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게 고생헌 '엄니', 박수도 받으시네!"

‘제13기 군산 새만금 아카데미’ 제1강좌 열려

등록 2013.03.22 10:32수정 2013.03.2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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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산 '고살메농악단'이 축하 풍물 한마당을 펼치고 있다.
성산 '고살메농악단'이 축하 풍물 한마당을 펼치고 있다. 조종안

전북 군산시가 시민에게 의식변화와 새로운 지식 습득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한 '제13기 군산 새만금 아카데미'(인문·교양·건강·예술·경제 분야) 제1강좌가 20일(수) 오후 2시 30분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첫날 강사는 군산이 고향인 만능 탤런트 김성환(63)씨.


개강식이 끝나고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성환씨는 "서울에서 처음 연락받을 때는 인사만 해달라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특강을 해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여러분에게 교육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전하기보다는, 반가운 자리에서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와 노래도 부르면서 교감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만든 노래 <인생>을 열창하는 탤런트 김성환씨
자신이 만든 노래 <인생>을 열창하는 탤런트 김성환씨 조종안

 대강당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이 손뼉을 치면서 합창하고 있다
대강당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이 손뼉을 치면서 합창하고 있다 조종안

'거시기'가 키워드인 김성환은 <역할을 잘해야 한다>란 주제로 1시간 30분 동안 펼쳐진 강의에서 감칠맛 나는 입담과 팔도 사투리로 600여 수강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손가락 장단'과 자신이 작사한 노래 <인생>, <정하나 준 것이>, <동동구루무> 등을 맛깔나게 불러 회의실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기도.

가사에 "지금은 잊혀진 추억의 이름/ 어머님의 동동구루무/ 바람이 문풍지에 울고 가는 밤이면/ 내 언 손을 호호 불면서/ 눈시울 적시며 서러웠던 어머니···." 대목이 들어가는 <동동구루무>는 10여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향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시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만든 노래라 한다. 

바다와 들녘만 바라보이는 옥구군 미면(군산시 미성동)의 빈농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성환씨는 1969년 군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가 대학입시 준비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TBC 10기 공채 탤런트 시험에 합격, 1970년 3월 드라마 <아씨>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김성환은 "신인시절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설명하기가 어려웠다"며 당시 고충을 밝혔다. 군산시와 옥구군이 통합되는 1995년 이전에는 고향을 얘기할 때 '옥구군 미면 산북리'에 마을 이름까지 알려줘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했는데, 지금은 '군산시 미성동'이라고만 해도 금방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여 군산 시민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 


그는 1997년 3월~1998년 3월까지 총 256회에 걸쳐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 TV 일일드라마 <정 때문에>가 그해 12월 종영 예정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3개월 연장 방영하게 된 숨은 사연도 털어놓았다. 어느 날 담당 연출가(문영남)가 어려움을 토로하기에 '거시기'로 시작, '거시기'로 끝나는 시골 군수의 결혼 주례사를 알려준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일일드라마 <정 때문에>에서 살림을 거덜 낸 시골 촌뜨기 '김거식'(金巨植) 역할을 맡아, '거시기'란 유행어를 낳으며 맛깔스러운 연기로 인기를 끌었던 김성환. 2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그의 충고는 호황일 때도 "경제가 좋을수록 '거시기' 잘해야지!"이고, 불황일 때도 "경제가 어려울수록 '거시기' 잘해야지!"이다.


그는 늦깎이 대학생 시절 배운 창(唱)도 소개했다. 창은 전남·북 지역에서 즐겨 부르는 남도창, 충청·경기 지역의 경기창, 평남·북 황해도, 강원도 지역의 서도창 등 크게 셋으로 나뉜다고. 김성환은 이은관의 <배뱅이 굿>(서도창)과 흥겹고 간드러지게 넘어가는 <달타령>(경기창), 판소리 <흥부전>(남도창)에서 놀부가 심술부리는 대목을 밀듯, 당기듯, 둥글리 듯 열창, 큰 박수를 받았다.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김성환씨 어머니.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김성환씨 어머니. 조종안

중장년층이 대부분인 참가자들에게 건강을 당부하는 대목에서 김성환은 마을회관 친구들과 함께 참석한 자신의 어머니(85세)를 소개했다.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객석을 향해 인사하고, 참가자들이 박수로 화답하자 "우리 엄니가 고생 겁나게 허시드니 아들 잘 둬서 박수랑 받으시네!"라고 해서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아들이 강의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 어떠시냐?"는 질문에 김성환씨 어머니는 "대견하게 생각되지만, 무대에서 힘들게 노래하고 손으로 박자 맞추는 걸 보면 안쓰럽고 가슴이 짠하다"면서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웃고 즐거워하면서 잘한다고 박수도 쳐주고 칭찬해줄 때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성환과 '죽마고우'라는 문희주(64)씨는 "성환이는 설날과 추석 명절 때마다 잊지 않고 자신이 태어난 마을은 물론 이웃 5개 부락 어른들에게 드릴 선물을 막내동생을 통해 보내온다"며 "마을에서는 오래전부터 '동네 효자'로 칭찬이 자자하다"고 귀띔.   

 초등학교 총동창회(2012)에 참석, 후배들과 기념촬영 하는 김성환씨.
초등학교 총동창회(2012)에 참석, 후배들과 기념촬영 하는 김성환씨. 조종안

동료 연예인 사이에는 '고충 해결사'로, 고향 친구들에게는 '짠돌이', '근면 성실한 연기자'로, 알려져 있는 김성환씨은 예순을 훌쩍 넘긴 지금도 애향심이 남다르다. 자신이 졸업한 문창초등학교 개교 60주년 행사 때는 송대관, 주현미, 백일섭, 사미자, 김수미 등 인기연예인 12명과 함께 참석하는 바람에 운동장은 물론 정문 밖까지 인파로 넘쳤다고 한다.

군산시가 마련한 '제13기 새만금 아카데미'는 3월 20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12월까지 총 10회 강좌가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일정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오후 2시. 강사진은 김영식(4월), 엄앵란(5월), 김홍신(6월), 전유성(7월), 방우정(8월), 여에스더(9월), 이병준(10월), 송진구(11월), 박동규(12월) 등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군산시 #새만금 아카데미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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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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