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실정에 맞는 사회민주주의 입문서

조원희 국민대 교수와 정승일 정책위원 공저 <사회민주주의 선언>

등록 2013.01.17 11:59수정 2013.01.1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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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서도 내놓기 힘든 정책들을 최근 새누리당이 과감하게 내세우고 있다. 오늘(1월 11일) 연합뉴스를 보니 "박 인수위, 경제는 '독일식', 복지는 '스웨덴식'이라는 기사가 떴다. 경제는 특정 분야에서 세계 시장 1~3위를 달리는 중견 기업을 히든챔피언으로 키우고 복지는 '교육-노동-복지'가 상호 선순환되는 스웨덴식 복지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그 추진 주체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상관없이 고무적인 일이다. 한때 '사회'라는 말은 '공산주의'를 연상시켜 이 땅의 반공주의 정서상 사용하기 부담스러운 용어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 반공의 맹주였던 새누리당이 '사회민주주의'의 메카인 스웨덴식 복지를 추진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나서는 상황이다. 물론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어쨌건 복지는 그 만큼 이미 우리 사회 담론의 상수가 되었다.
a 사회민주주의 표지 사회민주주의 표지입니다.

사회민주주의 표지 사회민주주의 표지입니다. ⓒ 홍순종

중요한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가치와 정책이 과연 그들 정체성에 부합한가 그리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가 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복지' 등은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주요 개념들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경제민주화'는 자본에 대한 통제, 특히 대자본에 대한 통제의 개념으로 협소하게 쓰이고 있으며, 복지는 국민 모두가 권리로서 누리는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베푸는 시혜성 개념으로 사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최근 '홍진북스'에서 출간된 <사회민주주의 선언>이라는 책을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정당인 새누리당 마저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북유럽식 복지가 진정 이 땅에서 실현되게 하기 위해서는, 그 견제와 감시의 책임이 있는 시민으로서 그 맥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회민주주의 선언>은 우리나라의 진보적 시민단체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이끌어온 연구위원장 조원희 국민대 교수와 정승일 정책위원이 함께 쓴 사회민주주의 실천을 위한 제안서이다.

저자들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인 2012년 11월의 이 분주한 시점에서, 그것도 <사회민주주의 선언>이라는 이데올로기 색채가 짙은 책을 내는 것이 생뚱맞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안철수 현상의 거품과 진보정당들의 몰락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이 사회민주주의를 선언할 적기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지난 20년간 이 나라를 지배한 것은 보수적 자유주의(신자유주의)와 진보적(중도적) 자유주의였고, 지금 이 순간에도 두 가지 형태의 자유주의가 과잉 지배하고 있으며, 그것은 지금의 선거판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하루 하루 고단하고 피곤한 삶에서 도무지 벗어날 길을 찾지 못하던 사람들은 난세를 타개해줄 '영웅'을 기다려왔지만 '안철수 현상'으로 표현된 상상 속의 안철수, 즉 상상 속의 영웅에 대한 환상은 하나하나 깨져 나가고 있다는 것.

저자들은 지금의 이 시대를 386 세대의 등장과 함께 출현했던 제반 이데올로기가 종말을 고하고, 그 이데올로기들과 밀접하게 결합되었던 정신과 정치는 사라지고 있지만 새로운 대안적 정신, 대안적 정치는 아직 등장하지 않는 시대로 규정하고, 현재의 시대적 혼란을 잠재울수 있는 새로운 정신, 새로운 꿈과 이상은 바로 사회민주주의를 이 땅에서 구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간략하고 명쾌하게 사민주의로 인도하는 사회민주주의 개론서

이 책은 우리 실정에 맞는 사회민주주의 입문서이자 개론서라고 할 만한다. 사회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와 원리, 방법론에 대해 설명하고 사회민주주의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사회민주주의는 "개인과 사회, 인간과 자연이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공동체를 추구하고 완성하고자 하는 하나의 정치사상이자 정치적 기획"이다.


사회민주주의는 자유주의, 공산주의, 아나키즘, 민족주의 등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세계관으로서 시장절대주의와 혁명적 공산주의, 종말론적 생태주의 등 다양한 근본주의(fundamentalism)를 모두 거부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사회민주주의는 독자적인 가치관과 원리, 그리고 전략적 지향성을 가지고 있는데, 자유와 평등, 연대, 생태. 평화와 통일이 사회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이다.

그리고 사회민주주의가 사회 속에서 작동하는 원리는 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의 원리, 노동 비례 분배와 누진적 과세의 원리, 인간 삶의 기본 필요 충족과 인간 존엄성의 원리, 사회적 연대의 원리라고 설명한다. 저자들은 또 이 책에서 사회민주주의의 현실적 전략인 노동민주주의 전략, 여가 및 문화 전략,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전략, 대자본 및 금융자본에 대한 사회적 통제 전략, 중소자본 및 영세자본의 산업고도화 전략을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사회민주주의와 의회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가 어떻게 다른지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한숨대신 열정으로, 포기대신 죽기살기로 사회민주주의를

저자들은 이 책에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에게 사회민주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저자들은 "이제부터 사회민주주의의 아침이 시작될 것이다"는 선언문을 통해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이야기하여야 하는 것은 영웅이 아니라 이 나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뭇 인간들의 한숨과 눈물, 그 아픔이어야 한다. 그들의 바람과 열망을 이해하면서 그들과 함께 '한숨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만들고자 하는 '용감한 녀석들'의 미래관이 무엇인지, 우리 시대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무엇이 시대정신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미래를 향한 꿈과 이상인 사회민주주의를 이땅에서 구현하자고 젊은이들에게 동참을 호소한다.

저자들은 또 "사회민주주의자들은 공적 활동에서 뿐 아니라 개인적 삶에서도 사회민주주의적 가치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권위주의와 패거리주의, 배타적 민족주의 의식을 가진 사람이 진보주의자일 수는 없다.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과 공존하고 대화하며 소통할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이 사회민주주의자가 될 수는 없다"며 지식인들에게도 사회민주주의를 삶 속에서 실천하자고 권유한다.

사회민주주의 선언

조원희.정승일 지음,
홍진북스(중명출판사), 2012


#사회민주주의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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