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규 환경부 장관 내정자(왼쪽부터),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내정자가 17일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내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아직 내정자 신분이라서…. 인사 청문회 통과된 이후에…."17일 박근혜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된 서승환 연세대 교수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도 현안에 대한 의견이나 정책 방향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구내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 현재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후보자들은 인사말을 통해 새 정부 첫 내각의 수장으로 지명된 데 대해 입을 모아 '책임감'을 토로했다. 그러나 현안이나 향후 정책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내정자 신분"이라며 즉답을 피하는 다소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책임은 무거운데, 내 생각은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이날 세 국무위원 내정자들에게 질문을 집중했다. 부동산 침체, 4대강 사업,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 등 현안의 경우 관련 행정부처 수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장관 후보자의 생각이 문제 해결 방향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현안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마치 사전에 관련 방침을 받기라도 한 듯 침착한 표정으로 즉답을 피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쌍용차·4대강 등 현안 관련 질문에 "내정자 신분..." 회피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현재 인수위 앞에서 시위 중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풀지 질문하자 "내정자 신분이라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는 "자세한 것은 20일 공개되는 인수위 국정과제를 참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짊어지고 나갈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마찬가지였다. 서 내정자는 하우스 푸어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정자 신분이라서, 자세한 건 차후에 말씀드리는 것이 낫겠다"고 답했다.
원전 정책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은 윤성규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환경부 소관이 아니다"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는 대선 당시 박 당선인의 환경·에너지 밑그림을 짠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윤 후보자는 "내정자 신분"이라면서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새로 정해진 장관 후보자들이 스스로 자처한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정책 관련한 소신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는 풍경은 다소 모순이다. 실제로 기자간담회 후 참석했던 기자들 중 일부는 "이렇게 답할 거면 뭐하러 간담회를 하는 거냐"고 투덜대기도 했다. 인수위 특유의 '밀봉' 기조가 박근혜정부에서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날 장관 후보자들이 정책방향에 대해 함구하는 모습은 박 당선인이 지향하는 '정책 중심 청문회'와도 맞지 않는다. '아직 장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아서 현안 관련 질문에 답할 수 없다'는 이들 장관 후보자들의 말대로라면, 국회에서 열릴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이들은 현안에 대한 평가나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언급을 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 당선인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걸쳐 새누리당 의원들과 만나면서 여러 번 "공직 후보자를 불러다가 너무 혼을 내고 망신을 주는 식의 청문회가 이뤄지니까 나라의 인재를 불러다 쓰기가 힘이 든다"면서 "미국 같은 경우는 공개된 장소에서는 정책 중심으로 검증한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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