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열린 전국 광역시도지사와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목에 두른 스카프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의 화합과 단합을 위해 협의회에서 마련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이번 고위공직자 인사 파문의 또 다른 충격은 모두가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되었다는 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로 있던 2005년 4월 8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한 말이다. 당시 고위공직자들이 도덕적인 문제로 줄줄이 사퇴하던 때였다. 그는 "'자산백지신탁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서 국회의원을 포함해 고위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해 재산을 불리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며 "엄격한 공직자 윤리를 반드시 확립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또한 "장관급 고위공직자가 줄줄이 불명예 퇴진하는 것을 봤다, 그토록 시스템을 강조해온 이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인사시스템조차 작동되지 못했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전 국무위원 등으로 확대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8년 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 평가받는 박근혜 당선인의 입장은 달라졌다. 그는 30일 강원도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두고 "죄인처럼 혼내는 인사청문회로 인재를 데려다 쓰기 어렵다, 망신주기로 변질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31일에도 "신상문제는 비공개로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박 당선인의 발언이 야당 대표 시절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김용준 전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못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야당일 때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낙마시킨 것을 감안하면, 박 당선인의 발언은 이중 잣대를 보인 것으로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새누리당, 도덕적 문제로 DJ 정부 총리후보자 2명 낙마시켜인사청문회는 국민의 정부 시절인 2000년 6월 시행됐다. 2000년 4월 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된 당시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혹독한 검증을 별렀다. 2002년 7월 장상 국무총리서리(후보자)가 검증대에 섰다. 하지만 같은 달 29~30일에 있었던 인사청문회는 혹독했다. 한나라당은 장남 이중국적, 학력 부풀리기,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물고 늘어졌다.
결국 7월 31일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 국회 임명동의안 투표는 부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142명이었다. 100명의 의원만 찬성했다.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125명인 것을 감안하면, 민주당에서도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총리후보자로 지명된 지 21일 만의 일이었다.
당시 남경필 한나라당 대변인은 "공직자에게 행정능력 이상으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국민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 정실에 따른 '깜짝쇼' 같은 DJ식 파행인사가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을 얻었다"며 "빠른 시간 내에 도덕성, 중립성, 전문성 등을 갖춘 신망 높은 인사를 다시 지명해야 할 줄 믿는다"고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이 그로부터 9일 뒤 장대환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다. 하지만 그 역시 장상 후보자와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한나라당은 8월 26~27일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재산 신고 누락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결국 장대환 후보자 역시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낙마 리스트에 올랐다.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는 임명동의안 투표 전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을 총리로 임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인사청문회 특위 간사 안택수 의원은 "우유부단한 풋내기 인사가 총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발목잡기... 박근혜 당선인도 동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