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4주기 참배 행사가 열린 20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철거민 희생사 고 윤용헌씨 부인 유영숙씨가 남편 묘소 앞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유씨는 이날 두 아이가 이곳에 오기 싫다고 해 참석하지 않았다며 더 안타까워했다.
김시연
70대 최고령 희생자인 고 이상림씨 부인이자 구속자 이충연씨(용산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징역 6년 선고) 어머니인 전재숙(71)씨에겐 감옥에 있는 아들의 빈자리가 커 보였다. 전씨는 "4년이 흘렀지만 우리 마음엔 2009년 1월 20일로 멈춰있다, 그동안 달라진 게 없고 (아들은) 4년째 추운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구속자들 석방시켜 다음 5주기엔 아들이 아버지 제사를 함께 모실 수 있도록 열심히 앞장서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아들과 함께 참배객을 맞은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51)씨는 "며칠 전에 제삿밥 먹으려고 꿈속에 나타났다 보다, 배고프다고 하더라"고 울먹여 주변을 숙연케 했다.
권씨는 "유가족들이 최고 두려워하는 건 시간이 흐를수록 용산참사가 묻히고 잊히는 것"이라면서 "짓밟을수록 단단하게 굳어진다고 사람들이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고 묻어가지 않는 걸 보고 희망 갖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끝까지 같이 해달라"고 당부했다.
"용산 참사는 이명박정권 정치적 목적의 학살"이날 참배 행사에는 용산 참사로 구속된 철거민 8명 가운데 지난해 처음 가석방된 김대원, 김재원씨를 비롯해 전국철거민연합회, 인권운동사랑방, 유가협, 문화연대, 쌍용차노조, 한진중공업노조 등에서 1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조희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공동대표는 "시민과 노동자들이 관심을 갖고 언론들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현 정권과 박근혜 당선자 인수위만 용산 학살에 대해 어떤 답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이 정부에 뭘 기대겠나, 노동자, 시민 단결하여 우리 힘으로 구속자 석방시키고 진실 규명하고 재개발제도개선법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탐욕의 개발 앞에 인권의 망루, 시대의 망루에 올랐던 ○○○ 열사... 2009년 1월 20일 경찰의 살인 진압으로 사망"'민중열사'로 거듭난 용산 철거민 희생자들 비석 뒷편에 적힌 글이다. 사망 직후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병원 영안실을 떠나지 못했던 희생자들 시신은 숨진 지 355일 만인 지난 2010년 1월 9월에야 이곳 모란공원에 나란히 묻혔다. 2주기인 지난 2011년부터는 이들 5명이 서로 팔짱을 끼고 달리는 모습을 담은 철 구조물로 만든 추모비가 고인들의 넋을 달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불황 여파로 용산 개발은 잠시 멈췄지만 용산 참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용산 참사의 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이 7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뿌렸다.
김승호 전태일노동대학 대표는 "용산은 아직도 재개발되지 않고 있다"면서 "당시 공사를 하려고 특공대를 투입한 것인지, 이명박 정권이 촛불 투쟁에 놀란 나머지 자기들 힘을 과시하려고 철거민에게 특공대 투입해 학살한 것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재개발에 꼭 필요해서 특공대를 투입한 게 아니라 다른 정치적 목적을 가진 학살"이라며 "'용산 참사'가 아닌 '용산 학살'로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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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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