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용수와 각종 화재 진압 장비를 실은 소방차는 그 무게가 엄청나다.
유성애
혼자라서 불을 끄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그는 "화재 현장에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호스만 들고 가야 한다"면서 "물을 넣고 가면 가는 동안 (소방)호스가 무거워지기 때문에, 먼저 15m짜리 호스를 펴서 현장에 가져다 놓고 다시 소방차까지 와서 물을 채운 뒤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신북지역대의 출동건수는 한 달에 약 20~30건 정도. 관할 소방센터의 출동건수(180-200건)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소방관 한 명과 보조인력인 의소대원들이 감당하기엔 여전히 벅찬 게 현실이다.
화재 대상물의 3차원 영상화가 '직원순직 방지대책'? 소방관들에게 맡겨진 행정 업무도 적지 않다. 먼저 '소방활동자료조사'라고 해서, 화재예방을 위해 특정 대상물(건물)의 층별 도면을 비롯해 화재위험요소와 소방시설, 화재 진입로 등을 미리 파악해 놓아야 한다. 한 소방장은 "사진도 따로 찍어서 올려야 한다"며 "제대로 알려면 한 건물당 4, 5시간은 걸린다"고 말했다.
관인지역대에 맡겨진 대상물은 약 200~300여 개 정도. 신북지역대의 강 소방장 또한 "내가 맡은 대상물은 56개인데, 아무래도 요새 경기가 안 좋고 하니까 (대상물을) 찾아가면 사람들이 귀찮아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A소방서의 한 소방관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 '직원 순직 방지대책'이라고 해서 전 소방 대상물을 3차원 영상화(3D)하는 작업을 하는데, 자료조사에서도 캠코더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입체화 작업을 하라고 지시합니다. 층별로 도면을 확보하고, 도면이 없으면 직접 그려서 수치까지 적어다 작성하라는데 과연 바쁜 소방관들이 이걸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소방전술훈련과 장비조작훈련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업무가 너무 많아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현장 직원들이 불가능한 건 하지 말자고 건의해도 반영되지 않고, 노조가 없어 정식으로 건의할 통로도 마땅치 않다"면서 "위에서 명령해서 만들어 놓으면 보기엔 좋겠지만, 현장직원들의 경우 쉬는 날까지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2008년 5월 뇌출혈로 쓰러져 숨진 경기도 고양소방서 소속 김아무개 소방관(29)의 사인은 '과로사'였다. 또한 소방관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노동조합도 만들지 못하게 돼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홍보팀 하종근 소방교는 "(대상물 조사는) 소방관들의 안전을 위해 (대상물이 있는) 장소에 직접 가서 확인하라는 것"이라면서 "작성 기한이 너무 촉박하다는 현장의 지적에 계속 시간을 늦추고 있다, 애초 2월이었는데 현재 6월까지 늦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는 다만 "작성해야 할 자료의 대상물이 지역별로 각기 많거나 적은 것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죽어야만 나아지나... 근본 대책은 '인력 확충' 전문가들은 소방관 인력이 부족한 원인을 '예산 부족'에서 찾는다. 현재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각 본부 근무자 260여 명을 제외한 전국의 소방공무원(3만 8천여 명)이 대부분 지방직 공무원이고, 따라서 예산이 각 지역에 맡겨져 있는 상태. 정부는 '지자체 소관'이라는 이유로 처우 개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과 이윤근 소방령은 "2조 6천여억 원의 전체 소방예산 중 국가 부담액은 1.7%(약 430억)에 불과하다"며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법이 통과돼야 하기 때문에 언제가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에서 발표한 '주민등록인구통계'에 의하면 경기도 등록 인구는 1년 사이 약 16만 명 정도 늘어난 상황(2011년~2012년). 인구와 함께 생활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또 소방관 순직사건이 계속 됨에 따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서는 올해 약 700여 명의 소방공무원을 더 충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충원시기와 교육기간 등을 고려하면, 당장의 인력난을 해결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
'전국소방발전연합회' 김홍준 대표(소방위)는 "화재 등 현장 활동의 최소인원은 2인 1조다. 그런데 1인이 근무하는 속칭 '나홀로 소방관'은 사지로 들어가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왜 누군가 죽어야만 소방관의 근무환경이 나아지는지 그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소방 당국의 뒤늦은 대책 마련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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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시 소방관 1명이 20분 마크? "우리도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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