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월 6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서승환 경제2분과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세종특별자치시 건설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서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들여 온 세종시, 즉 신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한 대표 논객 중 한 명이었다. 따라서 오는 6일 열리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서 후보자가 수년간 고수해온 철학과 소신을 바꾼 배경을 두고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서 후보자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윤후덕 의원(민주통합당)에게 제출한 인사청문회 사전 질의·답변서을 통해 세종시 건설 및 국토균형발전과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질의·답변서의 일부 내용이다.
- 세종시를 중시하는 당선자(대통령)의 국정철학과 후보자의 견해가 같은지?"세종시는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발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지역발전시책이며 이와 같은 견해를 대통령과 저는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함"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세종시 건설 효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세종시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논란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맞서며 원안 고수를 강조해 '판정승'을 거뒀다. 대선 후보 시절에도 첫 유세지를 대전·세종시 등 충청권으로 정했고, 이 지역에서 국토균형발전을 공약하며 신경을 기울였다.
박 대통령 따라 세종시 좋게 평가한 서승환, 알고 보니 '반대론자'그러나 서 후보자는 연세대 교수 시절인 2004년 7월 8일 신행정수도 관련 세미나에서 박 대통령의 '세종시 철학'과는 다른 분석 결과를 내놨다.
"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하면 국민소득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수도) 이전 다음해에 0.91%p의 경제성장률 하락 요인이 발생할 것이다." 그가 내놓은 이 분석은 서 후보자가 독립적으로 연구를 추진해 나온 결과다. 본인이 직접 연구를 통해 근거를 도출해낼 정도로 세종시 같은 신행정수도 건설을 우려하는 입장을 견지했던 것이다.
게다가 서 후보자는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강조한 국토균형발전 방향과도 다른 생각을 내놨다. 그는 당시 "수도권에 이뤄질 민간투자를 강제로 충청권으로 돌리면 투자효율성 저하와 서울의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이 예상돼 이익보다 비용이 더 클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에 반대 의견을 피력한 대목이다.
세종시 건설을 우려하는 그의 소신은 이 연구에 그치지 않았다. 서 후보자는 2004년부터 총 8차례 신문에 칼럼을 게재하며 신행정수도 건설을 비판했다. 그는 칼럼을 통해 정치권이 앞 다투어 국가균형발전을 공약한 것을 두고 "수도권에 있던 것을 무더기로 빼내 지방에 선물을 안겨주어 지방의 표를 끌어당겼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신행정수도 건설 관련 논문도 발표했다. 서 후보자는 2004년 <지역연구>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수도권 인구분산의 소득효과' 논문에서 "신행정수도 건설 등으로 인해 수도권 인구 5%가 충청권으로 집중 이주할 경우에는 -1.7~-1.9%p의 GDP 성장률 감소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세종시 뿐만 아니라 경제정책 소신도 바꿔... "전형적 '박근혜 코드 맞추기'"수년 동안 '세종시 반대론자'였다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이후 '세종시 옹호론자'가 된 서 후보자. 그는 현재 이러한 과거 논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윤후덕 의원에게 제출한 질의·답변서를 다시 살펴보자.
- 수도권 인구가 충청권으로 이주시 GDP 성장률 감소가 예상된다는 생각이 여전히 같은지?"2004년 저의 논문은 수도권 인구의 지방 분산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학적 분석기법을 통해 제한적으로 연구한 것임."신행정수도 건설로 인해 GDP 성장률이 감소될 것이라는 본인의 과거의 주장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자신의 논문 내용을 사실상 부정했다고 볼 수 있다.
윤 의원은 "서 후보자는 세종시 등 신행정수도 건설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반대해왔는데 최근에 입장을 바꿨다"라며 "전형적인 '박근혜 코드 맞추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세종시에 대한 입장뿐만이 아니다, 분배 중심의 경제 정책을 반대하던 서 후보자는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두고 경제민주화를 옹호하는 칼럼을 썼다"며 "이제 와서 박 대통령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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