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나와있는 수성동 계곡, 하단의 작은 다리가 현재도 남아있는 '기린교'다.
겸재 정선
인왕산도 다른 산들처럼 오르는 들머리가 여러 길이 있는데 이 날 산행은 종로구 옥인동 혹은 수성동에 있는 수성동 계곡을 들머리로 삼았다.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나와 있는 이 계곡은 박정희 정권 때 지은 옥인 아파트로 인해 오랜시간 파묻혀 지내다가 지난해에 비로소 복원되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곳이다.
수도권 전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09번 마을버스를 타면 수성동 계곡 바로 앞이 종점이다. 필자는 애마 자전거를 타고 곧바로 수성동 계곡까지 찾아갔다. 인왕산 기슭의 계곡이라고 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파트가 있었던 곳이라 험한 산길도 없고 찾아가기 쉬웠다. 인왕산 기슭에 한적하게 자리 잡고 있는 동네에 도착하니 계곡 바로 앞에 낡고 오래된 단층주택, 연립, 빌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보기드문 풍경이 여행자를 반긴다.
수성동 계곡은 인왕산 아래 첫 계곡으로, 조선시대 '물소리가 유명한 계곡' 이라 하여 수성동(水聲洞)으로 불렸으며, 수성동의 '동(洞)'은 현재의 행정구역을 의미하는 '동'이 아니라, '골짜기 또는 계곡'이라는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수성동은 겸재 작품뿐 아니라 추사 김정희의 시 '수성동 우중에 폭포를 구경하다' 등 많은 문헌에 명승지로 소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