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총리 후보자가 사퇴 직전인 29일 오후 5시 30분께 기자들에게 돌린 떡볶이와 귤. 그가 간식을 기자들에게 돌린 배경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선대식
김용준 총리 후보자는 왜 사퇴 직전 기자들에게 떡볶이를 샀을까. '떡볶이 미스터리'가 확산되고 있다.
김용준 후보자는 29일 저녁 윤창중 인수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기자들 책상에는 김 후보자가 1시간 30분 전에 기자들에게 돌린 떡볶이가 놓여 있었다. 김 후보자는 사퇴하는 마당에 왜 기자들에게 떡볶이를 샀을까.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만약, 사퇴 결심 전에 떡볶이를 주문한 것이라면, 그 사이에 김 후보자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김 후보자의 떡볶이는 지난 12일 돌연 사퇴한 최대석 전 인수위원, 22일 인수위에 침입해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미스터리>를 부르며 춤을 춘 괴청년과 함께 인수위 3대 미스터리로 떠올랐다. 29일 사건의 재구성을 통해 '떡볶이 미스터리'의 진실에 다가가 보자.
김용준 후보자가 기자들 격려차 돌린 떡볶이와 귤, 그러나...오후 3시 48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삼청동길에 있는 '○○떡볶이' 삼청점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쪽은 떡볶이 500인분을 주문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삼청점 직원은 "가능하다"고 답했고, 곧 짧은 통화가 마무리됐다.
다시 전화벨이 울린 것은 오후 4시 1분. 전화 속 목소리는 '행정실'이라는 소속을 밝힌 뒤, 인수위가 있는 한국금융연수원으로 떡볶이 500인분을 배달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4분 뒤 다시 전화해 주문량을 400인분으로 줄였다.
삼청점 직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수제튀김이나 찹쌀순대 등을 골고루 주문했으면 좋았을 텐데, 떡볶이 철판이 2개밖에 없는데 떡볶이를 대량 주문해 난감했다"며 "우리는 220인분만 만들었고, 나머지는 인근 광화문점과 경복궁점에 부탁했다"고 말했다.
떡볶이가 인수위에 배달된 것은 오후 5시 30분. 삼청점에서는 택시로, 광화문점·경복궁점은 직원 자가용을 이용해 떡볶이 400인분을 배달했다. 인수위 대변인미디어지원실 직원들이 공동기자회견장과 브리핑실에 있는 기자들에게 떡볶이를 전달했다. 귤 박스도 도착했다. 박스에는 '인수위원장' 명의로 '언론인 여러분,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직원들은 "김용준 위원장이 기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떡볶이와 귤을 샀다"고 설명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아들 병역 문제와 부동산 재산 증식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 기사가 쏟아지자, 김 후보자가 검증 수위를 낮춰달라는 차원에서 기자들에게 선심성으로 떡볶이와 귤을 산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떡볶이가 김 후보자 사퇴의 전조인지 예상한 이는 없었다. 기자들이 떡볶이를 먹는 동안 김 후보자는 사퇴 발표문을 다듬고 있었다. 윤창중 대변인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박근혜 당선인과 만나 사퇴 의사를 밝힌 후 오후 6시 8분 서울 통의동 총리 후보자 집무실에서 윤 대변인을 만나 사퇴 발표문을 정리했다.
오후 6시 38분 인수위는 기자들에게 오후 7시 윤창중 대변인의 발표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발표 내용은 비밀에 부쳐졌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 발표로 예상한 이가 많았다. 하지만 발표 내용은 뜻밖이었다. 김 후보자의 사퇴였다. 순간, 떡볶이가 김 후보자의 사퇴 결심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열쇠로 떠올랐다.
기자들은 윤 대변인의 공식 발표가 끝난 후, "(김 후보자가) 떡볶이를 돌린 것은 박 당선인과 만나기 전인가?"라고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건 알아서 판단하라"는 것이었다.
떡볶이 주문은 사퇴 결심 전으로 보여... 그렇다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