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유세에 함께한 노회찬 의원의 모습이다.
김철관
지난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안기부 삼성 엑스파일 떡값검사 실명을 공개한 진보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지난 14일 대법원 유죄 판결로 의원직을 잃었다. 아울러 당시 공익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안기부 삼성 엑스파일 관련 사건을 보도했던 이아무개 MBC 기자와 김아무개 <월간조선> 편집장도 유죄가 된 셈이다.
이번 판결로 지난 97년 대통령선거와 관련한 안기부 도청 삼섬 임원 통화 내용 중 떡값 검사 사건이 새삼 떠오른다.
노 의원의 유죄판결을 보면서 사법 살인의 대표적인 사례인 인혁당 재건위(최종 무죄) 사건이 생각난다.
과거 노 의원은 누구도 엄두를 못낸 성역 검찰과 재벌의 유착 비리를 용감하게 폭로했다. 당시 검찰은 그에게 안기부 삼성 도청 문건을 이용해 폭로했다는 이유로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해 기소를 했다. 이번 판결은 공익과 사생활 침해를 놓고 사생활 침해에 손을 들어 준 것과 진배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노 의원의 수사를 지휘했던 검사가 현재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지명한 황교안 법무부장관 내정자라는 사실이다.
당시 그는 수사 지휘 검사로서 떡값을 준 삼성의 임원들을 불기소 처분을 했고, 떡값을 받은 검사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아 시민사회단체의 원성을 샀다. 특히 그는 오히려 진실을 알렸던 사람(노회찬 의원)을 기소해 유죄를 받게 한 장본인이다. 황교안 법무장관 지명자는 도청을 금한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해 당시 노 의원에게 공익과 국민의 알권리를 무력화시키는 데 앞장선 것이다.
과연 그가 새정부 법무부장관의 자격이 있는지, 그에게 스스로 묻고 싶다. 국민 직선으로 뽑힌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올가미를 씌워 낙마하게 한 사례는 군사 독재시절에나 가능한 대사건이다.
뇌물수수, 비리 등으로 낙마한 국회의원들과 공익적 진실을 위해 검찰․재벌의 유착을 폭로한 노회찬 의원의 죄질이 같을 수는 없다. 대법원의 선고는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하지 못한 부당한 판결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 14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은 노 의원에 대해 소위 떡값검사 7명의 실명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로 상고심을 기각하고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의 원심을 확정했다. 선고공판을 앞두고 여야의원 159명은 벌금형이 추가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한 이후 판결을 하라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특히 노 의원의 유죄선고는 몇 가지 면에서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선 언론이 기사화한 보도자료는 면책특권이 있어 무죄이고, 인터넷에 올린 기사는 유죄라는 판결 내용이다.
현재 모든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정보화시대 국민에게 전달된 정보의 첨병은 인터넷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도 개방형 언론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고, 신문·방송사도 이미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게시하고 있다. 인터넷과 언론사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오프라인 언론사와 인터넷을 별개로 구분해 하나는 무죄로 하나는 유죄로 선고한 것은 분명 심사숙고한 판결이 아니었다.
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한 한 보고서는 종이신문의 구독률이 감소하고 지하철에 뿌려지고 있는 무료신문의 구독자도 크게 줄어, 영향력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조사를 발표했다. 인터넷의 영향력은 커졌다는 것이다. 인터넷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지하철에서 무료신문을 본 구독자도 현격히 줄었고, 아울러 점점 늘고 있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뉴스를 검색한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바로 인터넷시대 수용자들의 뉴스검색행태는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으로 옮기고 있고 있다. 이런 시대에 이번 노 의원의 의원직 상실 대법원 선고가 국민들을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선고인지 묻고 싶다.
특히 노 의원이 인터넷에 떡값검사의 이름을 실명으로 거명한 것은 공익성과 공공성을 인정할 만한 충분 소지가 있어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를 충족하므로 노회찬 의원의 폭로는 무죄로 판단하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신중치 못했다.
안기부 엑스파일에 등장한 위법의 당사자들, 이른바 삼성 떡값검사와 재벌회장, 재벌임원 등의 범법자들은 처벌하지 않고, 사회 정의를 위해 이들을 밝힌 사람을 처벌한 것은 사법부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노회찬 의원의 대법원 유죄판결은 매우 부당하다. 노 의원의 행위는 재벌과 권력기관을 감시․견제 임무를 지닌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법원의 최종 선고가 제식구 감싸기식 판결, 기득권보호적인 판결이 아닌지 의문이 간다. 앞으로 이런 엉망진창의 판결이 나오지 않기 위해,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제일 먼저 할일은 정의가 살아있는 사법부 개혁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민들은 자본과 권력에 의지한 왜곡된 기소권과 수사권 남용을 바라지 않고 있다. 새정부는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경찰, 검찰 등 사법부의 총체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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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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