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자료를 준비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남소연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16이 쿠데타인지 혁명인지 묻는 말에 '역사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결정을 내릴 깊은 공부가 안돼 있다'고 말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지난 4일 조윤선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도중 한 후배 기자가 대뜸 질문을 던졌다. 순간 5·16 관련 질문을 받고 진땀을 흘리던 다른 장관 후보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앞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답변 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고 했고,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어떻게 정하느냐에 대해서 편이 갈리는 상황"이라면서 답을 피했다.
'5·16이 쿠데타냐, 혁명이냐'는 이번 인사청문회의 공통 질문에 장관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답변을 얼버무렸다. 쿠데타를 쿠데타로 부르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공부가 안돼 있다"는 조 후보자의 답변은 그중 압권인 셈이다. 어이없는 웃음으로 후배에게 답변을 대신했다.
후배는 다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5·16에 대해 묻는 건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정치 공세 아니냐는 것이다.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공세로 보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이끌어 가야 하는 장관 후보자의 역사관은 중요한 검증 대상이다, 국민을 알권리를 위해 답변을 회피하는 후보자에게 재차 질문한 것을 두고 나쁘게만 볼 수 없다"고 답했다.
후배는 질문을 이어나갔다. "사상검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기자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북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것이 사상검증이라면, 5·16 쿠데타에 대한 물음도 사상검증이라고 주장한다. 취재 탓에 답변하지 못한 채 헤어졌다. 하지만 이후 명백한 역사적 사실과 눈을 맞추지 못하는 장관 후보자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5·16에 대한 질문은 편향된 잣대를 들이대는 사상검증이라기보다는 이들의 역사관과 박 대통령에 대한 눈치 보기를 들춰낸 검증 작업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16 쿠데타가 헌법질서를 훼손했다고 밝힌 상황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답변 회피에는 박 대통령의 역사 뒤집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 자리를 통해 후배 기자의 질문에 선배 기자가 답한다. 아참, 대학원에 다니는 여자친구는 개강 탓에 나중에 다른 사안에 대해 질문과 답변을 나누기로 했다.
장관 후보자들의 답변 회피는 '가이드라인' 때문? 후배 :
박근혜 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5·16 쿠데타가 공통질문으로 떠올랐네요. 예전에도 이런 질문을 많이 했었나요? 선배 : 그렇지 않았어. 1961년 5월 16일 새벽 박정희 소장을 비롯한 군인들이 총칼을 앞세워 합법적으로 선출된 민주 정부를 무력으로 뒤엎고 정권을 빼앗은 것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잖아. 역사에 헌정질서를 훼손한 군사 쿠데타로 기록된 일인데,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인사청문회에서 물어볼 이유는 없었던 거지.
후배 :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질문이 나온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겠죠. 그런데 장관 후보자들이 왜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선배 : 나도 마찬가지야. 교과서에 5·16을 군사쿠데타와 비슷한 말인 군사정변으로 기록하고 있잖아. 정홍원 국무총리도 인사청문회 때 '5·16은 군사정변이고 유신은 헌법 가치를 파손시킨 반민주적 조치'라고 당당하게 말했지. 자신의 책에 '5·16 혁명'이라고 표현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군사정변이라는 말에 공감을 나타낸다고 말했거든.
후배 :
선배 말을 들으니, 장관 후보자들의 답변 회피를 더욱 이해할 수 없네요.선배 : 지금 생각해보면, 답변 회피는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뒤집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더라.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정홍원 총리가 곧이곧대로 답변한 탓에 누군가의 심기가 상했고, 이후 '(역사적으로) 후퇴한 인식'이 가이드라인으로 내려왔다는 의혹을 제기했잖아.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 뒤집기' 시도하려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