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진 시민기자
김어진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의 '영토'가 있기 마련이다. 굳이 직업이나 취미라는 말들로 규정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꾸준히 좇다보면 그 영토가 생긴다. 하지만 '사랑하는 것을 좇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공부 때문에, 일 때문에, 먹고사느라 등 그것을 방해하는 이유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런 일에 용기 있게 덤벼들어서 자신의 영토를 넓히는 사람은 정말 멋있다. 더욱이 그가 십대의 청소년이라면!
못생긴(외모 비하의 의미로만 읽지는 말아주시길) 정치인들의 얼굴만 식상하게 올라오는 <오마이뉴스> 톱보드에 예쁜 새의 모습이 올라오는 날이 있다. 그것도 시민기자가 직접 강으로 바다로 새들을 직접 찾아가 찍어올린 소중한 사진이다. 새를 사랑하는 청소년, 김어진(18) 시민기자의 작품이다. 새를 찾아다니며 이 땅과 하늘을 사랑하게 된 청소년. 그의 글과 사진에서는 야생의 새에 대한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생생한 현장과 생태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식견까지 느껴진다.
누구보다 확실하게 자신의 영토를 다져가고 있는 당찬 청소년, 김어진 시민기자의 이야기를 25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 김어진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기- 간단히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대안학교인 파주자유학교에 10년째 다니다 다음 달 졸업하게 되는 김어진이라고 합니다.(파주자유학교는 초중고 통합형 학제로 운영됩니다.) 새를 좋아해서 새를 보러 다니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새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몇 번 제 탐조 이야기를 기사로 적었는데 '찜! e시민기자'로 채택되었네요. 여친 없어요.(웃음)"
-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탐조를 마치면 사진과 글을 제 블로그에 올려서 틈틈이 기록합니다. 하루는 부모님께서 블로그에 있는 사진과 글들이 괜찮다며 <오마이뉴스>라고 아무나 기사를 쓸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너도 한번 글을 올려보는 게 어떻겠냐고 가볍게 권유하셨습니다. 원고료도 받고 좋다고 하시길래 2011년 새해 첫 탐조 얘기를 송고했습니다(
<검은 팬티 입은 쇠기러기 좀 봐... 저기 삵도 있네>).
별로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그날 밤 제 글이 메인 화면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서 엄청 놀랐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좋아서 그 뒤로는 나름 열심히 기사를 쓰게 되었답니다."
- 어떤 계기로 새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원래 네 발 달린 동물들을 좋아했습니다. 어릴 때 동물사전들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하루 일과였죠.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파주 민통선으로 철새 보러 가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민통선 안에 있는 독수리들을 보고 말릴 틈도 없이 새에게 그냥 홀딱 빠져버렸습니다. 제 덩치보다 큰 새들이 날아다니는 게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그날 이후로는 동물사전이 아니라 조류사전만 보며 살았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난 독수리... "조류사전만 보며 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