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각국사(眞覺國師) : 진각국사 대각원조탑비 보물 제14호) 비
김홍범
일행은 진각국사 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몸은 지쳤으나 마음은 한결같았다. "진각국사 비를 꼭 봐야겠다"는 거였다. 그 한 마디로 충분했다. 수원천을 따라 걸으며 진각국사 비가 있는 곳에 가까울수록 서럽게 반기듯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곧 우리는 해질녘 조용히 빗물을 흘리는 '진각국사 비'를 한동안 바라보고만 있었다.
지난 2월 18일 10시부터 걷기 시작한 그 길은, 처음 걷는 사람에게도 가슴 속으로 뭔가가 뜨거운 기운이 들어오는, 그 느낌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길이란 참 신기하다. 길에 어떠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걷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뉘우치고, 깨달으며, 감동을 받게 된다. 우리는 그 길을 '국사(國師)의 길'이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