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
김형태
- 사배자 전형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 처음 국제중에 사배자 전형이 등장한 배경은 무엇인가."2009년 국제중 설립 당시 반발이 심각했다. 그때 교과부와 학교 측이 국제중 설립을 위해 여론 무마용으로 들고 나온 게 사배자 전형이다. 이들은 국제중 설립 당시 '귀족학교가 안 되도록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전체 정원의 20% 뽑겠다'고 약속했다. 이때는 20% 전원 경제적 사배자였다. 기초생활수급가정 학생은 정부에서 학비 지원을 받고, 차상위계층은 학교 자체 예산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 이후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이 새로 마련됐나."결론부터 말하자면, 학교가 약속을 안 지킨 바람에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이 신설됐다. 국제중 설립 이후 학교가 사배자 학생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안 지키는 일이 발생했다. 영훈중은 사배자 학생의 장학금 지원을 중단해 이사장·교장 등이 2010년 서울시교육청(아래 시교육청)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영훈중은 1년 학비가 약 1000만 원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은 결국 못 견디고 나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영훈중이 사배자 학생의 장학금 지급을 중단해 일부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 갔다.
설사 학비를 내더라도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다. 통학버스비, 방과 후 급식비, 수학여행, 어학연수 등의 비용은 학생 부담이다. 대원중은 통학버스비만 한 학기에 96만 원이다. 또한 빚을 내서 학교에서 견딘다고 쳐도 학생이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부유층 자녀 사이에서 위화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나한테 제보를 준 학부모는 당시 경제적 배려 대상자 학생들이 왕따를 당한 적도 있다고 전했고, 심지어 교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차별하고 냉대해 떠난 아이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학교 설립 후 1~2년 사이에 국제중은 못 사는 사람들은 갈 수없는 곳으로 알려지게 됐고, 그때부터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지원을 안 해 사배자 전형 입학 비율인 20%를 못 채우게 됐다. 그래서 교과부와 학교 측이 생각해 낸 게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이다. 경제적으로 아주 어렵지 않더라도 장애아동, 시설보호 아동, 북한이탈주민 자녀, 다자녀·한부모 가정 자녀 등 소수자 처지인 학생을 받겠다는 내용이다."
- 그런 취지라면 딱히 문제될 게 없지 않나."취지는 좋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아이들을 국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영훈중만 해도 장애인, 소녀가장, 시설보호 아동, 북한이탈주민 자녀는 한 명도 없다. 주로 한부모·다자녀·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비경제적 사배자고, 대부분 부유층 자녀다. 최근 3년간 영훈중 비경제적 사배자 입학생의 학부모 직업군 명단을 보면 의사, 변호사, 공무원, 경찰, 사업가가 많다. 법무법인 대표나 유명 성형외과 의사도 있었다. 대부분 고수입 직업을 가진 부모들이다. 사배자 전형이 부유층의 입학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학부모 사이에서는 위장이혼이나 위장입양으로 자녀를 국제중에 입학시킨다는 소문이 돈다. 우리나라 학부모의 특이한 교육열로 보면 가능한 일이다. 만약 한부모 가정 자녀가 국제중에 입학한 이후 학생의 부모가 재결합 하면 어떻게 될까? 부모가 재결합한다고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입학전형 시작 전에 이혼했다가 합격 후 다시 재결합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위장이혼, 위장입양 통해 들어간 학생은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 특별감사 수사팀이 할 일이다. 이번 시교육청 영훈중 특별감사에서도 위장이혼·위장입양을 통해 입학한 사례가 없는지 조사해봐야 한다."
- 지금까지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국제중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일단 시교육청 특별감사를 통해 영훈중 의혹을 제대로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감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최근 1~2년 사이에 시교육청 출신 공무원 5명이 영훈재단의 주요 직책에서 근무한 사실이 밝혀졌다. 시교육청 공무원 출신들이 학교 안에 있는데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까. 따라서 검찰이랑 합동수사를 하거나 시민사회단체를 감사에 참여시켜야 한다. 아니면 경기도교육청과 교차 감사라도 실시해야 한다.
그 다음 특별감사를 전국의 국제중으로 확대해 국제중이 설립 취지와 규정대로 운영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규정을 어긴 학교는 설립을 취소해야 한다. 또한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 요건을 개선해야 한다. 전형 요건에 최소한의 경제적 기준을 둬서 부유층 자녀들이 사배자 전형으로 합격하는 경우를 막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2000만원 내면 합격? 사실이면 학교 문 닫아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