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당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이 손뼉을 치면서 합창하고 있다
조종안
'거시기'가 키워드인 김성환은 <역할을 잘해야 한다>란 주제로 1시간 30분 동안 펼쳐진 강의에서 감칠맛 나는 입담과 팔도 사투리로 600여 수강생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어깨춤이 절로 나는 '손가락 장단'과 자신이 작사한 노래 <인생>, <정하나 준 것이>, <동동구루무> 등을 맛깔나게 불러 회의실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기도.
가사에 "지금은 잊혀진 추억의 이름/ 어머님의 동동구루무/ 바람이 문풍지에 울고 가는 밤이면/ 내 언 손을 호호 불면서/ 눈시울 적시며 서러웠던 어머니···." 대목이 들어가는 <동동구루무>는 10여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향에서 홀로 외롭게 지내시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만든 노래라 한다.
바다와 들녘만 바라보이는 옥구군 미면(군산시 미성동)의 빈농에서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난 김성환씨는 1969년 군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가 대학입시 준비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TBC 10기 공채 탤런트 시험에 합격, 1970년 3월 드라마 <아씨>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김성환은 "신인시절 고향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설명하기가 어려웠다"며 당시 고충을 밝혔다. 군산시와 옥구군이 통합되는 1995년 이전에는 고향을 얘기할 때 '옥구군 미면 산북리'에 마을 이름까지 알려줘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했는데, 지금은 '군산시 미성동'이라고만 해도 금방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여 군산 시민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
그는 1997년 3월~1998년 3월까지 총 256회에 걸쳐 인기리에 방영됐던 KBS TV 일일드라마 <정 때문에>가 그해 12월 종영 예정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3개월 연장 방영하게 된 숨은 사연도 털어놓았다. 어느 날 담당 연출가(문영남)가 어려움을 토로하기에 '거시기'로 시작, '거시기'로 끝나는 시골 군수의 결혼 주례사를 알려준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일일드라마 <정 때문에>에서 살림을 거덜 낸 시골 촌뜨기 '김거식'(金巨植) 역할을 맡아, '거시기'란 유행어를 낳으며 맛깔스러운 연기로 인기를 끌었던 김성환. 20년 가까이 지났음에도 그의 충고는 호황일 때도 "경제가 좋을수록 '거시기' 잘해야지!"이고, 불황일 때도 "경제가 어려울수록 '거시기' 잘해야지!"이다.
그는 늦깎이 대학생 시절 배운 창(唱)도 소개했다. 창은 전남·북 지역에서 즐겨 부르는 남도창, 충청·경기 지역의 경기창, 평남·북 황해도, 강원도 지역의 서도창 등 크게 셋으로 나뉜다고. 김성환은 이은관의 <배뱅이 굿>(서도창)과 흥겹고 간드러지게 넘어가는 <달타령>(경기창), 판소리 <흥부전>(남도창)에서 놀부가 심술부리는 대목을 밀듯, 당기듯, 둥글리 듯 열창, 큰 박수를 받았다.