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없고... 온통 '박정희와 육영수'만 보여

등록 2013.02.27 10:38수정 2013.02.2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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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눈에는 민주주의가 정착된 신흥 민주주의 국가에서 독재자의 딸이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놀라워 보일 수도 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의 양면적인 성격 때문에 한국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다"외국인들 눈에는 독재자의 딸이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놀라워 보일 수도 있지만 한국에서는 꼭 그렇지는 않다"

지난 해 12월 6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가 보도한 '한국 대선, 박근혜 후보의 무거운 유산'기사 한 대목이다. 그리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12월 7일자 최신호) 아시아판 커버스토리 표지사진과 제목은 <르몽드> 시각과 일치했다. 표지사진 주인공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였고, 제목은 'THE STRONGMAN'S DAUGHTER'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이를 "'강력한 지도자의 딸'"라고 했고, 박 후보를 비판하는 이들은 '독재자딸'이라고 했다. 단어 해석을 두고 논란이 일자 <타임>지는 인터넷판에서 '독재자의 딸'(The Dictator's Daughter)로 수정했다. 영국 통신사인 <로이터통신>, 미국 <뉴욕타임스>, 미국 <AP통신>과 프랑스 통신사 <AFP> 역시 박근혜 당시 후보를 "독재자의 딸"로 표현했다.

이처럼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핏줄'이라는 천륜을 매개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국외언론이 박 대통령을 '독재자 딸' 표현하는 것을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대한민국으로서는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대한민국 일부 언론은 아랑곳하지 않거나, 오히려 '제2 박정희 신화'를 바라는 듯 하다.

1966년생이고, 초등학교 5학년(1977년)까지 텔레비전이 없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를 뉴스에서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역대 대통령 부인 중에서 육 여사만큼 좋은 영향을 남긴 이는 없는 것 같다. 독재자 박정희에 저항했던 이들도 육 여사에 대한 비난은 거의 없다.

 포털 다음에 검색된 언론사들 박근혜 대통령 한복 입은 모습과 육영수 여사 한복 입은 모습이 닮았다는 기사들
포털 다음에 검색된 언론사들 박근혜 대통령 한복 입은 모습과 육영수 여사 한복 입은 모습이 닮았다는 기사들다음

이는 박 대통령에게 굉장히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박 대통령이 25일 광화문 광장과 청와대 한복을 입었다. 많은 언론들이 보도한 한복 입은 박 대통령을 육 여사와 닮았다는 기사 중 일부다.

"34년 만에 돌아온 청와대에서 한복을 입고 계단을 올라서는 모습은 영락없이 어머니 육영수 여사를 빼 닮았습니다. 육 여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육 여사의 친서민 이미지, 부드러운 리더십을 떠올리게 하는 패션입니다.-26일<MBN>한복 입은 박근혜 대통령…"어머니 닮았네"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가 입었던 한복 무늬와 흡사한 모습이다. 지난 2005년 6월 24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아! 어머니'전시회를 찾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어머니인 고 육영수여사의 한복전시코너를 보면서 다른 의원들에게 한복 스타일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당시 전시된 한복과 박근혜 대통령이 입은 한복은 문양과 스타일이 비슷하다. -26일 <조선비즈>朴대통령 금색 꽃무늬 한복, 故 육영수 여사와 닮은꼴

"육영수 여사는 '한복은 유행에 과히 지장이 없어 경제적이어서 자주 입게 된다'며 즐겨 입었다고 한다. 또한 한복을 우아하게 잘 입는 베스트드레서로 꼽히기도 했다.-26일 <머니투데이>朴대통령 모친 육영수 여사 '한복 베스트드레서'


어떤 계층보다 박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SNS조차도 한복입은 박 대통령과 육 여사를 비교하면서 좋은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복입은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사실 대통령은 외관과 분위기,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데, 타국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적인' 멋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한복 자주 입으셨으면 좋겠네요."- @yoon*****
"육영수 여사님과 넘 닮았어요 예뻐요"- @Jadey*****
"한국의 어머니 같네요"- @xiaox*****
"박근혜 대통령 한복 무지 잘 어울린다^^_ @twi*****
"한복 모습의 박근혜 대통령을 보니 육여사 환생이네요"-@asd*****
"한복입으니 딱 육영수 여사네"- jel*****

이쯤되면 한복입은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 지지율에 점수를 땄다. 역대 대통령 부인들은 남편 취임식과 정상회담 참석 자리에 한복을 자주 입었다. 박 대통령 한복 입은 것에 대해 언론과 누리꾼들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은 대통령 부인이 아니라 대통령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복입은 박근혜 대통령보다는 한복입었던 육영수 여사만으로 떠올린다면 박 대통령은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공직자들이 박 대통령을 육 여사 이미지와 연결시키면 시킬수록 대통령 박근혜는 보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머리모양까지 어머니와 비슷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대한민국 5년 동안 이끌어갈 사람은 육영수가 아니라 박근혜임을 명심해야 한다.

