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치우는 '4발이' 마을을 위해 '4발이'를 개조하여 제설차 노릇을 하고 있는 모습.
김선태
눈이 15cm 이상이나 내린 오늘(4) 아침 홍제동 문화촌 마을 길에 눈을 치우고 있는 제설차가 등장했다. 알려지지 않은 이, 일명 '4발이'는 관광용 놀이기구가 아니라 어설프게나마 제설차로 개조된 것으로 눈이 올 때마다 나타나 마을 길의 눈을 치워주고 있다.
우리 동네는 홍은 사거리에서 북악터널로 가는 세검정로의 길목에 있는 홍제3동, 행정동 이름보다는 '문화촌'이라고 더 알려진 마을이다. 이곳 문화촌의 명물이 된 이것은, 몇 년 전부터 강변이나 해수욕장 등에 등장했던 놀이기구인 사륜 오토바이 '4발이'다. 정말 난데없이 마을에 나타난 것이다.
'눈이 내리면 자기 집 앞이나 점포 앞의 눈은 스스로 치웁시다!' 하는 서울시의 홍보물을 자주 보았다. 하지만, 점포 앞의 눈을 치우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점포들도 꽤나 많다. 요즘 경기도 없는데 일찍 문을 닫지 못하는 요식업을 하는 가게들은 대부분이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까지도 문을 닫지 못하고 손님을 기다리기 일쑤이다.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가게에서는 아침 일찍 눈을 치우러 나오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아는 '4발이'가 나섰다. 눈이 내려서 길바닥이 미끄러워지기 쉬운 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서는 마을의 길을 쓸고 다니는 것이다. '4발이'가 어떻게 눈을 쓸고 다니느냐고 할 것이다. 분명 불도저처럼 눈을 밀어낼 수 있는 기구가 아닐 뿐만 아니라, 그런 용도로 쓸 만한 시설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닌 놀이기구에 불과한 '4발이'가 말이다. 그런데 우리 동네의 이 '4발이'는 아주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눈을 밀어내는 용도로 개발해서 마을 사람들의 통로를 터주고 점포들의 앞에 쌓인 눈들을 밀어내는 일을 대신해주고 있다.
눈이 내려서 쌓이는 날이면 어김없이 등장한 이 '4발이'는 사륜 오토바이인데, 미끄러지지 말라고 바퀴에는 타이어로프로 스노체인처럼 바퀴를 감아서 눈 위에서 차체가 미끄러지지 않게 만들었고, 앞 쪽에 널빤지로 불도저의 미는 기구처럼 매달 수 있게 하여서 그 위를 무겁게 짓누를 수 있는 물건을 매달아 눈을 밀어내도록 고안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4발이'는 마을의 가게들이 즐비한 세검정로의 세점정을 향하여 가는 방향의 오른쪽 인도를 말끔하게 밀어주는 일을 한다. 유진 상가를 지나 우리은행에서부터 문화촌 아파트 입구의 작은 로터리가 설치된 곳까지 인도를 몇 번이고, 다시 오가면서 눈을 밀어내는 작업을 해주는 것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지난번에도 거의 2시간 가까이나 밀고 또 밀어서, 마을 길을 다듬어 주더니 오늘 아침에도 또 나타나서 밀어내고 있었다. 마침 외출 중이어서 길 건너편에서 바라보고 있다가... 저 고마운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정말 고마운 사람이니까 좀 자랑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마침 있던 카메라를 들어서 촬영해 보았다. 가도를 달려 오가는 차들 때문에 찍기가 쉽지 않았고 또 길 건너편이어서 좀 더 가까이 찍히지도 않았지만, 이 고마운 천사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오는 길에 그 부근의 가게에 들러서 물었으나,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없어서 정확한 인적 사항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젊은이의 봉사정신을 본받은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얼마나 좋은 동네가 될까? 누군지는 몰라도 그 고마운 청년을 알아내어서 이름까지 알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우선 이렇게 사연이라도 알려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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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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