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거리가 넓을수록 노약자를 비롯한 장애인들에게 매우 위험하다. 사진은 3호선 충무로역.
유성애
"이 역은 승강장과 열차 사이 간격이 넓으므로, 열차를 타고 내리실 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지하철 안, 눈앞에서 두 대의 열차를 그냥 보냈다. 열차와 승강장 사이 거리가 생각보다 넓어 휠체어를 탄 채로 건너기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휠체어가 승강장 사이에 빠지면 어떡하나, 기관사가 그걸 모르고 그대로 출발하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도 들었다.
승강장 사이 간격은 주로 승강장 형태가 곡선일 경우 넓다. 내가 타려는 3호선 금호역과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충무로역의 승강장 틈새 간격을 확인한 결과 무려 19cm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작년 10월에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승강장 틈새로 6살 꼬마아이가 떨어져 머리를 다치기도 했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하는 김정(35, 뇌병변장애1급)씨는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휠체어 바퀴가 빠져 아예 앞으로 고꾸라졌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 도착한 지하철의 문이 열리자 심호흡을 한 뒤 리모컨 키를 앞으로 꺾었다. "쿵,쿵." 전동휠체어의 앞·뒷바퀴가 승강장 사이로 빠졌다 올라오며 큰 소음을 냈다. 몇 번 바퀴가 소리를 낸 뒤에야 지하철에 탈 수 있었다.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쳐다봤지만, 내겐 휠체어가 위 아래로 흔들리며 허리에 가해진 아픔이 더 컸기 때문에 신경쓸 틈이 없었다.
스트레칭도 할 겸 허리를 양쪽으로 돌리니 "뚜둑"하며 관절 꺾이는 소리가 났다. 그런 내가 측은했는지 한 할머니가 말도 없이 다가와 아무렇게나 풀린 내 목도리를 정성껏 여며주기 시작했다. 호의는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동정받는 듯한 느낌도 들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마주친 시선을 애써 피하는 사람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보니 장애인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세 가지 정도였다. 무심하거나, 주시하거나, 모르는 척 하거나. 꼬마아이나 노인은 아예 대놓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고, 그 외 다른 사람들은 평소처럼 무심하거나 그도 아니면 애써 시선을 피하고는 했다.
개인적으로는 세번째 반응이 가장 신경 쓰였다.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나를 흘깃거리며 보고 있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안 보던 척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탄 휠체어를 가리키며 "저게 뭐야, 엄마?"하는 아이의 물음에, 아이 손을 잡고 일부러 걸음을 재촉하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차라리 일반인들처럼 자연스럽게 지나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은 더 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