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새 총리로 김용준 인수위원장(왼쪽)을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차기 정부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과 관련,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책임총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었는지는 의문"이라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의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날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사실상 낙마함에 따라 야당 입장에서 김용준 총리 후보자에 대한 강도 높은 검증 작업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칫하면 출범을 앞둔 새 정부에 대한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입으로만 야당이 국정 파트너? 10분 전이라도 연락 좀 주지"민주통합당은 일단 김용준 총리 후보자에 대해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한 훌륭한 법조인', '장애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해온 사회통합적 인물', '살아온 과정이나 인품 면에서 무난한 인물'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김 후보자가 과연 박근혜 당선인이 지난 대선에서 강조한 '책임총리제'에 적합한 인물인지 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책임총리제 도입을 약속해왔다"면서 "그런 면에서 그동안 김용준 지명자가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공약했던 책임총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보여주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책임총리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행정경험과 부처장악능력이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 과연 어떤 경험과 능력을 지녔는지도 검증의 대상"이라며 "민주당은 국회 청문회를 통해 김 후보자가 책임 총리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도 "박 당선인이 관리형 총리를 세워놓고 대통령 직할체제로 모든 것을 사실상 끌고 가려는 것 아닌가"라며 "책임총리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화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트집이나 잡고, 발목이나 잡고, 딴죽이나 거는 야당성은 없어져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도 김용준 후보 지명 과정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대구경북 지역 언론과의 기자간담회 도중 총리 후보자 지명소식을 듣고 "통합형에 무게를 둔 지명으로 보인다"며 "모쪼록 잘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문 비대위원장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는 게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라며 "입으로만 야당을 국정파트너라고 할 게 아니라 진짜로 통하는 게 있어야 하는데, 10분, 15분 전이라도 미리 연락해줄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새 정부 첫 총리를 지명하면서 제1 야당에 사전 통보가 없었던데 대한 서운함을 토로한 것이다.
박 당선인의 김용준 총리 지명에 기자실에선 '아우~' 탄식 이날 박근혜 당선인이 직접 총리 지명자로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지명하자, 국회 기자실 안에서는 '아우~', '뭐야 이게~' 등의 탄성과 한숨이 쏟아졌다. 그동안 하마평에 오른 수많은 인사들을 제치고, 박 당선인의 지근거리에 있던 김 위원장의 이름이 불리자 놀라움 섞인 감탄사가 터져 나온 것이다. 그 만큼 김용준 위원장에 대한 총리 후보자 지명은 예상 밖이었다. 현직 인수위원장이 새 정부 첫 총리에 지명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인수위원장으로서 보여준 김용준 후보자의 리더십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김 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인선 배경, 책임총리제 실현 구상, 인수위원장과 총리 후보자 역할 병행 방안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잘 모르겠다', '생각해보지 않았다' 등의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언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박 당선인은 항상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김 지명자는 지금까지 소통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주었다"면서 "언론의 질문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회피하거나, 묵묵부답이었으며 본인의 의중이나 판단보다 박근혜 당선인의 의중을 그대로 전달하는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법관 시절 소신 있는 판결로 유명했지만, 이번 인수위원장 임명 후에 보여준 태도는 그런 평가에 회의를 품게 한다"는 것이다.
이 대변인은 김용준 후보자의 과거 헌법재판소장 시절 내린 판단 내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1996년 '헌정질서 파괴행위자'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벌을 위한 "5·18 특별법"이 헌재에서 합헌 판결 됐을 때, 김 후보자는 '형벌 불소급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한정위헌 의견을 냈다. 이 대변인은 "당시 판단은 지극히 형식주의적 태도를 보여주었다. 명백히 헌정질서를 파괴한 쿠데타나 광주학살 범죄의 중대성을 경시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김용준 후보자 지명에 대해 "헌법정신을 철저히 구현하고 법치를 확립하는 데 적임자"라며 환영했다. 이상일 대변인은 "김 총리 후보자가 법조계의 신망을 받고 있는 것은 그가 과거 판사,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으로서 헌법의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며 "김 후보자는 또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김 후보자는 대선 기간에는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 공동선대위원장, 대선 후에는 인수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박근혜 당선인과 깊은 신뢰관계를 형성한 분"이라며 "그런 만큼 새 정부가 출범하면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출 것이고, 국민 여론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는 국무총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이 김용준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인사청문회를 예고하고 있지만, 강도 높은 청문회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이 너무 세게 공격했다는 시각도 있다"며 "이런 것이 향후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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