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취임 전부터 삼권분립 흔들기

[분석] 인사청문회에 불만 토로, 왜?

등록 2013.01.31 20:19수정 2013.01.3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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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계기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단순한 심경 토로로 볼 수도 있겠지만 국회 인사청문회가 갖는 기능을 고려하면, 쉽사리 넘길 문제가 아니다.

지난 30일 박 당선인을 만난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한 말을 종합하면, 박 당선인이 "인재를 뽑아 써야 하는데 인사청문회 과정이 신상털기 식으로 간다면 누가 나서겠냐"면서 지적한 인사청문회의 문제는 ▲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 ▲ 후보자 가족 포함 사생활 침해 ▲ 죄인 심문 같은 질의방식 등으로 요약된다.

이상한 건,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선 인사청문회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박 당선인이 인사청문회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김 전 후보자에게 제기된 부동산 투기나 자녀 군 면제 등의 의혹은 언론이 민간 차원에서도 구할 수 있는 자료들을 검증해 보도했다. 국회에 국무총리 임명동의안도 제출 안 된 상태여서 김 전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재산·병역 등 상세 자료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걸 모를리 없는 박 당선인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성토한 건, 앞으로 있을 수많은 인사청문회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인사청문회의 존재가 자신의 인선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취임 전부터 '행정부 견제장치'에 불만 토로, 여당에 '지시' 하달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장치다. 곧 대통령에 취임할 당선인이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에 불만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고,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노출하고 말았다.

이날 박 당선인이 해당 발언을 한 대상이 여당 국회의원들이었다는 점은 더욱 문제다. 박 당선인의 '인사청문회 불만'을 '인사청문회법 개정 요구'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그 말을 들은 이들이 법률을 제정하거나 고치는 일을 하는 국회의원들이자, 과반의석을 확보한 여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MB 정부 초중반에 이어진, 대통령이 여당에 '명령'을 하달하고 여당은 야당과 타협하기 보다는 이를 일사불란하게 실행한 '일방통행'은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실종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수많은 반대와 비판 여론에도 새누리당이 몸싸움까지 동원해 4대강 사업 예산을 통과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선인의 '인사청문회 비판'을 들은 여당 의원들이 여론에는 아랑곳 없이 인사청문회법 고치기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게다가 박 당선인은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발언을 하면서 "그런 식으로 하면 의원들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겠느냐"고도 했다. 이 말을 듣는 이들은 적어도 한 달 안에는 새 정부 총리나 장관 등의 인사청문회에 참여하게 될 국회의원들이다. 청문회에서 후보자를 검증해야 할 이들에게 당선인이 '청문회를 그런 식으로 해선 안 된다'고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당선인의 '겸손한 자세'는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부터

대통령 당선 뒤 박 당선인은 신년 기자회견 같은 자리를 마련하지 않고 인수위원회 활동 내용도 '철통보안'을 지키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다. 이에 대해 당선인 측근들은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겸손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전부터 국회가 행정부 견제 목적으로 실시하는 인사청문회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과연 '겸손한 자세'라 볼 수 있을까?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기본은 삼권분립 존중이다.
#박근혜 #삼권분립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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