박 대통령 옷입은 모습을 어머니와 관련 짓는다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정책과 관려짓고 있다. 국외언론들은 박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 미국 <CNN>은 25일(현지시각)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이 '두 개의 거대한 그림자(shadow of two giants)' 속에서 취임한다"며 "첫 번째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위협이고, 두 번째는 부친 박정희의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박 당선인도 아버지 유산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새마을운동'이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때인 지난 18일 삼청동 인수위에서 국정기획분과의 국정과제토론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금 새마을운동도 사실은 정부가 막 이끈 것 같지만 정부가 잘하는 데는 더 자꾸 인센티브를 주고 이렇게 함으로써 '나도 해야 되겠다' 이런 것이 일어남으로써 '이것 하면 되겠다. 우리도 할 수 있다. 하니까 더 잘되네' 사실은 정부가 '이것 해라, 저것 해라' 한 것이 아닌데 국민이 한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정부가 주도하는 새마을운동이 아니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는 말이지만, 새마을운동은 '가난한 농촌', '더러운 농촌'에서 '잘사는 농촌', '깨끗한 농촌'으로 만들어준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 중 업적이다. 박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꺼낸 것만으로도 공직자들은 새마을운동을 부활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이미 시작됐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인사청문회때 미래창조과학부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과학기술이나 IT, 이런 걸 해서 제2의 새마을운동같은 미래 창조를 하겠다는 것부터 고부가가치 산업화로 가야 한다"며 제2새마을운동을 실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경상북도는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4일 김관용 경북지사는 엘리야슨 유엔 사무부총장과 만나 새마을운동 국제화를 협의했다.<동아일보>는 엘리아손 부총장은 "지구촌의 빈곤 퇴치는 유엔의 주요 과제인 만큼 경북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새마을운동을 국제사회에 보급하는 것은 소중한 가치가 있다. 새마을운동이 저개발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고 26일 보도했다.

박 대통령도 26일 엘리야슨 사무부총장과의 접견에서 "ODA(공적개발원조) 같은 것을 해 나가면서 한국이 경험했던 농촌개발계획이나 새마을운동을 공유하면서 개발원조하는 데 일조하도록 (기여했으면 좋겠다)"며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부탁했다. 2013년 판 '새마을운동' 부활이 얼마남지 않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지난 21일 대통령직인수위는 국민에게 '준법교육'을 시키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140개 국정과제 89번째 '법과질서 존중하는 문화구현'을 보면 ▲ 헌법교육 등 법교육 강화 ▲ 체험형 법교육 테마파크 조성 ▲ 법체험 포털 활성화 따위를 제시했다. 한 마디로 국민을 '교화'와 '훈육'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는 1968년 12월 5일 반포한 '국민교육헌장'과 다름 아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또 다른 단어인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고 취임사에서 약속했다. 박 대통령는 취임사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리의 역사는 독일의 광산에서, 열사의 중동 사막에서, 밤새 불이 꺼지지 않은 공장과 연구실에서 헌신한 국민이 계셔서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취임사에 '한강의 기적'은 4차례 나왔다. '한강의 기적'은 박정희 추종세력과 지지자들이 "먹고 살려 주었기 때문에 독재는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를 제공할 정도로 '한강기적=박정희'다.

박근혜 정부 사람도 마찬가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975년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77~1981년) 수립에 참여했다. 이 때는 박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드로 활동할 때다. '지역감정 바이블'인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은 1974부터 1985년까지 청와대에 근무했다. 특히 그는 74년부터 79년까지는 박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당연히 퍼스트레이디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공적인 관계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서승환 국토부장관 후보자 부친은 국방부 장관을 지냈고, 류길재 통일부장관 후보자 부친은 국민교육헌장 초안도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2013년 대통령 박근혜는 1970년대 박정희와 육영수 부활이다. 박정희와 육영수 향수가 박 대통령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니라 2013년이며, 대통령도 박정희가 아니라 박근혜다. 박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박정희와 육영수 향수부터 극복해야 한다.
#박근혜 #육영수 #새마을운동 #한강의 기적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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