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이마트 본점인 서울 성수점에서 나이키 전문판매사원으로 일했던 허심근씨는 "매출을 아무리 높여도 회사에서 수수료율을 낮춰서 월 25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 고정적인 월급을 받았다"면서 "얼마를 팔아도, 몇 년을 일해도 계속 같은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이미지
- 이마트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2010년 1월에 인터넷으로 모집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처음에는 죽전점에 지원을 했는데 내가 경험도 많고, 나이도 있으니까 본점으로 오면 좋겠다고 해서 서울 성수점에서 일하게 됐다. 나이키 일반매장에서 7~8년 정도 판매 매니저(점장)를 한 경험이 있다. 열심히 일해서 매출을 높여도 월급은 항상 같았다. 매장 운영을 독립적으로 할 수도 없었다. 이마트가 제시한 전문판매사원은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많이 팔면 그만큼 벌 수 있고 매장 운영에도 독립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실제로 일 해보니 기대와 달랐나?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매출을 아무리 높여도 회사에서 수수료율을 낮춰서 월 25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 고정적인 월급을 받았다. 얼마를 팔아도, 몇 년을 일해도 계속 같은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매장에 판매보조사원도 이마트가 정해놓은 인원을 뽑아야 하고, 매장에 있는 이마트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받는 일도 자주 있었다. 손님이 많은 주말에는 판매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마트 직원들은 우리 판매사원을 불러다가 창고정리를 시켰다. 상품위탁판매라고 하지만 내 생각대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스케줄 표 작성하고 출석확인까지... 독립성 없는 종속 관계허씨가 가져나온 나이키 부분의 '상품판매관리 위탁계약서'는 앞서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가전부분 전문판매사원의 계약서와 거의 일치했다. 이들 계약서에는 이마트가 지정한 점포로만 판매장소가 한정돼 있고, 이마트가 정한 정찰가로만 판매가 허용되며, 이마트 측의 허락 없이 할인이나 인상이 금지돼 있다. 이런 요소들은 위탁판매자가 독립성이 없는 사실상 고용의 형태라는 증거가 된다.
이처럼 이마트의 SE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독립적인 판매위탁 계약을 맺고 있지만 사실상 점포 직원들의 관리를 받는 종속적인 고용관계가 형성 돼 있다는 점이다. 허씨는 "(이마트 직원들의) 업무지시는 수시로 있었다"며 "스케줄 표를 제출하고 조회에 참석하면 출석을 부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 업무지시를 내린다는 건 단순계약 관계가 아닌 고용관계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업무지시 사례가 있나?"이번에 이마트 사태가 터지면서 고용노동부에서 특별근로감독이 들어왔다. 그러면서 없어진 게 있다. 그 전까지는 매장 인력들의 스케줄 표를 작성했다. 나이키 매장에 나를 포함해 4명이 일하고 있다면 무슨 요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누가 일한다는 걸 보고해야 한다. 스케줄 표에 있는 사람이 그 시간에 매장에 없으면 이마트 직원들이 왜 없냐고 뭐라고 한다. 아침에 이마트에서 하는 조회에도 참석해야 한다. 거기서 출석을 부른다. 나에게 위탁판매를 맡기고 판매직원까지 내가 고용했지만 실질적인 관리는 이마트 점포 직원들이 했다."
- 이마트 직원들의 업무지시는 정기적으로 있었나? 이마트 직원과 전문판매사원의 관계는 어땠나?"업무지시는 수시로 있었다. 주로 판매가격을 지정해주거나 상품진열을 바꾸라는 식이었다. 직원들과의 관계는 주종관계다. 내가 있던 점포의 한 직원은 내가 계약을 파기하기 전 휴게실에서 나에게 '점주님 이번에 내가 살렸다, 내가 평가하는 부분이 큰데 1년만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작성한 상품위탁판매 계약서에는 어떤 평가를 받는다는 부분이 없다. 말 그대로 일반 회사의 인사평가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판매사원은 판매보조사원을 고용하게 돼 있다. 판매 업무를 돕는 이 인원들의 임금은 전문판매사원이 수수료를 받아서 지불한다. 계약서상으로도 판매보조사원의 채용과 업무지시 등의 권한은 전문판매사원에게 있다. 그러나 그 인원은 이마트 측이 결정한다. 허씨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채용도 사실상 이마트 측이 최종결정하고 판매 보조 외 업무지시도 자주 있었다.
판매전문사원을 독립된 사업자로 인정한다면 이러한 형태의 판매보조사원 운영은 이번에 직접 고용명령이 내려진 하도급 인원과 유사한 '불법파견'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판매보조사원의 채용은 어떻게 이뤄지나?"내가 인터넷에 구인광고를 올려서 면접을 보고 급여를 책정한다. 그렇다고 바로 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마트에서 매주 목요일 면접을 본다. 이것도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전에는 '면접'이라고 불렀는데 감독이 나오니까 '상견례'라는 말로 바꿨다. 이 면접이 끝나고 이마트 직원의 사인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
- 최종적인 채용결정은 이마트 쪽이 한다는 얘긴가?"그렇다. 그뿐만이 아니라 '저 직원은 인상이 안 좋다, 쓰지 말라'는 말도 한다. 판매보조사원은 이마트 직원들에게 훨씬 더 많이 욕을 먹는다. 서류상으로는 내가 채용해서 쓰는 친구들인데, 내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물건 옮기는 거 도와달라고 하고, 아무 때나 한 명만 데려다 쓴다고 한다. 내가 물건 팔아야 하니까 안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보조 사원 중에는 이마트 직원들의 지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그만 둔 친구들도 꽤 있다."
"수수료 인상, 처우 개선 없을 바에는 직영으로 채용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