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교에서 12년째 책마트 도서대여점을 운영하는 송아무개씨의 상황도 행복한책읽기 김아무개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나리
"하루에 50권도 안 빌려 가요."삼선교에서 12년째 '책 마트 도서대여점'을 운영하는 송아무개씨의 상황도 김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송씨는 IMF 때 퇴직한 뒤 비닐납품회사·청소대행업체를 운영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2001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책 대여점을 열었다.
"한 때는 전국에 책 대여점이 만 개가 넘었다니 말 다했죠. 대원이나 학산 출판사가 책 대여점에 그동안의 재고를 다 팔았다는데, 뭐..."2001년 당시 삼선교 근처에는 송씨가 운영하는 '책 마트 도서대여점'을 포함해 총 9개의 도서 대여점이 있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가게는 곧 잘됐다. 책 대여점이야 주위에도 많았지만 손님도 많았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하루에 700~800권의 책을 빌려 갔다.
2003년이 지나자 하나둘씩 책 대여점들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앞에 있던 곳들부터 문을 닫았다. 변화에 빠른 중·고등학생들은 책이 아닌 인터넷과 휴대전화에서 재미를 찾았다. 만화조차 책으로 읽는 대신에 컴퓨터로 봤다. 결국 삼선교·성북동을 합해 송씨의 가게 한 군데만이 살아남았다.
지난 28일 오후에 대여점을 찾은 유아무개(19)씨는 "요즘 애들 중에 만화책 보는 사람은 없다, 스마트폰으로 보면 된다"며 "나도 만화는 휴대전화로 보지만, 판타지 소설을 읽고 싶을 때 여기에 온다"고 말했다. 8개월 전에 삼선교 근처로 이사 왔다는 정아무개씨는 "이사 와서 책 대여점을 찾아서 반가웠다"며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도 꾸준히 책을 빌려봤는데 대여점들이 2~3년이 못 가서 없어졌다"고 회상했다.
"책 빌릴 곳이 여기밖에 없으니까 멀리서도 와요. 근처에 한성대학교가 있는데, 집이 인천·광명인 학생들이 지하철에서 읽는다고 빌려 가요. 주변에 가게들이 장사가 안 되니까 시간 보낸다고 책을 빌리러 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렇게 해도 하루에 30~40명, 50권을 못 넘어요."대여점 6곳 중 하나는 폐업... "유통·소비 미약한 수준"손님이 없으니 다른 것을 아끼는 수밖에 없다. 송씨는 아르바이트생 없이 낮 12시 30분부터 자정인 12시 30분까지 홀로 가게를 지킨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가게 문을 열어 놓는다. 매일 나오는 신간을 대신 구입해 배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외부 업자 대신 스스로 매일 아침 책을 사러 간다.
2004년 대여비를 100원 올렸다가 손님이 30~40%가 줄어든 일을 경험한 이후로 만화책은 1박 2일에 300원, 소설은 3박 4일에 700원이라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송씨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며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때 책 대여점이 없는 곳이 없었다. 돈을 받고 책을 빌려주고 돌려받으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일에 많은 사람들이 대여점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곳에 수업을 마친 중·고등학생들은 일과처럼 들락날락하던 때가 있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는 책 대여점 전화번호가 찍힌 책을 보던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독서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 당시 전국에 약 1만2000개의 도서 대여점이 있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책 대여점의 6곳 중에 한 곳은 문을 닫았다. 문화체육관광부 '2012 콘텐츠산업 하반기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남아있는 도서 대여점의 수는 2000~3000개 정도. 문화체육관광부는 "2000년대 초반까지 활성화됐던 만화 대여점을 통한 유통과 소비는 현재 미약한 수준"이며 "대부분 폐업을 준비하고 있어 신간 유통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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