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수석부대표, "양보해달라"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소회의실에서 2월 국회 개회를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유성호
박근혜 대통령의 '간절한 바람'은 성사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의 마지막 쟁점인 미래창조과학부 문제를 거론하며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이 ▲ IPTV(인터넷TV)의 인허가권 및 법령제·개정권을 제외한 융합서비스 및 콘텐츠 등 미래부 이관 ▲ 유료방송 등 플랫폼사업자(SO) 소관 방통위 존치를 전제로 한 비보도 PP(일반채널사업자)의 미래부 이관 등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은 방통위의 방송광고·IPTV·뉴미디어·방송편성권 업무 등을 신설될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 '방송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왔다.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가 거부당한 민주당은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의 장기표류를 예고했다.
한 발 물러선 민주당 "이한구 말대로 바둑채널 등 비보도 PP 이관"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방통위가 관장하는 위성방송·종합유선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인허가 정책 등을 포함한 플랫폼 사업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방송의 공공성·공익성과 관련이 없는 PP 관련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하도록 하는 협상에 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바둑채널·골프채널·요리채널 등 비보도 PP 부분을 언급했기 때문에 이 같은 제안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IPTV의) 통신사업자들은 계속적으로 직접 사용 채널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데 '직접 사용 채널'은 곧 보도기능을 갖게 된다, 그럴 경우 IPTV는 (조선TV·채널A·Jtbc·MBN과 같은) 제2의 종편으로 바뀌게 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IPTV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은 방통위에 존치하고 나머지 기능을 미래부로 이관하도록 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방송 광고 업무 이관 여부에 대해서는 지난 24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제안했던 중재안을 기준으로 삼았다. 우 수석부대표는 "황 대표께서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 광고판매 부문을 방통위에 귀속시키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한다"며 "항간에는 황 대표의 말씀이 방송광고 정책 중 광고판매 부분으로 제한해 존치한다는 꼼수가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황 대표의 인격을 믿기 때문에 잘못된 소문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찬물 끼얹은 새누리 "논리비약... 방통 융합 트렌드 반하는 제안"
그러나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의 제안은 대부분 방송정책을 방송통신위에 계속 남겨놓는 것으로, 방송과 통신을 융합하는 미래 트렌드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그는 플랫폼사업자(SO) 존치를 전제로 한 비보도 PP 이관 제안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과는 아무 관련 없는 유료방송사업자를 정치적 합의제 위원회인 방통위에 존치토록 해 방통융합을 훼손하고 ICT가 창조경제의 핵심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IPTV 인허가권 및 법령제·개정권을 제외한 나머지 기능을 미래부로 이관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그는 "IPTV 인허가권을 제외한 다른 기능은 방송·통신을 융합해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기능으로, 처음부터 조직개편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히 "현행 IPTV법에는 사업자가 직접사용채널을 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 보도기능도 할 수 있게 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해 여야 합의가 선행돼야 할 사항"이라며 "지나친 논리비약"이라고 반박했다. IPTV의 인허가권과 법령 제·개정권을 미래부로 이관하더라도 야당이 우려하는 '제2의 종편' 사태는 없다는 주장이다.
방송광고 업무에 대해서도 김 수석부대표는 "황 대표는 '방송광고판매 정책'만 얘기한 것"이라며 "방송광고 진흥정책·방송광고 편성정책은 방송광고 산업을 활성화해 고품질의 콘텐츠 제작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미디어 산업 진흥을 담당할 미래부에서 소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PP와 종합유선방송국(SO)가 채널배정 등으로 상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면 얼마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또 "(민주당의 얘기는) 교통사고가 날까 무서우니 차를 타지 말자는 주장"이라며 "모든 것을 그렇게 확대 해석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과반다수당인데도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는데 (IPTV 보도기능 허용 위한 법개정을) 단독으로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협상 장기표류 불가피... 당내 '쓴소리' 나오는 새누리의 선택은?결국 민주당의 수정안이 모두 거부된 셈이다. 이에 우 수석부대표는 곧바로 브리핑을 열고 "참으로 참담하다, 정부조직 개편은 지금 박근혜 정부가 더 필요할텐데 본인들이 요구한 것까지 민주당이 양보했는데도 또 걷어차였다"며 "모든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방송광고도 안 되고, 케이블·IPTV·위성방송 모두를 미래부로 옮겨야 속이 풀린다는 것"이라며 "방송의 핵심만 남기고 방송콘텐츠를 필요한 ICT(정보통신기술)에 모든 것을 넘기겠다고 제안한 것을 거부한 것이다, 우리가 걱정한대로 박근혜 정부(의 미래부)는 ICT의 성공보다 방송장악에 그 본질이 있다"고 비판했다.
우 수석부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융합을 할 수 있는 사업·콘텐츠 부분을 다 이관한다고 한 것인데 (융합과 관계없는) 인허가권, 법령 제·개정권까지 가져가겠다는 건 방송장악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방통위에 사람을 넣어 방송 장악을 시도하더니 박근혜 정부는 독임제 장관이 있는 정부 부처를 통해 방송 장악을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회가 다시 열리더라도 이 상태로는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킬 수 없다"며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90일 간의 의안 조정이 끝나면 소관 상임위로 넘어가니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조직법 협상의 장기표류가 확실시 되면서 새누리당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지도 주목된다. 새 정부의 정상 출범 지연에 여당이 무기력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은 물론, 당내에서도 당 지도부가 추가 협상 노력보다 여론전에 힘을 기울이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준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뿐만 아니라 대통령도 설득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던졌고,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날 TBS라디오 <열린아침 송정애입니다>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야 간 협상을 하려면 자율권도 있어야 되지 않느냐, 그런데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기 때문에 당으로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당의 무기력한 모습을 비판했다.
황우여 당대표도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협상의 여지를 내비쳤다. 그는 "여야는 이번 대립이 본질적이냐를 검토하고 서로 한 발짝 물러날 것은 없는지, 타협점은 없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협의점이 멀지 않은 만큼 더욱 분발해 협상하고 지혜를 모으는 일에 다가가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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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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