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진은 세상을 향한 발언이며 싸움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위는 증오가 아니라 사랑을 위한 것이다."
김진형
1928년 북녘 땅 황해도에서 태어난 그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리얼리즘 사진작가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영국의 "Photography Year Book"에 사진이 수록되고 '스타 사진가'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늘 고독한 작업에 천작할 수밖에 없는 비주류 사진가였다.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열정적으로 렌즈에 담아낸 까닭이다. 독재정권 시절에는 극빈층을 너무나 선명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작품들을 압수당하기도 했다. 1968년 사진집 <인간> 1집을 출간한 이후, 연작 시리즈 <HUMAN 인간>은 14집까지(최근에 1-14집까지의 사진 중 490여 점의 사진을 선별하여 <휴먼 선집>이 발간되었다), 그리고 30여 권의 에세이를 펴냈다.
최민식의 화두는 언제나 '인간, 그 가난한 존재의 진실'이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군부가 장악했던 1960년대, 민주화 투쟁으로 뜨거웠던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가 담아낸 사람들은 지극한 비루한 현실 속에서도 희극적 요소가 내재된 어떤 역동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권력은 늘 왜곡된 허상으로 군중을 호도했지만, 최민식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비루한 사람들의 진실을 담아냈다.
"나의 사진은 세상을 향한 발언이며 싸움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위는 증오가 아니라 사랑을 위한 것이다. 나는 사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랑과 분노, 그리고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한다. 그래서 나는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을 믿는다."(<사진이란 무엇인가>, 6면)"나는 열정을 갖고 사회정의를 위해 누구에게라도 뒤지지 않을 만큼 사진을 통한 투쟁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또한 나 자신이 가난을 뼈저리게 경험했기에 누구보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창작해 왔다고 생각한다."(<사진이란 무엇인가>, 256면)
또한 치열한 삶의 현장을 두 어깨 들썩이며 살아가는 땀내나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때로 처절하고 참혹한 풍경이, 때로는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잠든 아이가 담긴 쓸쓸한 풍경은, 사진을 읽어내는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한다.
"가난과 불평등 그리고 소외의 현장을 담은 내 사진은 '배부른 자의 장식적 소유물'이 되는 것을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가난하고 누추한 삶의 진실을 사랑하는 나는 호화주택에서 사치스럽게 생활하는 졸부들에 비해 가난한 서민의 진실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에 대하여>, 7면)'결정적 순간'에 생의 본질은 복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