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백서에 나와 있는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사고 당시 상황
대구시
"대구시가 발간한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참사 백서는 '행정일지'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 백서에는 단순히 사고발생 및 화재진압 과정, 각 부서들의 대응, 피해와 보상 내역 등이 담겨있을 뿐이죠. 백서는 하드웨어 요소와 소프트웨어 요소를 반드시 담아야 하나 대구시 백서는 하드웨어 요소만 일부 다루고 있습니다."지난 2003년 2월 18일 발생한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 화재사고와 같은 대참사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알려면 가장 먼저 봐야할 자료가 '백서'다. 백서는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문제에 대해 그 현상을 분석하고 장래의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발표하는 보고서'다.
대구시는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 발생 2년 뒤인 2005년 '대구지하철 중앙로역 화재사고 백서'를 발간했다. 782쪽이라는 방대한 이 백서는 사고경위부터 사고원인, 피해상황, 지하철 건설 및 운영, 사고대책본부 운영, 대구시의 대처, 언론보도 내용, 당시 사고 사진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대구시가 발간한 백서 외에 대구검찰청과 대구소방본부가 발간한 백서도 있다. 하지만 홍원화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는 대구시가 발간한 백서는 '행정일지'에 불과하며 향후 대형 사고 예방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대구중앙로역 지하철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을 때 시민들은 똑같은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내가 그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익힐 수 있는 백서여야 진정한 백서라 할 수 있다"며 "대구시가 그런 백서를 만들려는 의지만 있었어도 시 권한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방대한 자료를 취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재난과 더불어 사는 나라인 일본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실제 지하철 역사와 흡사한 시설을 만들어놓고 인체에 무해하지만 사고 상황과 유사한 가스를 살포, 피난 실험을 한다"며 "일본 수준까지는 못 미치지만 중국에서도 그런 실험을 한다. 한국의 경우 제대로 된 피난 실험은 고사하고 일본에서 열리는 피난 실험에 전문가들조차 참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대구 중앙로역 지하철 참사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백서를 만들었다. 사고 직후 홍 교수는 석·박사 과정 재학생 16명과 함께 중앙로역 현장을 둘러보고 소방본부 등 관련 기관과 광범위한 피해 상황 파악에 들어갔다. 그가 2년간 만난 생존자와 유족만 1천 명에 이른다. 홍 교수는 자신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2005년 '2·18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기록과 교훈'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시설은 선진국 수준... 문제는 운용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