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비가 와서 계곡은 폭포를 이루고 있다.
전용호
꽃을 찾아 나선다. 눈 속에서도 핀다는 복수초가 여수 돌산도 남쪽 산자락에서 핀다고 한다. 며칠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이런 날씨라면 분명 꽃이 피었을 것이다. 산길을 오른다. 며칠 전 비가 많이 내려서 산길이 촉촉하다. 꽃이 피는 곳을 어림잡고 올라가지만 길을 잘 못 들었다.
산길은 겨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해선지 푹신푹신하다. 밟는 촉감이 좋다. 그만큼 산길은 힘이 든다. 촉촉한 산길을 따라가다 길을 잃었다. 겨울 산이 좋은 게 무조건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끝이 보이니까. 길을 잘못 들어 내가 찾으려는 곳에서는 꽃을 찾지 못했다.
산길은 햇살이 가득 받는 곳으로 변하고 숲속에서 노란 빛이 보인다. 어! 혹시? 서둘러 올라가니 반짝거리는 노란 꽃들이 군데군데 피었다. 내가 찾으려는 복수초 꽃이다. 벌써 활짝 피었다. 반짝거리는 꽃잎은 눈이 부실정도다. 아직 덜 핀 꽃은 마치 작은 술잔 모양으로 오므리고 있다. 술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