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기차의 내부 풍경. 마주보는 2층 침대 2개 놓인 칸이다. 생각보다 쾌적하고 편하다.
서영진 제공
두 번째로 베트남을 여행한 건 2011년 봄. 10개월 가량 이어졌던 마흔 살의 배낭여행. 그 첫 기착지가 태국이었고, 캄보디아 시아누크빌과 프놈펜을 거쳐 통통거리는 쪽배를 타고 국경을 넘어 베트남의 한적한 시골 마을 쩌우독에 도착했다. 아마도 3월 중순쯤이었을 게다. 거기서 다시 버스와 배를 타고 사이공까지 가는 데는 한나절이 더 걸렸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버스보다는 배, 배보다는 기차여행을 선호해왔기에 시베리아 횡단 열차보다는 덜 하지만, 나름 유명한 베트남 종단열차를 타고 남쪽 출발지 사이공에서 북부 종점 하노이까지 달려보고 싶었다. 총연장 1726km, 평균 시속 50km, 사이공에서 하노이까지 소요 예정시간 33시간 30분. 여유로운 일정이었기에 그 코스를 3번에 나누어 베트남 땅을 거슬러 오르기로 했다. 사이공-냐짱(나트랑), 냐짱-후에, 후에-하노이의 스케줄.
배낭여행자를 위한 베트남의 인프라는 2003년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다. 야간버스와 전세버스가 거미줄처럼 촘촘한 망을 이뤄 유명 관광지를 이어놓았고, 가격 또한 저렴했다. 제휴된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앞에 내려주니 숙소를 구한다고 고생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같은 구간을 갈 경우 기차티켓 가격이 20달러라면 버스는 10달러에 불과했다.
10달러라면 대략 1만 원. 장기여행자에겐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바깥 풍경 하나 보지 못하고 밤을 새워 달리는 야간버스보다는 남중국해의 넘실대는 푸른 파도를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는 기차가 훨씬 낭만적'이라는 내 생각을 바꾸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내 선택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서울처럼 시끌벅적하고 매연 가득한 호찌민(사이공)은 매력이 많지 않은 도시. 밤거리 풍경도 서울의 홍대 입구나 명동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이틀을 그곳에서 머물고 멋들어진 거대 해변이 유혹하는 냐짱을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8~10시간이 소요되는 구간. 왜 편차가 이렇게 큰 것인가 궁금해할 필요는 없다. 외국에 나가보면 한국의 KTX와 새마을호, 무궁화호 기차가 얼마나 깨끗하게 관리되고,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 운행되는지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인도와 태국, 베트남과 터키, 이란과 알바니아, 슬로베니아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와 세르비아, 헝가리와 보스니아 등지에서 기차를 타봤다. 그중 어떤 기차도 한국의 기차만큼 깨끗하지 못했다. 연착? 이건 말을 말자. 인도 기차는 오는 게 도착 시간이고, 목적지에 멈추는 그 시간을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대여섯 시간 연착은 기본. 승객들도 1~2시간 늦는 것엔 화도 내지 않는다. 본론에서 벗어나니 각설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