위헌 판단도 보류"라고 지적하며 "이번 인사가 주는 메시지가 심각하고 무겁게 다가옵니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전 의원은 노무현 참여정부에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다.

방점을 찍은 것은 부장검사 출신인 송훈석 민주당 의원. 송 의원은 15일 트위터에 이동흡 후보자 관련 기사를 링크하며 "헌법을 누더기로 만들까 걱정되네요"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동흡 #서기호 #헌법재판소장 #최재천 #이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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