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읍에서 만난 돌 솟대와 석장승각각 할머니, 할아버지 솟대와 석장승을 의미한다. 할머니 돌솟대에 앉은 오리는 물을 상징하는데, 물의 기운으로 부안읍의 화재 방지를 염원했다. 또한 할머니 돌솟대는 풍수상 배가 가는 지형의 돛대를 형상화 했다고 한다.
이철재
거대한 유리 건물로 만들어진 부안군청을 지나자 두 쌍인 돌 솟대와 석장승을 만났다. 중요민속자료 제 18호라 한다. 이들에 대한 스테인리스로 된 안내문은 '부안 서문 안 당산 (扶安 西門 안 堂山)'이라 설명을 붙여놨다. 이 솟대와 석장승은 부안읍성 서문을 수호하던 것으로 1980년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머리에 오리가 앉은 것이 할머니 솟대인데 부안 읍내의 화재를 예방하는 의미란다. 옆에 있는 것이 할아버지 솟대이고, 석장승도 할아버지, 할머니로 나뉜다.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의 저자 주강현 교수는 책에서 부안읍 할머니 솟대를 두고 "배가 떠나가는 행주형(行舟形) 지세에 돛대를 나타내기 위하여 풍수상 목적으로 세웠다"고 말한다. '풍수상 배의 기둥인 돛대를 옮겨놨으니, 배가 잘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얼핏 들었지만, 이내 길을 재촉한다.
보통 솟대는 부안읍 할머니 솟대의 경우처럼 새를 형상화한다. 이를 두고 주강현 교수는 "새는 선사 및 고대사회에서 마을 풍요의 상징물"이라면서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비를 몰아주는 농경의 수호신"이라며 솟대의 새를 풀이한다. 특히 오리는 물을 상징하는데(오리가 앉은 부안 할머니 솟대가 화재 방지를 뜻 하듯이), 우리나라의 쌀농사 지대인 남부지방에 (오리) 솟대가 밀집된 것이 바로 그런 이유라 한다.
걸으면서 해창갯벌에 세워진 솟대를 떠올렸다. 그곳에는 오리 솟대도 있었지만 물고기, 꽃게, 짱뚱어를 비롯해 고기잡이배를 솟대화 한 것도 있었다. 이들의 의미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국민대 시각디작인학과 윤호섭 교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2004년 윤호섭 교수에게 개구리, 도롱뇽, 맹꽁이 보호 활동을 위한 디자인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이른바 '개도맹 서포터즈'였다.
참고로 개구리, 도롱뇽, 맹꽁이 서포터즈 이름을 만들 당시, 나를 비롯해 몇 명의 활동가들은 사무실에서 거의 노숙하다시피 해 약칭 '사노맹', 즉 '사무실노숙자동맹'이라 불렸다. '개도맹' 이름은 '사노맹'에서 기인했다. 윤호섭 교수는 개도맹 서포터즈 디자인으로 웃는 얼굴을 가운데 두고 사람과 개구리, 도롱뇽, 맹꽁이들이 원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만들어 줬다. 새만금 때도 비슷한 콘셉트여서 눈에 익숙하다.
이를 두고 윤 교수는 "모두가 하나"라는 의미라 설명한다. 갯벌에 사는 물고기와 꽃게와 짱뚱어는 새만금을 찾는 새들의 먹이가 된다. 새와 하나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다. 사람도 갯벌을 터전으로 살고 있기에 새와 물고기와 같을 수밖에 없다. 아마도 배 솟대를 만든 최병수 작가는 윤호섭 교수가 말하듯이 이러한 의미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한다.
말괄량이 삐빠가 커다란 자전거 위에 앉아 있는 대교를 지나 부안시민발전소 앞 도로를 따라가면서 바람은 이내 거세지고 차가워졌다. 바다가 가까워졌다는 신호였다. 30번 국도변의 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를 지나자 드넓은 땅이 보인다. 군데군데 고인물이 얼어있었고, 갈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 갯벌을 아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점심도 거르며 걸음을 재촉하니 해창쉼터가 나왔다. 예전 이곳 마을 어귀에 바다 창고, 측 해창(海倉)이 있어, 이 일대가 해창갯벌로 불렸다. 저 멀리 짚은 안갯속에서 바다를 가로지르는 자동차들이 보인다. 새만금 방조제였다. 그리고 너른 땅 한가운데 '새만금 방문을 환영합니다. 새만금 관광단지 개발사업'이라는 입간판이 보였다. 이곳부터는 도로에 인접해 누런 갈대가 땅을 점령하고 있고, 멀리 붉은 염초들이 보였다.
새만금 방조제... 누런 갈대와 붉은 염초들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