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알이와 쥐알이의 아가들.
박미경
쥐알이는 다음해 봄 큰딸 아이가 광주 충장로에 놀러갔다가 어느 할머니에게서 얻어 왔다. "고양이 무료 분양"이라고 쓰여있는 작은 상자에 담긴 고양이들을 보고 아이와 친구들이 정말 무료냐고 물었고 할머니가 그렇다고 하자 아이의 친구가 그 녀석을 덥석 데려온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 집안의 반대(?)로 녀석은 갈 곳을 잃었고 아이는 "키울 사람이 생길 때까지 잠시만 데리고 있겠다"고 약속하고 녀석을 우리집으로 데려왔다.
쥐알이는 콩돌이보다 몸집도 작고 하는 짓도 아기고양이스러워 콩돌이와는 다른 귀여움이 있었다. 그리고 그 녀석을 키우겠다는 아이의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그 녀석도 우리집에 둥지를 틀게 됐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 다섯에 강아지 둘, 고양이 둘의 대가족이 됐고, 쥐알이가 집에 온지 얼마 후 노을이는 사고로, 방울이는 노환으로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그리고 쥐알이와 콩돌이는 지난해 11월 세명의 아가들을 낳았다.
노을이가 떠나고 방울이까지 떠난 후 그 녀석들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가끔 콩돌이와 쥐알이는 방울이의 선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떠나야 할 것을 예감한 방울이가 자신의 빈 자리를 메우라며 보내 준 선물. 노을이에 이어 방울이까지 떠나보낸 아이들은 매일 산책을 나가자며 조르던 녀석들이 갑자기 보이지 않자 무척 허전해 했다.
그런데 특히나 콩돌이는 강아지처럼 사람들에게 살갑게 굴었다. 밖에서 돌아오면 쪼르르 달려와 부비적거리고 자리에 앉으면 슬그머니 무릎에 올라 앉고, 누으면 어깨며 배 위로 올라와 그르릉 거리며 안기고. 잠잘때는 마치 아기처럼 팔 베개를 하고 같이 잠을 잤다(동물을 싫어하는 이들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지만).
쥐알이는 여자라서 콩돌이보다 새콩하긴 하지만 마치 우리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밖에서 돌아오면 어김없이 현관 앞에 쪼그리고 앉아 우리와 눈을 마주쳤다.
방울이와 노을이도 그랬었다. 우리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 움직이고 앉으면 무릎에 올라 앉고, 누으면 품을 파고 들었었다. 녀석들만 놔두고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현관 앞에서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얼굴 가득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꼬리를 흔들어댔었다.
고양이 녀석들과의 동거는 또다른 즐거움이지만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니다. 지난해 11월 10일 태어나 이제 갓 두달이 된 녀석들 중 털이 하얀 태양이는 냉장고 문에 머리를 맞고 죽었다 살아나 세 녀석들이 밤마다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통에 잠을 자도 자는 것 같지가 않아.
겨울이라 거실로 들여 놓은 건조대는 녀석들의 놀이터가 됐고, 툭하면 놀자고 달려들어 물어 뜯는 통에 아이들과 나의 손발에는 고양이 발톱 자국이 가실날이 없다. 녀석들의 이빨에 선이 끊어져 버려진 휴대폰 충전기와 이어폰, 헤드셋도 여러개다.
하지만 놀거 다 놀고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와 쿨쿨 잠을 자는 녀석들을 보면 참 이쁘다. 아마 방울이가 보낸 준 선물이라 생각하기에 녀석들이 더 예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방울아, 노을아, 잘 있지? 우리도 콩돌이랑 쥐알이랑 아기고양이들이랑 잘 있어. 너희들이 있을때 더 많이 사랑하고 잘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방울아, 노을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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