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촌동 콜트콜텍 본사 앞 집회에서 해고자들이 모여 만든 밴드 '콜밴'의 공연모습. 1년을 꼬박 연습했지만, 아직도 실력이 부족하다며 멋쩍어 했다.
김병현
등촌동 본사 앞에서 열리는 콜트콜텍의 목요 정기집회 현장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서로가 위안을 얻었다. 한바탕 어울린 그들은 웃으며 한진중공업으로 떠났다. 우리가 가서 도와야 한다고. 결국 그들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또 다른 배제된 자들이었다.
가장 극한의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끼리 힘을 얻는다니. 얼핏 들으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벌이는 싸움은 단 한 번도 그들만을 위한 투쟁이 아니었다. 재능교육 노동자들은 단지 자신들만의 복직이 아니라, 노동자로도 불리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웠고, 기륭전자와 송전탑 위의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았으니 정규직화하라'고 하는 대신 '불법이든 합법이든 모두가 비정규직으로 고통을 당했으니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라'고 외쳤다.
결국 두 번의 버림받음과 두 겹의 외로움을 이해하는 그들이 택한 것은 모든 노동자들과 법의 보호에서 배제되는 이들의 권리를 위한 싸움이었다.
잊지 말자, 우리의 발자국만으로도 힘을 얻는 이들이 있음을...코오롱 2940일, 콜트콜텍 2230일, 재능교육 1906일, 쌍용차 1385일, 현대차 최병승·천의봉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철탑에서 146일, 재능교육 여민희·오수영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회복'을 위해 혜화성당 종탑에서 34일.
우리사회의 가장 아픈 곳에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지금도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이들을 안아줘야 한다. 불안정한 노동은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다.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그리고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노동과 삶의 가치에 응원을 보내줘야 한다.
밤이면 노동자들은 대부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뉴스에서 쌍용차 투쟁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소식에 절망과 희망이 교차할수록 고향집 늙은 소의 씀뻑이는 순한 눈의 노동자들은 물끄러미 핸드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폭도와 강성노조로 시뻘겋게 도배질하는 언론의 보도를 보며 '정말 우리가 그럴까?'란 생각을 수없이 했다. (95쪽)나의 인생이 소중한 만큼 남의 삶도 귀중하다. 마치 자신의 인생만이 세상의 굴레에서 뚝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서로 맞물려 있는 생명의 이치를 이해하는 것은 나아가 인생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는 세상, 이것이 곧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치유와 구원의 행복한 세상이 아닐까.
새순이 돋아나는 봄, 눈밭에 덩그러니 남겨진 그들의 외로운 족적 위에 부디 당신의 발자국이 살포시 포개질 수 있기를. 그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충분한 위안이 될 터이니.
발자국을 포개다 - 배제된 자들의 민주주의를 향하여
김소연 외 3인 지음,
꾸리에,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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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나요, 소외됨 속에서도 배제된 이들의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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