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티콘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고안한 원형감옥
함영기
이 원형 광장의 모습을 보고 기자는 바로 파놉티콘(panopticon) 구조를 떠올렸다. 파놉티콘은 19세기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제안한 일종의 감옥 건축양식을 말한다.
파놉티콘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모두'를 뜻하는 'pan'과 '본다'를 뜻하는 'opticon'을 합성한 것으로, 벤담은 소수의 감시자가 모든 수용자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감시할 수 있는 형태의 감옥을 제안하면서 이 말을 창안했다.
조금씩 형태만 다를뿐이지 파놉티콘이 가진 아이디어는 오늘날에도 그 감시의 효율성 때문에 많은 감옥에서 채택하고 있다. 누군가는 파놉티콘의 아이디어로 감옥만을 생각할 때 핀란드 사람들은 학교를 생각해 냈다. 이것이 핀란드인 특유의 상상력이다.
감시와 통제 그리고 책임과 자율은 백지 한 장 차이이다. 그 사소한 상상력이 야르벤빠를 만들었다. 이 학교의 구성원들은 아레나 광장에서 먹고, 대화하며, 휴식을 취한다. 아레나는 토론장이 되기도 하며 공연장으로 쓰이기도 하는 다목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곳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아레나에서 공연을 한다. 한 시간 이상 하는 거창한 공연이 아니다. 20분 정도의 쉬는 시간에 이루어지는 깜짝 공연이다. 아레나의 구조 덕분에 학생들은 자기 교실에서 한 걸음만 나오면 각 층의 어디에서든 무대를 가깝게 볼 수 있다. 공연이 끝나면 학생들은 바로 교실로 들어가서 수업에 임할 수 있다. 놀이와 수업이 이렇게 효율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