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쯤 풀리는 '인수위 밀봉', 뒤처리는 누가?

4대질환·기초연금 이어 군복무단축·임플란트 등 혼란 예고

등록 2013.02.11 20:33수정 2013.02.1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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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30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30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정무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오는 20일쯤 박근혜정부의 국정목표와 과제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100대 국정과제를 통해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때 한 약속을 실행할 구체적인 계획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대통령취임식을 제외하면, 국정목표와 과제를 발표 뒤엔 사실상 인수위의 주요 활동이 종료되는 것이니, 11일 현재 약 열흘 정도의 실질 활동기간만 남은 셈이다. 동시에 열흘 뒤면 인수위가 약 한 달 반 동안 활동한 결과물을 쏟아내게 된다.

현재까지 36일 남짓 일을 했으니, 100대 국정과제의 선정도 끝나고 재정집행 계획 등을 반영한 정책 우선순위 등을 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일 것이라 짐작되지만, 어디까지 일이 진행됐는지 알 수 없다. 인수위 운영방침이 '밀봉'이기 때문이다.

인수위 운영에서 박 당선인이 가장 중요시한 게 바로 이 '밀봉'이다. 인수위가 어떤 정책을 어떻게 검토하고 있는지, 정책이 확정되기 전에 미리 알려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시절 인수위가 설익은 영어몰입교육 정책을 떠벌렸다가 홍역을 치른 일의 반면교사로 나온 방침이다.

그동안 이 '밀봉'은 꽤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당선인의 인선에서도 밀봉은 철저해서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때도 이를 먼저 보도한 언론이 없었고, 정홍원 총리 후보자 지명 때엔 발표 직전에야 관련 내용이 알려졌다. '인수위 최대의 미스터리'인 지난달 13일의 최대석 인수위원 사퇴는 한 달이 다 되도록 그 이유가 명확지 않다.  

정책부문에 대한 밀봉은 더욱 심해서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할지, 인수위의 100대 국정과제 어떤 것들이 포함되는지 윤곽도 없다. 인수위가 20일쯤 국정과제를 발표한 뒤에야 이 정책들이 박 당선인의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는 내용인지, 현실 상황을 개선할 방안인지를 검증할 수 있다.

'밀봉'은 성공했지만, '대개봉' 땐 어떤 일이? 


'밀봉'이 정책 혼선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라지만, '밀봉'했다가 한꺼번에 새 정책을 풀어낸다고 해도, 혼선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 '밀봉'을 뚫고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과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시행방안이 변화하는 과정을 짚어보면 100대 국정과제가 발표되는 시점의 대혼란을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의 경우,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은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장애인연금을 보편적 기초연금인 국민행복연금으로 통합해서,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에게 현재 급여의 2배 수준인 월 20만 원을 드릴 것"(2012년 12월 12~15일 방송연설문)이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인수위 경제1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박 당선인은 "국민연금에 가입되지 않아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분들이 문제인데, 이분들에게는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깔아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당초의 '모든 어르신과 중증장애인'이 '국민연금 미가입 사각지대에 놓인 분'으로 바뀐 것이다.

노령연금만 받는 사람들은 20만 원을 주고, 국민연금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는 노령연금을 덜 준다는 얘기에 국민연금 수급자 자격을 위해 연금을 내고 있던 이들의 가입 포기가 줄을 잇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공약 이행방안도 마찬가지다. 공약 후퇴 논란이 일자 인수위는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 공약에는 당연히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대선 투표일을 3일 앞두고 지상파TV와 여러 케이블TV를 통해 생중계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박 당선인은 현재 비급여인 4대 중증질환 간병비와 선택진료비를 다 보험급여로 돌려도 1조5000억 원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했다. 이 바로 뒤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는 간병비가 진료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걸 명확히 알고 있다. 재원이 마련되면 단계적으로 보험적용을 검토할 것'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박 후보 공약집에도 세부적으로 명시해놓은 건 없다.

문제는 박 당선인이 후보 당시 하도 '4대 중증질환은 100% 국가가 보장한다'고 외쳐댄 바람에 수많은 유권자들이 '이젠 암 걸려도 걱정 없다'고 믿고 있었다는 점이다. 인수위 앞에선 복지단체·노인단체가 나와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시민단체들의 비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군 복무 단축은 '북핵'으로, 100% 어르신 임플란트는 '0개만'?

대강의 정책 방향이 알려진 2개 경우만 봐도 이렇다. 이외에도 '밀봉'이 한꺼번에 풀렸을 때 논란을 예고하는 공약들은 많다. 대선 투표일 하루 전날 공약한 '군 복무 18개월로 단축'도 북한이 3차 핵실험 조짐을 보이는 국면에서 도로 집어넣을 공산이 크다. 박 당선인이 유세장 가는 곳마다 외쳤던 "어르신들 임플란트도 100% 건강보험으로 해 드리겠다"는 말도 재원이 부족해 '75세 이상 어르신 치아 중 어금니만, 그 중 0개만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책임질 사람이 없을 거란 점이다. '공약과 정책이 다른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도 이미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이후여서 인수위원들은 그 자리에 없고, 대신 정부 부처가 나서서 '이건 인수위가 정한 정책이어서 우리가 변경할 수 없다'고 둘러댈 공산이 크다.
#박근혜 #인수위 #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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