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가족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숭엄한 표정으로 응시를 합니다.
이영대
마침내 골목을 돌아가서 시야에서 사라지면 천천히 시선을 거두고 자리에 앉습니다. 돌아앉는 얼굴에는 아쉬운 기색이 완연합니다.
며칠 전에는 마침내 아버지가 역정을 내셨습니다. 식구들이 함께 식사를 하다가 직장에 늦을 것을 염려한 며느리가 먼저 일어나 집을 나섰습니다. 이번에도 여지없이 어머니가 함께 수저를 놓고 일어나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며느리가 1층 아파트 문을 나와 골목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밥 먹다가 무슨 노릇인가?" 하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의 이 꾸중조차 귀에 들어오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것은 어머니에게 간과할 수 없는 숭엄한 의례로 여겨집니다.
곧 봄이 오면 어머니는 다시 고향으로 내려가시게 됩니다. 어머니는 그곳에서 서울로 다시 올라오실 가을까지 아파트 창문 밖으로 멀어지는 피붙이들의 뒷모습을 기억에서 되돌리며 그리움을 견딜 것입니다.
'피는 그리움의 농축'이라는 것을 어머니의 창문 바라보기를 통해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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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창문 밖 보는 90세 어머니, 왜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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