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하는 줄 알았더니... 김병관 "기회달라"

김 국방장관 후보 긴급기자회견 자청... 청와대, 12일 임명 강행 않을 듯

등록 2013.03.12 12:23수정 2013.03.1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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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기중개업체 로비스트 경력과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무기중개업체 로비스트 경력과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남소연

[2신 : 12일 오후 3시 50분]
대국민 '반전' 입장표명... 김병관 "기회달라"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2일 대국민 입장 표명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퇴'를 선언하는 거 아니냐는 예측이 제기됐다. 당초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김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마저도 훗날로 밀린 상황. 부정적인 여론과 야당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박 대통령이 결국 '김병관 카드'를 접었고, 김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게 아니냐는 그림을 그렸던 것.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날 오후 용산 국방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김 후보자의 일성은 "모든 개인적인 사심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청한다"였다.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한 그는 "국가의 안보가 어느 때보다 위중한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 내정자로서 대통령께서 저에게 중책을 맡겨주신 데 대해 감사히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면서 한편으로는 답답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런 의혹들이 제기된 것 자체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웠다"며 "앞으로 그런 의혹들이 생기지 않도록 저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 후보자에게는 부동산 투기와 증여세 탈루 의혹, 무기중개업체 로비스트 활동 의혹이 제기 된 바 있다. 또한 김 후보자는 천안함 폭침 후 골프장을 가고 연평도가 포격 당했을 시 일본 온천 관광을 간 행적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지금은 국방이 위기이고 나라가 위태롭다, 일평생 군인의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40년 군 경험을 최대한 살려 물샐틈없는 안보태세를 갖춰 우리 국방에 조금도 빈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방개혁을 철저하게 추진해 우리 군의 잘못된 관행을 모두 바로잡아서 명실상부한 선진형 군대로 만들겠다"며 "오로지 국민과 국방만을 생각하면서 저의 마지막 충정과 혼을 조국에 바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기회를 주시기 바란다"고 재차 호소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의 입장만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민주당 "사퇴하는 것으로 알았던 국민에게 더 큰 실망만..."


이 같은 김 후보자의 입장 표명은 "염치없다"는 빈축만 샀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 직후 브리핑에서 "뒤늦게라도 본인의 과오를 인정하고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자격을 사퇴하는 것으로 알았던 국민들에게 더 큰 실망만 준 어이없는 기자회견"이라며 "김병관 후보자는 '국민들께서 안보를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그가 장관이 된다면 국민들은 더욱 국가안보를 걱정할 수밖에 없음을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 대변인은 "김병관 후보자가 진정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 아직도 늦지 않았다, 스스로 사퇴하길 바란다"며 "박근혜 대통령 또한 대한민국 국군을 이끌 수 없는 부적격자가 국방부 장관에 오르는 것이 안보위기를 돌파할 길인지 스스로 자문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은 역시 브리핑에서 "연평도 포격, 천안함 사태가 터져도 여행가고 골프 치는 군인이 '나라의 안보가 어느 때보다 위중하니 자신에게 장관직을 맡겨 달라'고 한다, 나라 안보를 송두리째 망칠 일이 있냐"고 날을 세웠다.

이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주말 안보 위기 상황에서 골프장에 간 장군들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엄중 문책 일차 대상자는 온통 비리 투성이로 밝혀져 국회 인사청문회도 통과하지 못한 안보불감 국방부장관 내정자"라며 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1신 : 12일 낮 12시 23분]
"브로커 김병관"에 발목잡힌 박근혜 '주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새 정부의 장관 13명을 임명하고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등 국정 정상화를 꾀한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발목을 잡혔다. 당초 12일 박 대통령이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김 후보자에 대해 임명장을 줄 것으로 관측 됐으나 결국 임명을 강행하진 않을 것으로 알려진 것.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김 후보자 임명) 문제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임명 강행에서 한 발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청와대는 북한의 도발 위협 등의 안보위기를 이유로 국방장관을 조속히 임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더불어 김 후보자에게 쏟아진 의혹들에도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문제라고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도 11일까지 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하는 등 김 후보자 임명에 속도를 냈다. 국회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돼도 대통령은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할 수 있다. 이에 12일부터 김 후보자에 대한 공식 임명이 가능했던 터. '김 후보자 12일 임명설'은 이 때문에 더욱 힘을 얻었다.

임명 강행 뜻 보인 청와대, 급브레이크... 야당 반발에 처리 시기 가늠 중?

그러던 청와대가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강공 대신 한 박자 쉬어가는 쪽을 택했다.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한 박 대통령의 뜻이 변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부정적인 여론과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처리 시기를 가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후보자 임명 강행 시도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최은배 서울 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대의) 수장만큼은 명예로운 사람이 임명돼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럴 생각이 부족한 것 같다"며 "이 나라 주류 사회 구성원은 자신들의 강고한 기득권이 허물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라의 기강까지 포기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김 후보자 임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그동안 김 후보자에게는 무기중개업체 로비스트로 활동한 의혹, 부동산 투기 및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이 쏟아진 바 있다.

야당의 반발 또한 거세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김병관 임명 강행 시도를 버리라"며 "무기 장사꾼에게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안보를 맡길 수 없다"며 강공 태세를 펼쳤다.

12일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원내대표는 "천안함이 폭침 당해도 골프장에 가고, 연평도가 포격당해도 일본 온천 관광을 가는 무기 중개상 고문 출신에게 60만 장병의 목숨을 맡길 수 없다"며 "안보상황 핑계 댈 일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어제 대통령 스스로 '국정철학을 공유한 사람을 정부기관에 임명하라'고 지시했다"며 "'브로커 김병관'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골프광 김병관'이 공직기강 확립의 모델이 될 수 있겠냐"고 쏘아붙였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김 후보자는 30가지가 넘게 제기된 도덕성 의혹들에 대해 인사청문회에서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다"며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임명되는 국방부장관이 국가 안보위기 때 골프 치고 해외여행 가는 인사라면 군 내부적으로 어떻게 군령이 바로 서겠는가"라고 힐난했다.

박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김병관 후보자 임명 강행은 그야말로 안보와 도덕을 모두 포기한 정권이라는 비판을 스스로 불러일으키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반대 속에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여전히 표류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더욱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도 청와대의 부담거리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진퇴양난인 셈이다. 계륵이 된 김 후보자를 박 대통령이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되는 바다.
#김병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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