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식 무대 오른 '싸이'국제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지난 2월 25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식전행사에서 히트곡 '챔피언' '강남스타일'을 부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기에는 아주 기묘한 논리가 있다. 방송 장악 의도는 없으며, ICT 개발과 방송이 융합되고 있는 시대적 상황에 맞춰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방송 부문을 미래창조과학부가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예로 들면서 무궁한 가능성이 있는 문화 콘텐츠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서도 미래창조과학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물론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 대작들을 포함한 성공한 문화 콘텐츠들이 정부 기관이 주도로 나서서 개발되거나 창작됐다고 들어본 일은 없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미국 정부가, 미국의 관료 기관들이 주도하고 지원이든 규제든 관여했다면 오늘날의 애플이나 구글·페이스북 등 세계 첨단을 달리는 기업들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정부의 지원도 규제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들의 창의성을 계발한 것이다. 미국은 단지 그러한 환경을 조성해줬을 뿐이다. 오늘날의 실리콘밸리의 많은 독자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들을 미국 정부가, 미국의 상무부가 혹은 미국의 과학기술 정책국이 주도해서 만들었다는 이야기 또한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러한 창의성을 개발하고 기업 혁신을 이룰 과제들을 국가가, 그것도 관료주의가 팽배한 정부 기관이 나서서 주도적으로 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창조경제'라는 그럴싸한 말을 넣어가면서 말이다. 그래서 '미래를 창조'할 '과학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목표가 미래 창출에 있는지 아니면 정말 '미래창조과학부'라는 거대 관료 조직의 창출에 있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창조경제'의 원칙적 발상은 정부 기관 개입이 아니다한국 경제 부문의 또 하나의 수장 자리로 불리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내정된 현오석 내정자는 지난 13일 국회의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창조 경제에 관한 질의에 대해 "과거에 추격형 경제에서 이제는 융합형 선도형 경제를 지향하는 것이고 창조경제 기반은 공정한 시장경쟁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경제민주화가 기반에 깔려 있어야 한다"며 "과거와 달리 어느 한 부분에 국한된 게 아니라 경제 전반에 걸쳐 창조를 바탕으로 하는 경제"라고 답했다.
얼핏 보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지만, 자세히 보면 현 내정자도 자기 모순적인 답변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정한 시장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 민주화의 기반을 이야기하면서도 정부가 경제 전반에 걸쳐 창조를 바탕으로 하는 융합형 선도형 경제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현오석 내정자 자신이 창조경제를 "경제 주체의 상상력·창의력·과학기술 기반으로 한 경제 운용을 해서 그것이 성장 동력에도 도움되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고, 시장도 경제 측면의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경제 주체의 창의력 등을 기반으로 한 경제의 운영을 기업이나 민간인이 아닌 국가의 기관이 운용하겠다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창조경제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는 영국의 경영전략가인 존 호킨스(John Howkins)는 2001년에 펴낸 책 < The Creative Economy>에서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업, 서비스업 및 유통업,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기업의 창의력(creativeness)을 기업 성장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봤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창조 경제란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경제운영을 통해 국가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 정책'이라며 이의 실현 여부는 국가의 과학기술 정책의 성패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명백한 국가 주도론이다. 쉽게 정리하자면 정부 기관을 대표하는 관료가 모든 것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 관료주도형 정책서 손뗀 지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